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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5.06

비일상 속 소통법

코로나19 시대에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잊고 있던 기본적인 에티켓만 잘 지켜도 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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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으니까
B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대부분 점선으로 표기된다. 선이 굵으면 그의 안위를 의심해봐야 할 정도로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하는 스타일이다. 워낙 공사다망한 스타일인지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다. 그런 B에게 기분이 상한 건 실시간으로 올리는 스토리에는 이것저것 포스팅을 하기 시작하면서 메신저에는 답이 없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SNS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애가 메신저 앱 알림을 꺼놓을 리는 없다. 그래서 ‘안읽씹’이라는 판단 외에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보란 듯이 올려놓고 답이 없는 그녀의 행동에 서운해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의 소식이 내 피드에 올라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 시대의 선
마케팅팀의 R과장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격을 가졌다. 사내 ‘인싸’로 통하는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편한 논쟁이 있는 미팅에도 그녀가 있으면 평화롭게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입담이 화려하다. 회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나도 그녀와는 종종 퇴근 후 맥주 한잔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기분이 좋은 취기에 SNS를 공개하고 ‘맞팔’을 맺은 게 원인이었다. 재택 근무 중 ‘@님이 회원님을 태그했습니다’라는 인스타그램의 알람이 떴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든 알람은 회사 사람들이 나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는 소식. 빛의 속도로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R을 향한 실망과 동시에 방심했던 마음의 벽을 견고하게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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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낄끼빠빠’
통신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만나지 않고도 연락을 주고받는 건 쉬운 일이다. 영상통화를 하면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영상통화를 하려는 A의 연락은 반가움보다는 차단하고 싶은 욕구가 앞선다. 씻고 있을 때, 밥 먹을 때, 분위기를 잡고 영화 볼 때, 집중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울리는 영상통화 알람 때문에 방해 금지 모드까지 설정해놓았다.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고, 받지 않으면 메시지 폭탄을 날리는 A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악이다. 사생활을 침범하는 A에게는 음성 안내 멘트가 더 확실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A의 소통이 더욱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부디 영상통화로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지 마시라.

똑똑 누구 없소
K와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점점 연락을 끊게 되었다. 평소에도 메신저의 답이 늦어 그와는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조차 특별한 일상이 된 요즘은 도저히 대화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30분간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식이다. 티키타카가 극에 달했을 때 갑자기 사라진 적도 여러 번이다. 대화를 하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상대의 빈자리를 마주하는 황당함이 느껴진다. 결국 빈 창에 나 혼자 할 말을 쏟아내고 “어디 갔니”라는 중얼거림만 남는다. 그러고는 1시간 정도 지나 “나 밥 먹구 옴”이라는 피드백이 돌아온다. 기분 나쁜 황당함에 연락 빈도를 줄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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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로 변신한 그대
평소 디지털 기기와 친하지 않은 D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해하고 있는 눈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D는 아예 모든 사람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 전화를 걸어도, 메시지를 보내도 묵묵부답인 그녀에게 집으로 전화를 하자 연락이 닿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고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 나와 달리 D는 스마트 기기와 아예 작별을 한 눈치다. D를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모두 그의 소식을 궁금해하지만 연락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일이 잦다 보니 모두 그녀와의 연락을 포기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일상생활로 돌아와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상적으로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가능할지 그녀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매너가 대화를 만든다
소통의 전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메시지를 던지면 답이 돌아와야 하고 핑퐁이 잘될 때 우정이 쌓인다. 취향이 비슷하고 지인도 겹쳐 단시간에 친해진 T를 이번 기회에 다시 보게 된 건 그의 ‘읽씹’ 때문이었다.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풍부한 리액션과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로 매너를 발휘하던 T는 메신저 대화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카카오톡을 보내면 숫자 1이 없어져도 답이 없고, 부재중 전화를 남겨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부재중 전화에 대한 콜백과 메시지에 답장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나로서는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다’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운한 마음이 점점 커진다. 상식의 기준이 다른 사람과 앞으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SNS #싱글라이프 #대화 #카카오톡 #우정 #코로나 #코로나19 #자가격리 #사회적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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