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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7.02.28

페미니즘을 책으로 배웠어요

페미니즘 책은 모두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다고? 이런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나른한 오후… 커피 한 잔의 여유… #책스타그램”으로도 손색 없는 재미난 페미니즘 책 몇 권을 골라봤다.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일기장 <페미니스트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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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딩 끌래망스, 컵, 트레이 데이글로우
2015년 SNS를 뒤덮은 페미니스트 선언,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를 기억하는가? 당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사람들과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인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남보다 먼저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이곳, 한국의 페미니즘 이야기다. 페미니즘을 마주친 저자의 아주 사적인 영역부터 치열한 페미니즘 운동까지 차분히 적어 내려간 이 책은 때론 가슴이 먹먹하도록 아름답고, 때로운 뜨거운 분노가 치솟으며, 자주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져준다. 페미니즘 서적이라면 무조건 어렵고 딱딱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마 깜짝 놀랄 걸?

<페미니스트 모먼트>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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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떠올려 본다. 일흔다섯 즈음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 (…) 항상 친절하지만 작은 일에 이내 서운해하는 어린아이 같은 할머니일 테고, 여전히 ‘로맨틱’한 사랑에 마음 아파하는 할머니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꼭 닮은 나의 할머니가 그런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47p

“나는 내가 가진 질문을 누구와도 나눈 적이 없었다. 지금에야 정리해서 말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조차 몰랐다. (….) 대학 때 선배들에게 민족 해방이나 노동 해방에 대한 학습은 받았지만 여성해방이나 성정치란 단어는 듣지 못했다.” 75p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는, 2016년 강남역 10번 출구를 뒤덮는 애도와 행동의 포스트잇들을 대표하는 이 문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가 있다는 발견이자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177-178p


진짜 여자들이 나누는 대화 <여자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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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매트 끌래망스, 유리컵 데이글로우
두 여자의 아주 사적이고 긴밀한 대화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미국 소설가 리사 앨더, 피카소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프랑스 화가 프랑수아즈 질로는 자주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책 <여자들의 사회>는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한 것을 책으로 옮겨, 그들 각자의 말투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매우 특징적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다 보면 두 여자의 유연하면서도 밀도 높은 대화를 엿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족, 역사, 문화, 예술 그리고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모든 걸 아우르는 두 사람의 풍성한 대화는 치밀하면서도 우아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자들의 대화 = 가십’이라는 클리셰를 깨고, 여자들의 진짜 고민과 대화를 찬찬히 그려냈다. 진정한 여자의 삶과 여자들의 사회에 대한 책.

<여자들의 사회>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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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국 여성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대체 왜 저렇게 하지? 사회 활동을 하고 싶다면 조금 더 진지하게 제대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121P

“가장 최악의 욕은 “작은 엄마(little mother)인데 이 말은 운전도 못 하고 못생기기까지 한 사람이라는 뜻이죠!” 136p

“코르셋은 남성에게 성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여성의 몸을 부자연스러운 모양으로 뒤틀리게 한 악습 중에 하나죠. 여성을 더 약해 보이게 만드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214p

“프랑스 구어로 낙태 시술자들은 “faiseuse d'anges ” 라고 불러요. “천사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요.” 247p


유쾌한 페미니즘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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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개럿라이트 by Handok, 유리컵 데이글로우
USA 투데이에서는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를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며 지독하게 정직한 책’이라 평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 린디 웨스트의 유쾌한 시선이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웃음이 터지다가도 순간순간 시원한 표현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작가의 재치발랄함을 엿볼 수 있는 책의 소제목을 몇 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못생긴 여자아이는 커서 엄마가 되거나 괴물이 된다’, ‘수줍음에서 손쉽게 벗어나는 열여덟 단계’, ‘왜 뚱뚱한 여자는 그토록 못되게 굴까?’ 등. 작가는 ‘뚱뚱한 사람은 강간 당할 일 없다’며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악플러들과 정면승부하고, 여성혐오가 웃긴다고 생각하는 코미디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성 인권을 위해 꾸준하게 발언해온 작가의 이 책은 실로 그간의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결정체라 하겠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는 한 마디로 ‘핵사이다’이며 유쾌 통쾌 상쾌하다! 그리고 구구절절 옳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로 살기로 했다>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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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크다는 것이 미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잘못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세상에서, 지나치게 거대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저 종이접기처럼 스스로를 납작하게 접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능한 자신을 더 작게 만들려 애쓰는 수밖에 없다.” 32p

