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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7.03.08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여자들

여자라면 누구나 욕망하는 아름다움. 이를 새롭게 정의하는 여자들이 있다. 모두가 44사이즈를 원할 때 튼튼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고, 뚱뚱하다는 놀림에도 당당하다. 성형 미녀라는 비아냥에도 떳떳하다. 저마다 달리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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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몸매를 갖고 싶니? 유승옥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신이 내린 몸매’ ‘몸짱 여신’이라 부른다. 172cm 키에 35-23.5-36.5. 여자의 몸매를 나타내는 신체 사이즈만을 놓고 보자면, 정말 그 호칭이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이것이다. “남들보다 두꺼운 허벅지가 콤플렉스였어요. 신축성 없는 청바지에는 발도 넣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지방 빼는 데에 좋다는 시술인 카복시도 맞아보고 지방 흡입수술도 해봤지만 남는 건 부작용과 상처뿐이었죠.” 일찍이 모델이 되고 싶었던 그녀에게 너무 튼실한 허벅지와 팔뚝은 약점이었다. 모델이 되겠다는 그녀를 두고, 모든 사람들이 살을 빼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별의별 운동을 해도 제자리였던 몸매는 한때 ‘몸짱’ 열풍을 일으켰던 정다연을 만난 후 조금씩 변했다.운동하면서 몸무게가 되레 늘었다. 근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튼튼한 허벅지가 장점이 된 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면서다. 지방이 있던 자리에 근육이 채워지자 점점 욕심이 났다.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결국 지난해 ‘머슬 마니아 한국대표 선발전’ 모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머슬 마니아 세계대회인 ‘피트니스 아메리카 위크엔드’에 출전했다. 동양인 최초로 톱5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머슬대회는 분야가 다양하다. 근육이 많은 여자를 위한 피규어 부문, 자신의 몸매 중에 가장 좋은 부위를 드러내는 피트니스 부문, 그리고 표정, 워킹, 스타일 등을 복합적으로 보는 모델 부문. 그녀는 모델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반 모델 대회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건강미 넘치는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여자인 터라 일반 보디빌더들처럼 근육이 커질까봐 걱정하긴 했어요. 그러나 막상 대회에 나가서 보니 슬림하면서도 탄탄한 몸매에 무대를 자유롭게 즐기는 분들도 많았죠.” 다음 대회는 6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여기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운동신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그녀는 남들 10분 운동할 걸 50분 해야 효과를 볼 정도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최고의 몸매로 손꼽는 사람은 세계적인 톱 모델 캔디스 스와네포엘. 마냥 굶기보다는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한 이상적인 몸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모델 장윤주처럼 얇고 쭉쭉 뻗은 다리를 동경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나 자신을 비관하고 우울했죠. 근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절 인정하고 좋아해주니 뿌듯하고 기뻐요.” 그녀는 자신 없는 몸매 부위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대신, 그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하길 권한다. “허리가 두껍다면 운동해서 어깨를 넓히고 골반이 좁으면 엉덩이를 키워 보세요.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몸매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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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는 숫자에 불과해, 김지양
한국인 최초 미국 ‘풀 피겨 패션 위크’(이하 FFF week)에서 데뷔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잡지 <66100>의 편집장. 그녀를 표현하는 직함이다. 국내에서 빅 사이즈라고 볼 수 있는 여자 ‘66’과 남자 ‘100’ 사이즈를 뜻하지만 동시에 사이즈를 넘어선 무한함을 이야기한다. 일 년에 네 번 나오는 계간지 <66100>은 3월, 네 번째 발간을 앞두고 있다. 모델인 김지양 역시 표지나 화보에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 동시에 콘텐츠 그 자체이기도 하다.

