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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9.11.18

모델 정소현의 패션위크 에필로그

2018 F/W 지방시 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하고부터 1년 후 정소현은 모델스닷컴에서 선정한 톱 모델 리스트 5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그녀에게 2020 S/S 패션위크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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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스 백스테이지.
정소현을 떠올리면 짧은 버즈컷 헤어스타일과 중성적인 분위기가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친다. 겉으로 보이는 차가운 이미지와는 달리 촬영장에서 만나는 그녀는 개구진 아이와 같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러다가도 복싱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인다. 정확히 3년 전, 정소현은 해외로 향했다. 지금의 캐릭터를 만든 까까머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리고 모델로 데뷔하던 21살 때 이후 재도전이었다. 알렉산더 왕의 부름에 고민 없이 머리를 잘랐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 후 정소현은 미우미우, 샤넬, 에르메스, 셀린느 등 빅 쇼를 휩쓸며 종횡무진했다. 부드러운 계란형 얼굴에 살짝 올라간 입꼬리, 늘씬한 목선 아래서 단단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직각 어깨까지, 세련된 외모와 어우러지는 터프한 헤어스타일이 디자이너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리라. 2020 S/S시즌의 기록도 훌륭하다. 이번 시즌에만 타미 힐피거, 셀프 포트레이트, 누메로벤투노, 뮈글러, 로샤스, 지방시 등 뉴욕, 밀라노, 파리를 오가며 드레스와의 전쟁을 치렀다. 자신을 ‘오래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던 정소현은 당당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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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W GIVENCHY
Q 4대 패션위크를 마쳤다.
해외 생활은 3년째이고, 이곳에서만 6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부터 해왔던 서울컬렉션을 합하면 10개의 시즌이 넘는다. 이렇게 또 한 시즌이 끝났구나 싶다. 덤덤하다.
Q 이쯤 되면 패션위크가 생활이 되어버렸을 것 같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을 종종 되새긴다. 모델 일 외에는 다른 것을 잘할 자신도, 즐길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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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컬렉션 포토월 앞에서.
Q 해외로 나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스스로 평가해보면 해외 활동 이전에 정소현이라는 모델은 비주류였다. 일을 하고 싶은 욕심과 모델이란 직업에 애정은 가득했지만 그만큼 분출할 수 있는 충분한 일이 없었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Q 해외 활동을 하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신에게 관대해진것 같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는 컨디션에 상관없이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요즘엔 몸과 정신건강이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선택을 한다.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체감하기도 하고. 일에 대한 강박을 놓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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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위크 중 호연, 윤영과 함께.
Q 2019 F/W 컬렉션 이후 모델스닷컴 톱 모델 50인에 선정됐다.
기쁜 마음과 동시에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각오도 섰다. 나중에 모델 일을 중단하게 되는 날이 왔을 때 주변 사람 모두가 “지금까지 정말 수고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일을 더 잘해내고 싶다.
Q 어떤 모델로 기억되고 싶은가.
정소현이 아니면 안 될 정도의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구축한 모델.
Q 지금까지 수많은 쇼에 섰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쇼가 있다면.
단연 지방시다.
Q 2020 S/S 패션위크 기간 중에서 고른다면.
특정한 한 개의 쇼를 꼽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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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S PETER PILOTTO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번 시즌은 거의 드레스와의 전쟁이었다. 두 개의 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쇼에서 드레스를 입었다. S/S 시즌이다 보니 비즈 장식이나 얇은 소재의 사용이 많았다. 피터 필로토 쇼에서 실키한 소재의 오렌지 컬러 롱 드레스를 입었는데, 신발의 비즈 장식과 드레스 밑단이 엉켜서 런웨이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로샤스 쇼에서는 비즈가 문제였다. 드레스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주얼 디테일 때문에 입은 후부터 벗기까지 얽히고설키는 비즈들을 관리하느라 신경이 곤두섰다.
