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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6.10

불안과 불만 사이

조금 잠잠해질 줄 알았더니 다시 시작이다. 코로나19 이슈로 희망퇴직 사례가 늘고, 찬바람이 불던 고용시장은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현실은 불안하고, 불만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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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우리는 대부분 퇴사를 고민할 때 이직과 전직 사이에서 고민했다. 희망퇴직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희망퇴직을 강요 받거나 연봉 동결은 물론 임금 삭감까지 당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뤄두었던 이직을 이제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여러 가지 고민이 발을 붙잡는다. 회사와 일에는 만족하지만 회사 경영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이 아닌 것 같아 구직 사이트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지금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베스트 타이밍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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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 vs 개미
감정의 동요가 휘몰아칠 때 본인의 성향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놀아본 적 없는 사람 의외로 많다. 퇴사만 하면 보란 듯이 잘 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노는 것에 금방 무료함을 느끼기도 한다. 스스로 개미처럼 일할 때 본인의 삶에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 아닌지 되돌아볼 것. 뷰티 브랜드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A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마자 권고사직을 당했다. 2020년의 마케팅 예산이 대폭 축소되면서 할 일 자체가 사라진 A는 썰물처럼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런데 사실 늘 퇴사를 꿈꿨기 때문에 생각만큼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논 지 이제 한 달 반이 흘렀다. 출근할 때는 금방 흘렀던 하루가 지금은 놀라울 정도로 더디게 흘러간다. 이제는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구직 활동을 하기에는 귀찮다. 이러다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금방 소진해버릴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지 하루하루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막막함과 절실함은 비례하지 않는 건지 불안함을 식량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고 있다. 스스로도 내가 베짱이인지, 일을 하고 싶은 개미인지, 헷갈린다.

자아실현 vs 안전 제일
위험에 처했을 때 나오는 것이 사람의 진심이듯 전 세계적 위기에 처해보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바람 앞에 등불 같은 곳이었는지 알게 된 사람이 꽤 많다. 의외로 ‘우리 회사 꽤 튼튼하잖아?’라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회사도 있고, ‘튼튼한 줄 알았더니 썩은 동앗줄이었어’ 하는 회사도 분명 있다. 인테리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K는 업무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개척해 나간다는 뿌듯함과 자신이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보람과 사명감을 느꼈다. 하지만 배울 사람이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다. 스타트업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유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위기에 처해보니 정말 직원의 희생을 갈아 넣어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던 일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뒤로 밀려났고, 지금껏 관심도 두지 않았던 일을 억지로 맡게 됐다. K는 ‘집’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 데이터를 쌓아가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고 할인 행사를 소개하는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거래처와 물량이 풀리는 일자를 조정해야 했고, 원가를 조금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뛰어야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K가 하던 콘텐츠 일이 가장 먼저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씁쓸했다. 그동안 열과 성을 다하던 일이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내쳐지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억울하다. 스스로를 업무를 하면서 자아실현도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직장에 다니는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런 직장은 없었나 보다. 적어도 업무가 바뀌지 않는 회사로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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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이밍
사랑만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타이밍은 중요하고, 그 타이밍은 결국 어떤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1월 중순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이토록 우리를 지난하게 괴롭힐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처럼 인생에 어떤 기회가 올지, 그 기회를 당신이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타이밍이 왔을 때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역시 준비가 필요하다. 사서로 일하는 J의 취미는 요리하기.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다. 쉬는 날이면 ‘#집밥스타그램’ ‘#홈카페그램’ 콘텐츠를 만들어 팔로워들과 공유하고, 그들에게서 피드백을 받는다. 그렇게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한 콘텐츠 쌓기가 어느덧 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하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볍게 시작해온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한 브랜드의 제안을 받아 J만의 요리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예쁘기만 한 음식이 아니라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J의 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기만 하던 J는 요리에 관한 글을 쓰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다. 브런치에 하루하루의 집밥을 연재하고, 그 음식에 대한 간단한 기억을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혼자만의 일기장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꽤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3개월간에 일어난 일이다. 취미 생활을 그저 신나게 했을 뿐인데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 또 다른 취미까지 만들어졌다. 사진으로만 기록하던 요리를 이제는 글로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주로 읽던 책의 분야도 많이 확장됐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에세이도 지금은 내 얘기처럼 읽히고, 덕분에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늘었다. 요즘은 매사를 진심으로 대하는 법까지 습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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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vs 안정
우리는 고용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고용이 불안한 시대에 살면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사를 꿈꾼다. 누구나 가슴 한쪽에 사직서를 품고서 말이다. 여차하면 사직서를 던지고 싶지만 ‘여차’할 그 용기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당장 서울의 이 많은 집들 중에도 내 집 하나 없는 싱글족들은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며 산다. 누구나 로또 당첨을 꿈꾸지만 그 누구나가 내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 누구나가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기대감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로또를 사고, 일요일 밤이면 여지없이 좌절한다. 모험과 안정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B는 어릴 적부터 여행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극심한 반대를 할 만큼 B는 공부를 잘했고, 연봉이 적다는 인식이 있는 여행업계 대신 안전하게 대기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월급을 받으면 어느 정도 만족했고, 업무도 그럭저럭 할 만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업무가 어렵지는 않다. 그래도 마음 한편의 아쉬움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이제 부모님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봤으니 B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 사업을 시작해보려던 찰나 코로나19로 발목이 잡혔다. 우선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로 했다. 부족했던 영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여행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책도 독파하기 시작했다. 이 사태가 끝나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회사 다니는 것도 예전만큼 싫지 않다. 동료들은 오히려 “요즘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라는 말을 할 정도다. 모험을 떠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우발적 vs 계획적
공무원인 L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구직 사이트에 접속한다. 다른 사람들은 L에게 불안함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L은 끊임없이 불안하고 불만스럽다. 이 불안이 불만에서 온 것인지 코로나19에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고용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불안하다. 애초에 공무원이 그에게 맞지 않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점점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몇 번의 임용고시 실패 후 자연스럽게 공무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차라리 엄마라도 붙잡고 ‘엄마 나 좀 말리지 그랬어’ 하고 싶은 심정인데, 그럴 수도 없어 답답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사 역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인지 헷갈린다. 교육학과를 선택한 것도 별 고민 없이, 국어교육을 전공한 것 역시 별 고민 없이, 임용고시에서 공무원 시험으로 전향한 것도 역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빨리 선택해서 실행하는 L에게 ‘정말 대단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결정이 후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전혀 대단하지 않은 것을 진짜 대단한 일이라고 스스로 으쓱했기 때문이다. 지금 잠깐 휴직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용기가 없는 쫄보라 바로 퇴직을 하진 못하겠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우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계획적인 선택으로 채워 나가고 싶다.
#연봉 #커리어 #이직 #퇴사 #불만 #불안 #전직 #코로나19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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