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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5.05

재택근무의 허와 실

코로나19 덕분에 체험해본 재택근무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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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라는 단어는 하염없이 달콤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그려보던 미래의 풍경 중 하나였다. 그렇게 막연했던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일을 하라는 지침이 회사에서 내려온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려진 결정이다. 사실 언택트(Untact) 산업은 여기저기서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왔다. 쇼핑과 각종 서비스의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며 주목받았고, 잔디, 플로우, 팀즈, 슬랙과 같은 업무 협업 툴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친다.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은 효율이다. 출근시간의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확 줄어든다. 침대에서 일어나 온라인에 접속하면 출근이고, 끄면 퇴근이다. 매일 약 2시간씩 보내던 허송시간을 좀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복장이 가져오는 압박의 자유도 상쾌하다. 식사 전후로 짜릿한 긴장을 선사하는 의상을 비롯해 구두와 브라, 메이크업의 감옥에서 해방이다. 이 외에도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및 감정노동 절약과 상황에 맞게 조율할 수 있는 컨디션은 사무실에서 5시간 붙잡아야 했던 일을 2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집중력을 뽑아낸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나와 맞네 안 맞네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강제적 재택근무 실험 상황은 좁힐 수 없는 세대 차이처럼, 단시간에 극복하기 힘든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정교한 성과 관리 시스템이 안착하지 못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정규직으로 고용된 노동자는 표준근로시간에 근거해 일을 하는 만큼 월급을 받는다. 아직 인사고과에서 사원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에는 근태 항목도 굳건히 존재하는 덕에 근로시간만 채우면 월급은 나온다. 만약 월급의 책정과 지급 기준이 성과를 기준으로 바뀐다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근로시간 외 수당에 대한 회사의 책임도 사라진다. 성과 쟁취를 위해 어쩌면 복지라는 항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확인하고 관리할지 회사와 근로자 모두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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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근무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근제, 원격근무제, 출퇴근시간과 업무 공간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등은 2017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제도지만,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회사는 매우 드물다. 재택근무는 부동산, 경력 단절과 같은 사회문제부터 새로운 세대를 조직에 흡수할 때 발생하는 갈등에 시원한 답이 되어줄 수 있지만 부작용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율근무제를 시행하는 국가에서 ‘프리랜서’가 직업의 한 장르로 확실히 자리잡을 수밖에 없었던 건 근태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래의 업무 방식으로 각광 받는 이 혁신은 장기적으로 일에 지배당하는 우리의 삶을 해방하는 통쾌할 결말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워라밸’ 지향 정책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데 걸린 노력과 시간을 계산해보면 재택근무도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무리 맛있는 밥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이제 막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며 진보한 근무 환경을 만든 우리에게 재택근무가 과연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시행될 수 있을까? 일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을 지배할 때 근로자는 비로소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성이 공간으로 완성되지만은 않는다.
#회사 #회사원 #워라벨 #언택트 #재택근무 #코로나19 #52시간근무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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