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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06.06

타인에 대한 공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 시대. 속을 알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공포를 느껴본 적 있나요?

우리 사회에서 당신도 경험했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 시대다.

눈빛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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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영화 <배심원들>
C는 오늘도 퇴근길에 남동생을 데리러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C의 동생은 흔한 말로 ‘시비를 잘 털리는 상’이다. 그는 종종 비슷한 또래 남자들의 타깃이 된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시비를 걸고 술까지 거나하게 걸친 밤이면 폭력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 법적 대응을 하려고도 해봤지만 현행법상 합의가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말투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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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영화 <롱리브더킹>
지난달 주말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마케터 C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환승역을 물어보기에 앱으로 찾아 알려줬는데 갑자기 “존X 재수없네 이X”이라는 욕이 날아왔다. 너무 놀라 모른척 넘겼지만 그는 C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무섭게 째려보았다. 순간 지난해 PC방에서 말투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죽음에 이르렀던 한 청년의 사건이 문득 뇌리를 스치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무엇보다 빠른 도망이 중요하다는 인터넷상의 안전수칙을 위해 창문이라도 있는 버스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지하철 대신 버스만 이용한다.

네가 닮아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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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영화 <걸캅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B는 최근 매우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역에서 내려 걸어가던 중 웬 남자가 다가오더니 “야, 씨X 너 그렇게 살지 마!”라며 폭언을 퍼붓고 뺨을 때렸다. 그러고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며 배를 발로 차더니 몸 여기저기를 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늦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도 어안이 벙벙해 있던 내게 담당 형사가 와서 전한 말은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 그 남자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전 여자친구와 닮은 나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어리니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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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영화 <어린 의뢰인>
취업과 동시에 독립한 C는 집 근처 먹자골목을 지날 때면 무조건 달린다. 좀비처럼 어슬렁거리는 취객을 피하기 위해서다. 독립 후 얼마 되지 않아 혼자 집으로 향하던 중 누군가에게 팔목을 확 낚아채이는 일을 당하고서는 매번 이렇다. “학생, 혹시 지금이 몇 시야?”라고 묻는 순간 얼어붙어 아저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저항하며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무서웠다. 뿌리 깊은 유교사상이 ‘어린 사람=낮은 사람’이라는 논리를 만든 탓인지 그 뒤로도 이런 경험을 두 번 정도 더 겪었다.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날은 무사히 집에 들어가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매일 숨을 헐떡이며 가까스로 집에 돌아온다.

인간이 싫어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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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영화 <기생충>
영화관에 들어갈 때마다 종종 상상한다. 만약 영화 상영 도중 갑자기 누군가 “엎드려! 움직이면 쏜다!”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서 영화 시작 전 조명이 꺼질 때까지 나의 머릿속은 쉬지 않고 수많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린다. 영화 예매를 할 때도 질 좋은 관람을 위한 시야 확보보다 중요한 건 비상구와의 거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나오는 황당하고 억울한 범죄를 보고 있으면 늘어나는 인간 혐오 테러 범죄 또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싱글즈 #라이프 #싱글라이프 #타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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