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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5.19

끼니를 바꾼 식탁 혁명가들

음식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나를 위한 식사법을 실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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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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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가든, 투뿔등심, 블루밍가든, 오스테리아 꼬또, 붓처스컷, 썬더버드, 비스포크420 등 총 9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인 SG다인힐 박영식 대표. 보통 1~2년을 넘기기 어려운 요즘 같은 외식업계에서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사랑 받는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내며 국내 외식업계를 움직이는 파워리더로 손꼽히고 있다. 평소 한끼 식사를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미식가이자 먹고 싶은 음식을 위해 운동을 하고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SNS에 공유할 정도로 지독하게 음식을 사랑하는 그는 노포에서 파인 다이닝까지 음식 취향 스펙트럼도 넓다. 세계 각지를 돌며 누구보다 많은 식문화를 접해 미식 트렌드라면 빠삭한 그가 몇 년째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식사 룰이 있다. 바로 클린이팅. 클린이팅이란 최대한 가공이 덜된 음식을 먹는 식습관으로 정제된 곡물이나 과도한 설탕, 나트륨, 가공된 식품을 멀리하고 최소한의 가열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상태의 식재료를 섭취하는 방식이다. 몇 해 전 뉴욕 출장에서 클린이팅을 접한 이후로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눈에 띄게 몸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클린이팅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하루 세끼 중 최소한 한 끼는 클린이팅 식단을 고집한다. “고깃집 아들이 무슨 클린이팅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클린이팅은 비건식과는 결이 달라요. 지방도 먹고 단백질도 먹지만 최대한 가공을 덜하고 깨끗하게 식사하는 데 방점이 있죠. 쌀밥 대신 현미밥을, 기름에 볶는 야채 대신 물에 살짝 데친 야채로 조리법을 바꾸는 식이에요. 다이어트 식단처럼 엄격하지도 않고,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하는 게 포커스다 보니 이것저것 준비할 필요도 없고 간편하죠. 무엇보다 맛있다는 게 클린이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하루 두 끼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고 아침 식사를 클린이팅으로 바꾸자 살짝 높았던 혈압과 혈당지수가 정상 범위를 되찾고 몸은 물론 머리도 맑아졌다. 그가 지난 2017년 건강식 레스토랑 ‘썬더버드’를 오픈한 것도 클린이팅의 효과를 체득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썬더버드에서는 혈당지수가 낮은 현미로 만든 떡과 당지수가 설탕의 3분의 1에 불과한 아가베 시럽을 넣고 만드는 떡볶이, 현미, 귀리, 호두, 캐슈너트 등 곡물과 견과류로 만든 식물성 고기를 올린 덮밥과 샌드위치 등 단백질과 탄수화물 함량, 혈당지수까지 계산해 만든 클린이팅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트렌드를 잘 읽는 경영자가 아니라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직접 클린이팅을 실천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대체 식품을 연구하는 푸드테크 사업을 시작했다. “밥은 안 먹어도 면은 없으면 못 사는 타입이라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로 만든 면을 구상하게 됐어요. 기존에 곤약이나 미역으로 만든 대체 면들이 있지만 실제 면 식감은 재현할 수 없어 아쉬웠거든요.” 세종대 식품공학부와 손을 잡고 연구를 한 결과, 탄수화물과 당을 거의 쓰지 않고 단백질 면 만들기에 성공해 올여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음식은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인데, 못 먹는 것이 많으면 슬프잖아요.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게 먹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 섭취 방식에서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겠다 싶어요. 미래의 외식업계가 고민해야 할 점이기도 하지만요. 오늘부터라도 하루 한 끼 정도는 의식을 가지고 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길 바라요. 간헐적 클린이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안리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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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일대의 자연 재배 농작물을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market_lazyheaven)으로 판매하는 마켓레이지헤븐의 안리안 대표. 패션쇼 기획을 하면서 점심엔 지인들과 파인다이닝에, 저녁엔 편의점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먹는 생활에 지쳐갈 때 즈음 그녀는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고 남편과 함께 전국 일주를 떠났다. 여행 중에 고창에서 임성규 농부를 만나 그녀의 인생 전체가 바뀌었다. 비료나 퇴비 없이, 땅의 기운을 그대로 머금은 농산물을 먹어보니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인터뷰에 앞서 자연농법으로 기른 파프리카와 셀러리를 마트에서 구입한 것과 맛을 비교해보라며 썰어 주었는데, 그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자연농법의 채소는 첫맛은 짰지만 이내 입안 가득 향긋함이 맴돌았다. 반면 마트에서 파는 야채는 싱겁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마켓레이지헤븐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런 맛과 진짜 멋을 선사하고 싶다. 마켓레이지헤븐에서 파는 과일, 야채는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생소한 품종도 있다. “우리가 먹는 야채, 과일은 모두 유통에 의해 결정된 것이에요. 사람들이 무르거나 깨진 것엔 눈길을 주지 않으니까 단단한 품종 위주로 기르거든요. 반듯하고 예쁘게 키우려면 퇴비, 농약을 피하기도 어렵고요.” 지구상에 2만5000여 종의 토마토가 있지만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건 서른 종 남짓이다.
그녀는 팜투테이블을 실천하면서 농부가 들인 시간, 마음 자체를 바라보게 되었다. 무비료, 무농약, 무경운, 무퇴비의 원칙을 지키는 자연농법은 어지간한 고집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 땅의 성질이 하나로 고정되지 않도록 교대로 다른 작물을 심어줘야 한다. 아는 것이 많으면 선택이 더 어려워질 법도 한데 그녀의 식탁은 예상외로 단출하다. “아침 식사는 꼭 집에서 차려 먹는데 다양한 종류의 떡과 유제품을 믹스매치한 ‘떡모닝’을 즐겨요. 떡과 치즈, 요거트, 과일을 먹거나 꿀이나 직접 만든 콘피츄르와 함께 먹죠. 간단한데 든든해요.” 밥과 반찬, 국으로 이뤄진 한 상차림이 아니라 한 접시 요리를 즐기기 때문에 농산물의 신선도나 맛이 더 도드라질 법했다. 그러나 그녀가 까다롭게 선택하는 것은 일상적인 재료다. “대부분 과일을 선택할 때 유기농, 무농약을 확인하는데 기본적이고 제일 자주 먹는 재료를 가장 좋은 것으로 선택하려 해요. 쌀, 물, 달걀, 양념이나 오일 같은 걸 구입할 때 반드시 생산자를 확인하죠.” 그렇다고 그녀의 식탁이 유기농의 녹색빛으로 채워진 것만은 아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배달음식과 가정 간편식을 이용해요. 사골 육수를 사두었다가 떡만 넣어 떡국을 끓인다거나 피자를 주문하되 진짜 좋은 오일과 소금, 발사믹 식초로 간단하게 드레싱을 만들어 샐러드를 만들어서 함께 먹죠. 좋은 재료를 사용한 간편식을 고르고 거기에 내 손맛을 더해 덜 인스턴트스럽게, 그리고 주말 한 끼라도 직접 장을 보고 다듬어 소중한 한 끼를 만들어 먹는 건 어떨까요?”

