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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10.01

스트리밍 전쟁

넷플릭스, 디즈니, HBO 등 콘텐츠 공룡들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맞붙는다. 천문학적 ‘쩐의 전쟁’에서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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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OTT 서비스’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가 보고 듣고 열광하고 감동하는 대부 분의 영상을 이 서비스에서 확인하게 될 테니까. OTT란 ‘Over-The-Top’의 약자로, 여기서 Top은 TV 단말기를 의미한다. 즉, TV를 넘어서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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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OTT 서비스로 넷플릭스가 있다. 1997년, 비디오와 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서비스였던 넷플릭스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영상 제공 형태를 바꿨다. 2007년부터는 인터넷 스트리밍 영화 사업을, 모바일 미디어가 주류로 떠오른 2016년부터는 전 세계 130여 개 국가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대박이 났다. 2019년 상반기 넷플릭스 가입자는 1억48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플랫폼 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제 넷플릭스는 남이 만든 영상을 대여해주지 않는다. 배급자이 자 생산자로서 각종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세계적인 규모 로 자체 제작한다. 드라마 <킹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영화 <옥자> 등이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영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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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명백하다. 유료 구독자와 자체 콘텐츠. 자기들의 콘텐츠를 빌려가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더니, 이제는 자체 콘텐츠까지 만드는 넷플릭스를 보고 기존의 올드 미디어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곧 출시를 앞둔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다. 지난 5월 디즈니는 2800만여 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밍 업체 ‘훌루’의 지분 33%를 사들였다. 훌루의 경영권을 이어받아 두둑한 구독자수를 확보한 디즈니 플러스는 2024년까지 25억 달러를 투자해 50편 이상의 오리지널 시리즈, 10편 이상의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영화 500편, TV 시리즈 1만 편의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리고 2019년 하반기부터 넷플릭스에 디즈니 콘텐츠 배급을 중단한다. 앞으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무대는 영화관이 아닌 디즈니 플러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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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잃게 되는 건 디즈니 콘텐츠만이 아니다. 워너미디어가 내년 발표로 준비 중인 OTT 서비스 ‘HBO 맥스(Max)’에서는 HBO, CNN, TNT, TBS 등 미국 유명 방송사의 콘텐츠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인기 시트콤 <프렌즈(Friends)> 236개 에피소드 전편이 넷플릭스로부터 HBO 맥스로 넘어간다. 이 밖에도 <왕좌의 게임>, <섹스 앤 더 시티>, <매트릭스>를 비롯해 <슈퍼맨>, <배트맨> 등 DC 유니버스 시리즈도 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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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클래식 히트작 빼가기’가 넷플릭스에 큰 타격일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인 동시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디즈니가 10편, 워너브라더스가 23편의 영화를 만드는 동안 넷플릭스는 82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후발주자들의 따라잡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자체 콘텐츠 제작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가 연간 22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 금액은 현재 미국의 모든 네트워크 및 케이블 회사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자한 금액 총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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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애플은 ‘애플TV+’를 공개하고 올가을 전 세계 100개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 토종 OTT의 사정은 어떨까. 일단은 외세에 맞서 뭉치는 모양새다. 지상파 3사와 SK브로드밴드의 통합 OTT 서비스 ‘WAVVE(웨이브)’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웨이브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IPTV와 케이블에 함께 콘텐츠를 제공해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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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wavve
누군가는 이러한 ‘스트리밍 전쟁’의 분수령을 요금제라고 한다. 모두 한 달에 만원에 조금 못 미치거나 만원을 조금 넘거나 하는데, 이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콘텐츠의 질을 갖춘 곳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는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앱 편의성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다소 아날로그적인 접근이다. 한번 제품이 나오면 가격을 변경하기 힘든 오프라인과 달리, IT 온라인 서비스는 끊임없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기존 가격대가 문제라면 다른 가격대의 구독 상품을 추가하면 된다. 알고리즘이 아쉬우면 즉시 수정하면 된다. 큰 비용 없이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진화할 수 있는 게 기존 매체와 OTT의 가장 큰 차이다. 그러므로 결국은 콘텐츠다. 가장 재미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갖추고 있는 곳이 이 전쟁의 승기를 쥐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천문학적 자본을 미국 외 나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즈니와 HBO가 미국이란 나라에서 오랜 세월 동안 히트 콘텐츠 상품을 제작했다면, 넷플릭스는 미국 아닌 나라에서 새로운 문화상품을 발굴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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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 참가한 넷플릭스는 앞으로 10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 제작 및 공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190개국에 선보일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신작 라인업은 초자연적 액션 드라마부터 공상과학 로맨스, 리얼리티 쇼, 스탠드업 코미디, 틴 드라마 등으로 다양하다. 위의 장르들은 보통 할리우드산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대중보다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작품들 말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긁어모으고 있는 전 세계적 구독료 덕분에, 콘텐츠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도 이러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OTT 서비스가 세계의 영상 콘텐츠 생산량을 균등하게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천문학적 자본 경쟁 덕에, 우리는 한국형 좀비물,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한국형 SF 등 그간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화려한 콘텐츠의 항연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좋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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