Q 디자이너들은 정소현의 직각 어깨가 탐이 났을 거다.
어린 시절 수영과 높이뛰기로 다져진 몸이 제 역할을 해내는 것 같다.
Q 2020 S/S 패션위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었나.
몸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신경 썼다. 전 시즌에 에이전시로부터 살이 쪘다는 평가를 들었다. 아무래도 전 시즌 사이에 겨울 휴가가 있어 많이 쪘었나 보다. 런던패션위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뉴욕에서 밀라노로 넘어가는 기간에 살을 빼곤 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뉴욕 시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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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1 백스테이지.
Q 지방시 이야기를 해보자. 오트쿠튀르 오프닝과 2018 F/W 컬렉 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정소현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사실 처음부터 피날레 모델로 발탁되었던 것은 아니다. 피팅을 보던 첫날에는 중간 즈음에 있는 룩을 입었다. 피팅 막바지에 캐스팅 디렉터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클레어 웨이트 켈러와 스타일리스트 수잔 콜러에게 나를 마지막 드레스 라인에 넣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 드레스 라인에서도 클로징은 아니었다. 뒤에서 두세 번째 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쇼 당일 리허설을 할 때 보니 내가 클로징이 되어 있더라. 앞서 한 쿠튀르 쇼에서 오프닝을 장식했던 터라 클로징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무대를 소화했다.
Q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겠다.
지방시가 더욱 각별한 브랜드가 된 기점이기도 하다.
Q 정소현에게 지방시는 어떤 브랜드인가.
리카르도 티시가 떠나고 2018 S/S 시즌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새로운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했다. 나는 그녀가 구축해 나가는 새로운 지방시에 함께하게 된 신인 동양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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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컬렉션 백스테이지.
Q 첫 만남은 어땠나.
말 그대로 드라마였다. 당시 발렌시아가와 지방시의 피팅 스케줄이 겹쳤는데, 쇼 스케줄을 보니 도저히 두 개를 동시에 갈 수 없는 시간대였다. 주저 없이 에이전시에 연락해 “나는 지방시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에이전시에서는 발렌시아가도 이미 잡힌 스케줄이니 다녀오라고 하더라. 그 후 지방시 피팅을 가는 도중, 발렌시아가가 컨펌이 났다며 지방시 피팅을 가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서툰 영어 실력으로 에이전트에게 따져 물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런 상황을 걱정해서 피팅을 가고 싶지 않다고 한 거다”라며 울먹였다. 호텔에 도착해 침대에 얼굴을 묻고 울기도 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웨이에 서지 않았나.
결국 다음 날 발렌시아가를 취소하고 지방시와 다시 스케줄을 잡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얘기지만 한국 모델들 사이에선 “정소현이 미쳤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발렌시아가는 명실상부 제일 핫한 브랜드였으니 말이다.
Q 왜 지방시였나.
당시 지방시는 브랜드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1년 만의 패션위크 복귀를 알린 상황이었다. 그래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신인 모델 정소현이 패션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스스로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방시 캐스팅을 맡고 있던 캐스팅 디렉터와 많은 일을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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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S GIVENCHY
Q 지금까지 모델 일을 하면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 하는 순간인가.
맥락에 어긋나지만… 재미있게도 할머니가 친구분께 손녀 자랑을 하실 때다. 최근 몇 해 사이 방송과 SNS가 활발해지면서 모델이라는 직업이 꽤나 공인화된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까지 모델이란 직업이 낯설지 않은가 보다. 할머니의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Q 패션위크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시즌 내내 운동이 너무 하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다. 뉴욕으로 돌아오자마자 복싱 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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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S SELF-PORTRAIT
Q 인터뷰 후에도 복싱 짐에 갈 계획인가.
패션위크 후 뉴욕으로 돌아오던 도중 딥티크에 들러 새로운 향초를 샀다. 베이와 튜베로즈. 침실과 거실에 켜놓고 잠시 여유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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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글러 백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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