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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8.09.29

키덜트 패션

하이패션의 영역 안에서 아이들의 문화를 대수롭지 않게 즐기는 취향과 태도가 가장 시원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소통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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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킴 존스의 첫 디올 옴므 컬렉션에서 마치 그의 표식이라는 듯 옷과 가방 곳곳에 새겨진 귀여운 벌 장식.
2. 카우스가 킴 존스의 디올 옴므를 위해 완성한 거대한 조형물은 파리 맨즈 패션의 위엄을 단숨에 재미로 바꿨다.
오랜 시간 킴 존스를 좋아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만드는 옷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좋아했다. 킴 존스야말로 클래식과 유머를 적절하게 배합할 줄 아는 유일무이한 남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물건이나 엉뚱한 그림, 유치한 캐릭터, 기괴한 표정의 동물처럼 하이패션과는 다소 조화롭지 못한 것들을 늘 곁에 뒀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미키 마우스, 세서미 스트리트, 바트 심슨, 피너츠 스누피처럼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에 강렬하게 매료된 듯 보였고, 기괴하고 망측한 표정의 동물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수집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파리라는 가장 세련된 도시 한가운데에서 최신의 패션을 논하면서도 마치 그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귀엽고 돌발적인 걸 좋아한다. 그 모습에서 그간 알렉산더 맥퀸과 알프레드 던힐, 루이비통처럼 정통적인 파리 하우스를 거쳐오며 의젓하고 세련된 옷을 만들던 사람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킴 존스는 언제나 파리의 우아함을 미끄러지듯 수려하게 풀어내면서도 LVMH 그룹에서 저급한 문화처럼 치부하던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을 일궈내는, 그야말로 통념과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뒤틀어버리는 디자이너였다. 일본 특유의 초현실주의와 70년대 런던 하층 계급의 펑크 문화에 지독한 애착을 보이는 킴 존스 내면에 숨은 이런 유아적이면서 도 괴짜스러운 취향은 그가 지난달 선보인 디올 옴므 데뷔 컬렉션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완성시키며 새로운 계절을 위한 단서가 키‘ 덜트’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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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 가장 동시대적인 디자이너라 불리는 버질 아블로는 오프화이트 컬렉션에서 익살스러운 바트 심슨을 옷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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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극단적인 형태, 아기자기한 무늬, 쾌활한 색을 조합한 톰 브라운은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이번 시즌, 킴 존스의 유아적 취향을 세련되고 융통성 있게 기능적으로 복구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팝 아티스트인 카우스의 공로가 컸다. 카우스가 완성한 귀여운 곤충인 벌은 정통적인 하우스가 가진 섬세하고 세밀한 공법을 통해 가방과 신발, 옷 곳곳에 자수 장식으로 면밀하게 새겨졌다. 마치 킴 존스가 만든 디올 옴므의 표식이라는 듯 말이다. 카우스가 7만 송이의 꽃을 사용해 완성한 아찔한 조형물 또한 긴장감을 선사하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냈고, 그 범접할 수 없는 웅장함에 압도되기보다는 다가서기 쉽게 만들었다. 디올 옴므라는 명망 높은 파리의 하우스가 이런 오밀조밀한 귀여움으로 똘똘 뭉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기에 파리 컬렉션 직후 가장 독창적인 산물을 일궈냈다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아이들의 물건과 문화를 즐기려는 키덜트적인 태도는 지금 가장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버질 아블로, 뎀나 바잘리아, 마시모지오르게티, 시모네 리초와 로리스 메시나, 피비 파일로 같은 젊고 명민한 디자이너들은 유아적 취향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며 고리타분한 패션을 명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뎀나 바잘리아는 귀여운 강아지가 새겨진 가방을 근엄한 발렌시아가 컬렉션을 통해 쏟아냈고, 버질 아블로는 오프화이트 컬렉션 전면에 바트 심슨을 대담하게 등장시켰다. 레이 가와쿠보와 월터 반 베이렌동크, 알레산드로 미켈레 또한 수많은 옷 사이에 베티 붑이나 이라이자를 새긴 니트나 원피스를 선보이며 하이패션의 클리셰를 완전하게 전복시키고 맹렬한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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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 일본 애니메이션에 깊이 심취된 듯 보이는 마시모 지오르게티는 모든 옷에 만화적인 요소를 주입했다.
9. <캔디>의 이라이자처럼 보이는 인물을 아름다운 니트에 녹여낸 알레산드로 미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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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통념과 규칙을 뒤튼 놀라운 옷들 틈에서 의외의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 발렌시아가의 가방.
11, 12. 패션 하우스 들은 브랜드 이름을 다소 유치 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변형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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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패션 하우스 들은 브랜드 이름을 다소 유치 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변형 하고 있다.
14. 디자이너 월터 반 베이렌동크 특유의 유아적 취향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
15. 전위적인 동시에 유아스러운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는 오래전부터 일본 만화 속 인물을 옷 위에 녹여냈다.
발렌시아가나 미우미우, 프라다, 구찌처럼 콧대 높은 파리와 밀라노의 하우스들 또한 윤택하고 호화로운 소재 위에 주도면밀하게 브랜드 이름을 새기기보다는, 투박한 캔버스나 면 소재 위에 경쾌하고 활달한 색으로 그들의 이름을 제멋대로 휘갈겼다. 마치 고상한 것과 유치한 것을 혼동시키며 패션이 가진 의외의 재미를 그들 스스로 맛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피비 파일로 또한 마찬가지다. 셀린느의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며 그들의 수려한 옷이나 경이로운 광고 이미지 대신 강아지나 헐크, 유니콘과 같은 유치한 그림을 연속적으로 올리며 유아적 취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이패션과 키덜트 문화가 이종 교배되어 전혀 상상치 못했던 결과를 세상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냉철하고 지적이며 잘 빠진 고상한 옷들 사이에 이런 귀여운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몰려 있으니 냉수 한 사발 들이켜는 것처럼 속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든다. 의젓하고 신중한 옷들 사이에서 어린이들의 활달함과 무구함을 잘 가공하여 녹여냈더니 패션이 그저 손쉽고 즐거운 것으로 다가온다. 패션은 더 이상 점잖은 것이 아니게 됐다. 하이패션에 대한 위화감이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다. 재력이나 권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됐고 골똘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됐다. 그렇기에 평범하고 익숙한 차림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뒤엎는 것이 하이패션의 새로운 정의처럼 여겨지는 시절에 살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자신 속에 깊숙하게 숨겨뒀던 유아적 취향을 끄집어내 새로운 유행을 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취향이 전혀 우스꽝스럽거나 유치하지 않은 건 오랜 전통을 지닌 하우스의 위엄 있는 정통성이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두 가지가 제멋대로 융합하여 완성된 기묘한 창조 속에서 일종의 해방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말도 되지 않는 부조화가 팽배한 요즘 시대와 역설적이게도 같은 맥락에 놓인 것 같아 보여 재미있기도 하고. 그러니 새로운 계절 앞에서 실용적이거나 논리적 혹은 합리적으로 옷을 입는 걸 잠시 잊어도 좋겠다. 이토록 귀엽고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파도처럼 차고 넘쳐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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