류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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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면 음식이 어디로 숨었는지 알 길 없는 미지의 공간이 펼쳐진다. 과연 식재료를 보관하는 최선의 방법이 냉장고일까? 디자이너 류지현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쇠고기를 보곤 같은 의문이 들었다. 2009년 그 고민의 결과를 석사 졸업 작품으로 과일과 야채를 각각의 특징에 맞게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나무 선반 ‘지식의 선반’을 선보였다. “냉장고도 도구니까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구를 쥐어주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냉장고처럼 겉을 가리고 음식을 가두면 사람과 음식의 관계는 자연히 멀어져요. 냉장고 밖에 두고 제 눈과 손으로 관리하는 거에요. 냉장고 없이는 못 살 것만 같지만 냉장고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건 이제 겨우 100년이죠.” 이후 ‘Save Food from the Fridge(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해내자)’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녀는 이탈리아인 남편 다비드 아르투포와 5년간 유럽, 남미 곳곳의 부엌과 텃밭, 농장으로 냉장고가 없던 시절 할머니, 어머니들의 지혜를 찾아다녔다. 가을에 수확한 포도를 숯을 넣은 물병에 꽂아 다음 해 봄까지 싱싱하게 보관하고 차가운 냇물에 감자를 넣었다가 꺼냈다 밟기를 일주일간 반복해 2~3년간 저장하는 지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람의 부엌>이란 책으로 정리했다. “냉장고의 리듬을 따르면서 자연과 음식에 대한 우리의 감각도 무뎌졌죠.” 그녀는 윤리적인 소비보다 우리가 음식과 자연,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장을 보고 돌아오면 모든 음식을 냉장고에 넣잖아요. 그전에 원산지나 슈퍼에서 실온에 보관했는지, 냉장고에 있었는지를 기억하면 돼요. 바나나는 열대 적도에서 나는 품종이니까 냉장고에 들어갔을 때, 처음 느껴보는 차가운 온도를 경험하게 돼요. 사람으로 치면 감기에 걸리는 거죠. 당연히 맛도 영양도 파괴돼요.” 실온에서 야채나 과일을 보관할 때는 작은 세심함만 가지면 된다. 당근 같은 뿌리채소는 위로 자라는 성질이 있으니 모래에 꽂아두면 좋고, 양배추는 잎이 물에 닿지 않을 정도로 밑동만 물에 살짝 담가두면 된다. 최근 그녀는 이런 실천법을 소개하는 책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savefoodfromthefridge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한다. “내가 부엌의 주인이 되어서 주체적으로 규칙을 세워보는 것. 그걸로 충분해요.”
#인터뷰 #음식 #식사 #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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