““체중을 좀 줄이고 싶으신가요?” 그는 내게 다짜고짜 물었다. 나는 그가 꺼져주길 바라며 불편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안 그런 사람도 있나요? 하하“ 그는 카운터 너머에 있는 내게로 장 세척 스무디인가 뭔가 하는 다단계 상품 광고지를 불쑥 들이밀었다. (…) 나는 꿋꿋이 버텼다. 그는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 당신은 그런 외모에다 암에 걸린대도 상관없다 이거죠?”” 37p

“나는 샘솟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초토화 전술로 에세이를 쓴 뒤 블로그에 그 글을 올렸다. 어느 화창한 금요일 오후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글의 제목은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뚱보예요’였다. 내 전신사진도 같이 올렸는데, 그날 우리 신문사 사진기자인 켈리 오가 찍어준 사진에 나는 이런 설명까지 달아놓았다. ’28세 여성, 키 1미터 75센티미터, 몸무게 120킬로그램.’” 147p


우리 모두의 하루 <일상 속의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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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딩 끌래망스, 안경 개럿라이트 by Handok
보통의 여자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여과 없이 책에 담았다. 그간 여성들이 SNS에서 하나둘 파편적으로 이야기한 것들을 모아 촤락 펼쳐두니, 이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읽힌다. 페미니즘과 성차별 이야기는 나와 무관한 이론서 속 얘기가 아니라, 여자로 매일 아침 살아나가는 우리의 진짜 이야기라는 뜻이다. 소녀들, 여대생들부터 여성의 직장 생활, 엄마의 역할까지, 나이별 상황별로 분류한 일상 속의 차별을 꼼꼼히 읽다 보면 때로는 그냥 지나쳤던, 내 삶 속에 녹아 있는 차별의 흐름이 분명하게 보인다.

<일상 속의 성차별>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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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7세 여학생은 강간은 <회색 지대>로 둘러싸여 있다고 표현했다. 만약 여자가 처음에는 좋다고 했다가 다시 싫다고 했다면 그건 강간인가요? 여자가 잠들어 있어도 강간인가요?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여도 강간인가요? 때로는 여자들은 자기가 거절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라요. 남자들과 섹스를 하는 게 자기 의무라고 생각해요. “ 32p

“내 주위의 여자들은 나에게 성희롱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그들도 <다 겪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77p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의사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4세였다.” 209p

“회사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자기랑 섹스를 안 해주면 잘리게 만들겠다고. 그의 형이 사장이었다.” 247p

“어떤 남자에게 내 직장을 알려줬더니 <오, 비서시군요?>라고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DNA를 연구해요.> 어색한 침묵.” 251p


우리가 원하는 세상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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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성차별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치자. 그 끝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미국 페미니스트 57명과 한국 페미니스트 7명이 각자 자신이 상상한 유토피아를 픽션, 에세이, 인터뷰, 시, 시각예술로 담아냈다. 낙태, 패션, 섹스, 강간, 섭식장애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이 심각한 주제가 저마다 인상적인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상상하는 유토피아가 의외로 아주 복잡하지도 멀지도 않은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어쩌다 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권리를 못 누리게 되었을까.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조금은 슬프지만 용기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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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대우를 받으려면, 내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이려면 왜 꼭 소리를 내야 할까? 여자한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인정받으려면 소리를 내야 하는데, 큰소리를 내면 여자답지 못하다고 외면당한다.” 82p

“브래지어 대신 입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 1.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표지 2. 학사모 장식 술 3. 유두에 완벽하게 걸쳐지는 CD 두 장” 84p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공간을 차지하며 기쁨을 누린다. 우리의 청바지 허리 치수는 제각각이지만 그것 때문에 계급이나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 93p

“자유로운 여자아이는 낮에 붐비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그 누구의 눈길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는 선글라스나 이어폰이나 화장으로 자신을 감춰야 한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키나 곱슬곱슬하게 만 머리 모양이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지, 길쭉한 허벅지가 서로 얼마나 붙어 있는지 놓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3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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