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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7.01.21

占占 궁금해진다

SNS에 돌아다니는 ‘무료 신년운세’, 다들 한 번씩은 해보셨죠? 새해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게 되는 타로카드, 별자리 운세, 사주풀이… 뭐가 어떻게 다른지, 과연 믿을 만은 한지, 이런 占 저런 占 꼼꼼히 한번 살펴봤습니다.

타로카드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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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사람들에게 용하다고 입소문 난 압구정 소재 타로카드 영업점(?)에 간 건 그곳의 “ㅇㅇ언니”가 연애운을 유난히 잘 본다는 얘기가 솔깃해서였다. 하지만 타로카드를 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터라 들어가는 순간부터 우왕좌왕했다. 일단 내가 카드점을 봐야 하는 장소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에게 활짝 오픈된 공간이라는 사실에 당황했다. 아니, 그럼 생판 낯선 사람들 앞에서 “저… 올해는 연애할 수 있을까요?” “그 남자가 저한테 다시 연락할까요?” 같은 걸 물어봐야 해? 공교롭게도 내 다음 순서는 나보다 10살은 족히 어려 보이는 두 여자. 30분이 조금 안 되는 상담 시간 동안 그 두 여자가 너무 신경 쓰인 나머지(“어머, 저 여자 연애 완전 망했나봐(수군수군)”) (물론 그들이 나에게 관심이 있을 리 없으므로 그런 말을 했을 리도 없다) 상담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카드리더(card reader)의 답도 구체적이라는데, 나는 시종일관 “어…음… 그러니까… 올해 저 어떤가요…?” “제가 연말에 만나던 남자랑 헤, 헤, 헤어졌…” 같은 한심한 소리를 웅얼거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교적 가까운 미래의 구체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주는 타로카드는 나의 ‘가까운 미래(혹은 현재의 구체적인 연애 고민)’을 이렇게 예언했다.

1) 구남친은 나와 헤어진 후 요즘 힘들어하고 있다. 몇 달 안에 다시 연락할 것이다.

2) 구남친은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나와 헤어지고 싶어하지도, 그렇다고 나와 결혼할 결심도 못 했다. 아무튼 우리의 관계는 아직 끊어지지 못했다. (듣다 못한 내가 “아놔, 이게 뭐예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묻자 ㅇㅇ언니는 “글쎄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3) 우리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둘 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었다. 구남친은 나보다 일이 먼저인 사람이다. (“뭐가 어쩌고 어째?!” 하며 나도 모르게 울화통을 터트렸는데, 뒤에 앉은 두 여자가 이번엔 정말 내 얘기를 수군수군 하는 기색이었다.)

4) 결국 이 관계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 이 남자를 진심으로 정리하고 싶다면 당장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절대 만나주지 말 것.

5) 하지만 몇 달 후 구남친이 슬그머니 연락을 하면 내가 못 이기는 척 받아줄 것이라고 ㅇㅇ언니가 말했다. 으, 약오른다… 하지만 절대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어…

별자리 운세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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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운세라는 건 월간 패션지 맨 마지막 페이지에 서너 줄 나오는, 그런 것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태어난 날의 별자리와 그 별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별의 움직임과 이러저러한 것이 이러쿵저러쿵 작용해(성의 없는 설명 죄송…) 상당히 상세한 1년 운세를 알 수 있다고 해서 좀 놀랐다. “소름 끼치게 잘 맞는다”며 학교 후배가 소개해준 삼각지 인근의 별자리 운세 상담소(?)는 평범한 오피스텔의 평범한 인테리어의 평범한 서재 같은 공간에 꾸며져 있었다. 내심 기대했던 수정구슬 같은 것도 없어서 약간 실망했다. 별자리를 논하는 것이니만큼 ‘별자리 선생님’이 하늘을 올려다 보며 북극성이라도 찾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잠시 토도독 두드리더니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와 이런저런 선이 죽죽 그어진 그림을 한 장 프린트 했다. 음, 그러니까 이게 나의 올해 운세란 말이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별들이 소근대”고 “우주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나의 2017년 운세는 대충 이랬다.

1) 2017년의 전반적인 운세는 좋다.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게 된다. 나의 의지라기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준다.

