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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7.03.09

[SIZE ISSUE] <66100>의 대표, 김지양

플러스 사이즈를 위한 잡지를 만들고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그것을 묻기 위해 플러스 사이즈 쇼핑몰 <66100>의 김지양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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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래밀리 인형은 김지양 대표의 개인 소장품.
보통의 몸은 이렇게 생겼잖아?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바비 인형과는 조금 다른 몸매의 이 인형은 ‘래밀리’, 바비와는 달리 미국 19세의 평균 몸매를 본 딴 인형이다. 2014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해 벌써 2만개 이상 주문을 받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린 조카에게 군살 한 점 없는 바비보다는 레밀리를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단지 내가 44-55사이즈가 아니라서만은 아니다. 조카가 바비처럼 비현실적인 몸매를 따라가느라 자신을 괴롭히며 감정적인 낭비를 하는 것만은 예방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XXL가 90 사이즈의 동의어이고, M이 75 사이즈인 한국에서, 66을 넘어선 여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옷을 살까? 길을 걷다 보면 ‘미용체중’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데, 그들을 위한 패션 시장은 왜 아직도 뚜렷이 보이는 게 없을까? 왜 TV만 켜면 하루 종일 ‘먹방’이 나오는데 그것을 먹는 여자들은 말라야 할까? 그럼 이런 흐름 속에서 플러스 사이즈로 산다는 것, 플러스 사이즈의 옷을 판매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이 인터뷰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플러스 사이즈 매거진 <66100> 과 쇼핑몰 <66100> 을 함께 운영하는 김지양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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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할 수 없는 <66100>
김지양은 미국 플러스 사이즈 패션 모델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플러스 사이즈를 위한 매거진 <66100>을 창간했고, 뒤이어 플러스 사이즈 쇼핑몰도 열었다. 예전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클릭! 1년에 4권이 나오는 계간지 <66100>은 잡지뿐만 아니라 플러스 사이즈 이슈를 가지고 아티스트들과 함께 다양한 아트워크를 제작하고 영화제도 진행했다. 플러스 사이즈 쇼핑몰이 있으니, 사이즈에 대한 이슈를 제안한 후 실제로 체구가 큰 사람들이 필요로 할 패션 아이템까지 제안하는 방식. 한 사람이 모두 해내기에는 상당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말로 하긴 쉬워요. 게다가 ‘플러스 사이즈 이슈’라는 것 자체가 ‘클릭수’가 잘 나오기 때문에 매체들이 일회성으로 다루기 아주 좋은 콘텐츠죠. 지금 미국에서 ‘애슐리 그레이엄’이라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도 한참 인기를 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매거진으로 만든 곳은 <66100>이 유일해요. 이런 이슈를 이야기 하면서 실제로 플러스 사이즈가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매하는 곳도 유일하고요. <66100>의 가장 큰 장점이 이것이라고 봐요. 예약을 하고 쇼룸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제가 직접 치수를 재고 어울릴 옷을 제안하죠. 그런 프라이빗함 또한 저희가 가진 매력이자, 힘이 아닐까요.” 김지양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서 쇼핑몰 <66100>을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고 했다. “매일 입는, 여러 개 있을 수록 좋은 아이템을 매번 10만원씩 주고 살 순 없잖아요.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대 안에서 상품을 제안하면서도 우리만의 색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고수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단과 마감이에요. 금방 망가지는 싼 원단을 골라서 마진을 많이 남기는 짓은 절대 하고 싶지 않거든요. 두 번째는 포멀한 스타일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남들 다 있는 슬렉스 하나, 핏이 괜찮은 정장 치마 하나, 가슴 안 미어지는 티셔츠 하나잖아요. 예뻐지고 싶은 날, 입으면 신경 쓴 것 처럼 보이는 옷이요. ‘어머 이건 사야 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우리밖에 못 파는 디자인을 선뵈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주머니! 주머니가 있어야 해요. 남자 옷에는 엄청 크고 유용한 주머니가 있는데 왜 여자 옷엔 주머니가 별로 없을까요? 미국에선 이 이슈가 굉장히 크게 회자된 적도 있지만, 한국은 아직 ‘주머니’까지 논할 만큼 여성인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지 않죠. 아쉬운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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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00>표지 사진 서민희, 오른쪽 착장 사진 minlee
현실적인 옷을 만든다는 것
“일단 원하는 스타일을 스케치 해서 보내면 샘플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어요. 샘플이 나오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최종 패턴을 완성한 다음 대량생산에 들어가죠. 최소 주문 단위가 77-88사이즈, 88-99사이즈, 99-100 사이즈를 각각 10~12벌 제작하는 거예요. 그러니 한 번 주문을 넣으면 사이즈별로 30여 벌의 제품이 나오는 셈이죠. 여기에 컬러 종류를 다르게 하면 더 많이 생기고요. 그러니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게 되면 이 옷을 모두 소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에요. 사실 제작 과정 자체는 일반 사이즈의 옷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쉬운 점은 샘플을 만들어 주는 공방이 플러스 사이즈 전문 공방이 아니라는 거예요. 프리사이즈의 옷을 만드시는 분들이 그것을 기준으로 몇 센티만 더 늘려서 만들거든요. 살이 찐 사람들은 목선이나 엉덩이를 여유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죠. 수정이야 하면 되지만 그런 걸 보면서 플러스 사이즈 패션이 비즈니스로 제대로 자리잡기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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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 아래 착장 사진 minlee