키 165cm에 몸무게 70kg. 사진 찍히는 걸 좋아했지만 처음부터 모델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휴식 중이던 2010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참가자 모집 광고였다. “ ‘키 165cm 이상이면 누구나’라는 자격 조건을 보니 구미가 당겼어요.” 결과는 2차 비키니 심사에서 탈락. 역설적이게도 그 결과는 그녀에게 좌절 대신 희망을 줬다. 논리적인 이유 없이 모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건드렸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신체 사이즈 그대로 받아주는 무대를 찾았다.결국, 같은 해 미국 LA에서 열리는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인 ‘FFF week’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데뷔한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베네통 코리아에서 주관한 포토 콘테스트에서 입상하고, 아메리칸어패럴 플러스 사이즈 모델 콘테스트 온라인 투표 부문에서는 991명 중 8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지 않은 그녀는 사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했다. 그리고 2014년 잡지를 창간했다.

“당시 해외 패션쇼 초청이 왔어요. 가지고 있는 돈을 투자해 그곳에 참여하느냐를 두고 고민을 했죠. 그러다 언젠가 플러스 사이즈들을 위한 잡지를 만들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어요.” 작가가 되고 싶었던 오랜 꿈과 모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 곧 잡지를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창간 당시,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잡지를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그 바람은 적중했다. “독자 중 한 분이 결혼식 앞두고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다 우울증에 걸렸는데 저희 책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힘들어도 계속해서 발간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66100>에서는 독자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쇼핑 투어’. “함께 쇼핑하면서 일반브랜드에 우리와 같은 사이즈의 수요가 있음을 알리려는 뜻도 커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재화는 쉽게 없어지지 않거든요. 저희 책이 그랬던 것 처럼요.” 20세가 되기 전까지 평범한 몸매의 소유자였던 그녀는 갑자기 불어난 몸에 당황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며, 그 순간이 예뻤다는 걸 깨달았다. 먼 훗날, 지금 내 모습을 보며 예쁘다 말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 생각에 이르자 그녀는 현재 모습을 사랑하기로 했다. “예쁘다는 걸 아는 여자가 예뻐요. 그래서 전 지금이 가장 예뻐요.” 그녀에게 ‘살 빼면 예쁘겠다’라는 조건부 칭찬 대신 ‘지금 예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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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행복해! 김도이
키 170cm, 몸무게 90kg. 사람들은 그녀를 ‘뚱뚱하다’ 말한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권한다. 남의 일에 관심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이에 그녀는 웃으면서 답한다. “살 빼면 예쁠 것 같지? 근데 지금도 예쁘지 않아?” 물론 처음부터 스스로에 만족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통통’보다는 ‘뚱뚱’한 쪽에 가까웠던 그녀가 대학에 진학했을 때, 몸매에 대한 스트레스는 극에 치달았다. 이성교제에 눈을 뜨게 되면서였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뚱뚱한 몸매 때문에 열등감, 자격지심이 가득했다. 예쁜 옷을 입고 싶어도 동대문, 이태원에는 거무튀튀한 색에, 마음에 들지 않는 옷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빅 사이즈 여성들을 위한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다.

“판매하는 옷을 직접 입고 사진을 찍어보니, 예쁘지 않은 거예요. 사진을 공개하기 꺼려졌어요. 그래서 쇼핑몰에 사진 올릴 때 포토샵을 엄청 했죠.” 빅 사이즈 모델이 포토샵이라니. 그녀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3개월 동안 40kg을 뺐어요. 지방 흡입수술 빼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이어트했어요. 살을 뺐으니 사람들 눈에 예뻐 보였겠죠. 그런데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삶이 너무 피폐해졌거든요.”

그 탓에 우울증이 찾아왔고, 먹는 대로 모두 토하는 ‘거식증’ 증세가 생겼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돌렸다.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어떤 사람은 귀가 크고 코가 큰 것처럼 뚱뚱한 것도 내 외모의 특징이라 생각하게 됐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연애가 잘되지 않을 때도 모든 게 뚱뚱해서라고 여겼지만, 그건 그리 큰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되뇌었죠.” 나쁜 말은 무시하고 좋은 말만 들으려 노력했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편식’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천천히 정상 궤도를 밟았다. 원래대로 먹는 대신 운동을 시작했다. 모델이라는 본분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뚱뚱한 사람들을 떠올렸을 때 ‘게으르다’ ‘건강하지 않다’라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어서다. 한창 다이어트에 열 올릴 때는 도살장 끌려가듯 억지로 했던 운동이 지금은 즐겁다.