2) 2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이성과 진지한 관계로 접어든다. 여기서 말하는 ‘진지한 관계’란 “오늘부터 1일!(뿌잉)” 같은 게 아니라 “우리 결혼하자. 상견례는 4월쯤 어때?” 수준이라는 얘기.

3) 설령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연애를 하게 된다. 봄까지 내게 영향을 주는 것은 ‘달’(그렇다, 매일 밤 떠오르는 그 달이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할 때의 그 달)인데, 얘가 그렇게 매력이 있는 애라고…? ‘매력뿜뿜’ 하는 달 덕분에 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나도 어영부영 ‘매력ㅃ…’ 정도의 기운을 얻게 되는 상황이랄까.

4) 작년까지 나를 옥죄던 일이나 약속, 인간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 된다. 지금껏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을 새삼 다시 검토해보고, 그러려니 하던 관계들을 정리하고, 그러면서 좀더 추진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2017년은 내가 특히 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해다.

5) 2017년이 끝날 무렵엔 지금까지 고민했던 여러 가지의 해답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2018년이 2017년보다 더 전망이 좋다. (만세!)
사주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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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셔터스톡
마지막으로 사주를 본 건 2001년이었나, 압구정의 어느 유명한 사주카페에서였다. 사실 그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말은 “일복이 아주 많다”(이렇게 말하자 이 기사의 담당 에디터인 S 선배는 “이 업계에 있는 여자들 사주 보면 십중팔구 그 소리 들어”라며 웃었다), “결혼이 늦다”, “남편이 미남형이다”(으하하!) 정도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통 사주라는 것도 한번 보기로 했다. 선배가 소개한 명동의 ㅇㅇ철학관. “나도 소개 받아서 한 번 갔는데, 그 무렵 이유 없이 답답하고 짜증나던 내 상황을 기가 막히게 맞추더라고.” ‘제가 또 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잖아요’가 좌우명인 S 선배가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축인묘 갑을병정과 상의한 나의 2017년 운세와 인생 총운은 대충 이랬다.

1) 2016년은 여러 모로 변화가 많은 시기였다. 그런데 그 변화 중 상당수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후루룩 일어났다. 그래서 짜증나고 힘들었겠으나, 결론적으로 내게 나쁜 변화는 아니었다.

2) 2017년은 2016년의 변화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며 자리를 잡는 시기다. 하지만 현재 나를 피곤하게 하는 제약과 간섭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별 고민 없어 보이는 상황이지만 나는 속으로 답답해서 미치고 폴짝 뛰는 상황. 안타깝지만 이런 상황은 2019년에나 조금씩 호전된다.

3) 2016년엔 멀쩡히 잘 만나던 남자와도 헤어질 운이었다. 둘 중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약속이 자꾸 번복되고 깨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관계의 골이 깊어진다. 내 입장에서는 그것을 ‘배신 당했다’ ‘뒤통수 맞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4) 나는 결혼을 가급적 늦게, 할 수만 있다면 아예 안 하는 게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왜냐하면 남편이 내 행동에 간섭하는 것,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나에게는 숨막히는 구속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는 끊이지 않고 한다. 특히 2018년에는 귀찮을 정도로 남자들이 ‘들러붙는다’. (감사합니다.)

5) 내 인생은 45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좋아진다. 나이가 들 수록 점점 삶이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진다.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세 가지 점이 예언하는 나의 2017년은 각기 조금씩 다른 모습이었다. 타로카드는 미래를 예언한다기보다 내게 어떤 행동지침을 주는 듯했다. 진심으로 새 출발을 하고 싶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행동으로 옮겨! 반면 별자리 운세사주는 좀더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내 인생을 진단하는 느낌이었다. 별자리 운세는 1년 운세를 비교적 구체적인 시점까지 지목하며 말해주는 게 신기했고(“2월 16일경에 관계가 상당히 진지해지겠는데?”) 사주는 나의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인생 전반을 진단한다(“물 기운이 강해서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면 썩어요”)는 게 설득력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중 무엇을 믿을 것인가? 타로카드에 따르면 망해버린 내 연애는 내 의지에 따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별자리 운세에 따르면 올해 밸런타인데이 즈음 그가 결혼 반지를 들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사주에 따르면 그와 나는 인연이 아니며 나는 (아마도) 결혼하지 않고 쭉 혼자 살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점을 자꾸 보러 다니는구나. 내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번만 더, 더 용하다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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