플러스 사이즈 옷을 파는 도매시장에 가보면 슬렉스를 정말 잘 만드는 곳, 혹은 재킷을 정말 잘 만드는 곳, 원피스를 예쁘게 잘 만드는 곳 이런 곳들이 많지 않아요. 뭐랄까, 옷을 팔긴 하지만 옷을 입는 인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그냥 옷만 만든다는 느낌? 그래서 이번 시즌이 지나면 다시 입기 어려운 유행 아이템이 쏟아지고요. 오래오래 입을 수 있는 웰메이드 제품이 시장에 부족하다는 것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렵고 아쉬운 부분이에요. 스스로 살 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걸 가리겠단 생각에 무조건 옷을 펑퍼짐하게 입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플러스 사이즈 일수록 몸의 실루엣에 잘 맞는 피트가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원리는 ‘오래 가는 웰메이드 제품을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싸고 저렴하게 만들어서 옷이 금방 망가지게 한 다음에 또 사러 오게 해야지’라는 생각이거든요. 우리가 어떤 브랜드의 팬이 된다는 건 ‘옷이 금방 망가지니까 화장솜 사듯이 또 사러 가야 해’가 아니라 ‘이 옷을 또 입고 싶어. 이 사람이 만든 다른 옷도 궁금해!’라는 마음을 갖는 거잖아요. 몇 십 만원을 호가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니면 이런 건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걸 실감할 때마다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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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의 그 누군가를 위해
지금 매거진 <66100>은 휴식기에 들어갔어요. 대신 올해 <66100>으로 단행본을 만드는 작업을 할 예정이고, 당장은 쇼핑몰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어요. <66100>이라는 이름으로 잡지와 쇼핑몰만 만든 것이 아니라, 그간 이 이름 아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즐거운 작업을 진행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함께 플러스 사이즈의 여자를 다룬 2017년 달력을 만들었던 것, 66100 팔찌가 대표적이죠. 작년에 진행했던 영화제도 그 중 하나에요. 물론 이런 활동이 다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아요. 그래도 잘못된 걸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보다, ‘뭔가가 잘못됐구나’라는 걸 깨닫는 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영화제를 시작했어요. <66100>을 읽고, 이 쇼룸에 와보고, 지금 하는 이 인터뷰를 보고, 그러면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그 변화를 가장 확실히 느끼는 건 다름 아닌 저 자신이에요. 5년 전 데뷔를 하고 베네통과 아메리칸 어패럴 캠페인을 촬영했을 때만해도 제가 모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부분모델이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저에게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뭐냐고 물어보지 않아요. 이런 변화가 저에게는 유의미한 거죠. 책을 만들면서도, 쇼핑몰을 운영 하면서도 정말 많이 느껴요. 예약제로 쇼룸에 방문하신 분들은 나도 잘 맞는 옷이 있다, 나도 잘 어울리는 옷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표정이 달라져요.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고 내가 예뻐 보이거든요. 그런 얼굴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책을 만들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죠. 그래서 멈출 수가 없어요. 누군가는 저에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게 좋지 않아…? 돈을 많이 버는 게 낫잖아?’ 라고 해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꼭 해야 할 것만 같은 일’들이 자꾸 생기는 데 어떡하겠어요(웃음). 이것을 보고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어딘가의 그 누군가’를 위한 일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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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예쁘다
“사실 플러스 사이즈 패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는 건 패션계에서 입지가 아주 좁아요. 전문 직업인이나 전문 분야라고 인정하지도 않죠. 필요에 의해 생겨났고 수요가 분명 있음에도 말이죠. 그저 일회성 관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이 있어요. 이런 상황은 서구에서도 비슷해요. 그래서 <66100>을 꾸려가면서도 매 순간 이 벽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고민해요. 내가 너무 부족해서 이거밖에 못하는 건 아닐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죠.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 투신 자살 시도를 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난 그렇게나 절박한 사람들을 매일 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때문에요. 아무도 강요하거나 그런 책임을 지우지 않았는데,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거든요. 제가 하고 있는 일, 제가 매일 직면하는 벽이 그런 거에요. 이걸로 돈을 엄청 많이 벌 수 있을까? 이걸로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심지어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성과가 없는 사업이잖아요. 다이어트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피폐해져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에겐 그런 건 보이지 않고 액수와 성과, 이것만이 중요할 수도 있죠. 그런 마음으로 잘 되기를 기다리면 절대 지금처럼 이 일을 유지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저 이 모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좋아하려고 애써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그게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저에게 자신감, 자존감에 대해서 물어보면 “나도 매 순간 힘들지만 노력할 뿐” 이라고 대답해요.
20살이 넘으면서 갑자기 몸에 살이 붙기 시작했을 때 많이 당황했고 우울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의 저는 정말 예뻤거든요. 그래서 저는 매년 ‘인생 사진’을 남겨놔요. 이 사진은 가장 최근에 찍은 저의 인생 사진이에요. 제 웨딩 사진인데, 순백의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 ‘웨딩인 듯 웨딩 아닌’, 결혼을 하되 나를 오롯이 잃지 않았다는 느낌이라서 좋아해요. 인생 사진들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죠. 나는 “살을 한 10킬로쯤 빼면” “팔뚝만 좀 가늘어지면” “아랫배가 들어가면”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이 제일 예쁘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싱글즈>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어요. 요즘 골드나 글리터 소재의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소재가 많이 보이죠? 음, 그냥 입고 싶은 대로 입으세요!(웃음) 지금 입은 옷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인 것처럼 당당하게요. 당신은 지금도 예쁘니까요.”

플러스 사이즈 매거진 '66100'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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