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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8.07

여행의 가치

코로나19는 일상의 본질을 바꿨다. 여행 성수기에 생각해보는 여행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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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달 동안 ‘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낸다는 ‘놀다’의 사전적 정의로 따지자면 사실 어제도 놀았고 그제도 유흥을 즐겼다. 하지만 어딘지 성에 차지 않는다. 놀았지만 논 것 같지 않은 찝찝한 기분. 출장과 개인적인 여행을 이유로 두세 달에 한 번씩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나의 역마살 총량은 해소되지 못한 채 흘러 넘치기 직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힌 이후 나만 겪는 고통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는 여행 업계에 전무후무한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사스, 글로벌 금융 위기, 일본 대지진 등과 같이 세계를 뒤흔든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유지되었던 여행업이 처참히 무너졌다. 전염성 강한 호흡기 질환인 탓에 사회적 거리 두기, 자가 격리가 절실하니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7월 5일 한국항공협회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6월은 잠정치) 국적 항공사 9곳의 국제선·국내선 여객 수는 557만4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65만여명)에 비해 76% 급감했다. 이스타 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모든 노선을 셧다운했고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기내식 사업과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행, 항공, 호텔 업계에서 순환 휴직, 무급 휴직, 희망 퇴직은 이제 일상의 언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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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언더투어리즘(Undertourism)은 덜 붐비는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뜻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불필요한 여행을 줄이고 환경과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여행이라는 능동적인 의미로 변할 것이라는 의미다. 위기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자꾸 들여다보고 쪼개 보고 탐구하는 과정은 놓쳤던 여행의 가치와 문화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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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종말?

여행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공기를 음미하고 풍경을 눈에 담고 상황을 경험하는 몸의 기록이다. 지난 몇 년간 여행은 우리 일상에 파고들어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세밀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고 쉽게 닿을 수 있었다. 이미 그 맛을 알아 버린 탓에 여행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일 대만 항공청은 판타지 비행 행사를 마련했다. 캐리어를 끌고 타이베이의 쑹산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탑승 체크인을 하고 보안 검색과 출입국 사무소를 거쳐 비행기에 올랐다. 지정된 좌석에 앉으니 이들에게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가 제공됐다. 하지만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비행기 탑승 체험이었다. 강화된 방역 지침과 탑승 절차에 대한 예습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180명을 모집하는데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VR 여행 또한 큰 인기를 끈다. 토트넘 구장, 불꽃 쇼 등의 콘텐츠를 담은 SK텔레콤의 VR여행 레저 콘텐츠의 3월 이용량은 1월 대비 42% 증가했다.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호캉스’ 상품은 모두 나열하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매일 방대한 양이 새롭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여행을 향한 인간의 욕구가 완성한 새로운 여행 모델에서 새삼 깨닫는 것은 여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존폐의 기로라기보다 진화의 순간인 셈이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가 3월부터 5월까지 이용 데이터와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코로나19 이후 여가 트렌드는 SUPER다. 특급(Supreme), 언택트(Untact), 개인화(Private), 체험형 레저(Experience), 여행 심리 반등(Rebound)으로 구성된 트렌드는 여행에 대한 고민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앞으로 여행을 계획할 때 ‘어디로 가지?’보다 여행을 구성하는 요소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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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의 여행을 그리는 시나리오는 무궁 무진하다. 유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면역력이 생겼거나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확인해주는 여권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코로나19 항체 보유자와 음성 판정을 인증하는 목적이다. 항공료의 상승으로 여행이 부자들의 취미가 될 것이라는 예측, 장거리 직항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있을 수 없고 여러 사람이 한 곳에서 밥을 먹는 게 불가능하니 기내식도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연스럽게 직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장거리 여행 시 환승을 거듭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많은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여행 산업의 시스템도 분명 달라질 테지만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는 없다. 번거로움과 수고가 동반하는 수고와 노력 덕분에 여행의 의미 자체가 변할 뿐이다. 여행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행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최근 <여행의 미래>를 펴낸 김다영은 코로나19 이후 여행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해외여행이 특별한 이벤트에서 일상의 소비로 자리 잡으면서 ‘돈 버느라 고생한 내게 주는 보상’의 일종으로 여기는 소비 패턴이 지금까지 여행 시장을 이끌어왔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행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죠. 이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왜,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하는지를 여행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자문하게 될 거예요. 이 변화는 여행을 떠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도 ‘나는 여행지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고려하게 만들 거예요”라고 예측했다. 그녀가 코로나19 이후 여행 업계 키워드 중 하나로 예측한 언더투어리즘(Undertourism) 또한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본래 언더투어리즘은 덜 붐비는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뜻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불필요한 여행을 줄이고 환경과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여행이라는 능동적인 의미로 변할 것이라는 의미다. 위기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자꾸 들여다보고 쪼개 보고 탐구하는 과정은 놓쳤던 여행의 가치와 문화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멀리 떠나고 싶은 찰랑거리는 마음은 가보지 못했던 소도시 여행을 계획하는 것으로 충족하고, 비대면 여행 프로그램을 구글링하며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여행 #코로나19 #여행성수기 #여행미래 #코로나19여행 #언더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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