“연예인같이 생기지 않은 이상, 아무리 예뻐도 꾸미지 않으면 여자는 예쁘지 않아요. 나중에 살 빼서 예쁜 옷 입어야지, 라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을 예쁘게 치장하는 게 좋지 않나요? 뚱뚱하다고 나를 사랑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있는 그대로, 현재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 그녀가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빅 사이즈 옷을 구매하면 택배 상자에 사이즈가 적혀 있지 않아요. 빅 사이즈인 많은 여성들이 숨어서 쇼핑을 하고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죠. 창피하다는 이유에서죠.”

그녀는 세상에서 천대 받는 뚱뚱한 여성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오라 말한다. 그 시작이 6월경에 열리는 ‘코리아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가 될 것이다. “주변에서 모델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꼭 진짜 모델이 되지 않더라도, 그들이 세상에 나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어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녀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빅 사이즈만을 만드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어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것. 여전히 뚱뚱한 사람을 마뜩지 않아 하는 세상을 향해 그녀는 되묻는다. “뚱뚱하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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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미인이면 어때? 심현정
성형이 더 이상 흉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성형한 티 나는데 수술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성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복잡다단하다. 성형을 권장하는 사람, 자제하라고 말하는 사람. 성형을 혐오하는 사람 등이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개인의 선택이라는 결론밖에 남지 않는다.

심현정은 성형, 뷰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 바비톡에서 주관한 성형미인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인물이다. ‘이런 대회가 있어?’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이색 대회다. 같은 성형이더라도, 자연스러운 정도와 조화로운 정도 그리고 호감도가 심사 기준이 된다. “여자라면 누구나 예뻐지고 싶잖아요. 우연히 뷰티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이런 대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재미있겠다 싶었고, 또 변한 내 외모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했어요.” 성형 비용 4000만원. 처음부터 이렇게 성형하게 될 줄은 그녀도 몰랐다.

시작은 튀어나온 입이었다. 방송, 모델 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 그녀가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일이 잦았다. 자연스럽게 콤플렉스인 입을 손으로 가리게 되고,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3년 전 양악 수술을 결정한 후 한 달을 고생했다. “양악은 성형수술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큼 고통스러워요. 한 달 동안 액체류 음식만 먹어야 하고, 맘 놓고 웃지도 못해요. 입안에 가득한 실밥 때문이죠. 그때는 심신이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기억도 안 나네요.” 고생 후에 변한 얼굴. 거기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콧방울을 세우고, 치아에 라미네이트 시술을 받았다. 그녀의 얼굴이 변하는 과정을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다루기도 했다.

“어차피 수술하고 나면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데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어요. 진짜 아름다움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당당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성형 과정을 공개하고, 거기에다가 성형미인대회 1등 수상까지. 어쩌면 이런 활동이 그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성형미인이라는 말이 주홍글씨처럼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 연연해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잖아요. 성형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길 이유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어요. 그걸 가지고 비아냥대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수식어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형 전후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오랜 친구들도 변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놀란다.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남자가 예쁘게 변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후회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예뻐진 탓에 시샘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얼굴에 만족해한다. 그러나 성형을 쉽게 권하지 않는다. “지금도 저한테는 수술에 대한 유혹이 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지금이 예쁘니 더 이상 손대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해요. 성형을 하더라도 적정선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여전히 주변에서는 성형 전 얼굴을 두고 놀리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대응한다. 그 어떤 때보다 그녀의 마음은 편안하다. 누구보다 욕망에 충실했고 솔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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