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2019.10.19
오프화이트 월드
가구, 예술, 뷰티, 식품… 분야를 가리지 않는 오프화이트의 이색 협업 히스토리.

오프화이트의 집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온갖 그래피티로 장식된 벽? 날것의 멋이 묻어나는 투박한 가죽 소파? 선명한 애로우 프린트 베딩? 지난 8월, 이 모든 상상을 정의할 사진 한 장이 공개된다. 서정적인 동시에 모더니티가 강조된 오프화이트의 첫 홈 컬렉션 ‘홈(Home)’이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스트리트와 힙합 컬처를 기반으로 한 패션 브랜드의 홈 컬렉션이라니, 다소 낯설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건축학도이기도 했던 오프화이트의 수장 버질 아블로는 이전에도 종종 가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2년 전 이케아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난봄에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베니스 운하가 범람하는 것을 상기시키며 물에 의해 기울어진 듯한 형태의 의자, 플로어 램프 등으로 구성된 ‘아쿠아 알타(Aqua Alta)’ 컬렉션을 선보인다.

또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 바젤을 통해 가구 브랜드 비트라와 함께 미래의 집을 상상한 전시 <2035>를 공개하며 다시 한번 가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내비친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버질 아블로의 관심은 비단 가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패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예술부터 살펴볼까.

작년에만 무려 네 번. 뉴욕 시티 발레단의 <작곡가의 휴일(Composer’s Holiday> 공연 의상 제작,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서로의 정체성을 익살스럽게 혼합한 <미래 역사>, <테크니컬러 2> 전시, 현대미술을 다루는 매거진 <카레이도스코프>와 공동 제작한 컬렉션과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남다른 예술적 취향을 드러낸다.

그를 따르는 수백만의 추종자들과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걸까? 이에 그치지 않고 여행 캐리어 브랜드 리모와,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샴페인 모엣 샹동과 함께 만든 컬렉션을 하루가 멀다하고 속속 공개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곳곳에 전파한다. 심지어 생수 브랜드 에비앙과의 협업은 무려 3번에 걸쳐 공개됐는데, 자연친화적 소재로 만든 물병과 생수, 플라스틱 절감을 위한 가정용 급수기가 그것이다.

사실 패션 브랜드의 협업이 어제오늘 일이겠느냐마는 오프화이트의 행보는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조금 남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마디로 별걸 다 만든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는 걸 만드는데, 그가 만든 모든 것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진화 중인 것이다.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는 이것에서 협업의 이유를 찾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선택한 브랜드는 모두 역사와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바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무인 것이다. 다소 의심을 품었던 것들도 비로소 납득된다. 따뜻한 진심으로 짓는 것에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