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메뉴
Search
마이페이지

Life2017.03.09

화이트데이 악몽 배틀

아, 달콤한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있자니 너무나 눈물 나게 쓰디쓰던 화이트데이가 떠오른다. 누가 누가 최악일까. 화이트데이 악몽 배틀.

null
기억나니? 나 병아리야
대학 때 맨날 매고 다니던 에코백이 있었다. 1만 원 정도면 사는 천 가방이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도 아니었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매일 메고 다녔다. 너무 마르고 닳도록 메고 다닌 탓일까, 어느 날 갑자기 가방끈이 툭 떨어져 버렸다. 그냥 새로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화이트데이가 다가왔고 남자 친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열어 보니 때 타고 너덜너덜해진 내 에코백을 남자친구가 세탁소에서 고쳐 온 것이었다. 심지어 가방에는 그가 나를 불렀던 별명 ‘병아리’가 수놓아져 있었…다… 차라리 1만 원짜리 에코백을 사줄 순 없었던 거니.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꼭 그렇게 병아리로 삐약삐약 덮어버렸어야 했니… 그는 눈치도 없이 “어때? 이 정도면 세상에서 제일 센스 있는 남자친구 아냐?” 하며 뿌듯해했다. 그 한 달 전인 밸런타인데이 때 남자친구에게 뭐 해줬냐고? 호텔 예약과 가죽 지갑. #내가_유치원_병아리반이냐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는 남자
나는 예쁜 액세서리를 참 좋아한다. 평소에도 액세서리를 최소 하나는 하고 다니고, 특히 데이트가 있는 날에는 좀더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연애를 시작하고 맞는 첫 번째 화이트데이, 남자는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평소에 액세서리 엄청 좋아하더라고.” 남자는 아무 장식 없는 골판지 상자를 꺼내서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새삼 그의 섬세함에 감탄했다. 그리고 저 상자 안의 선물이 뭘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작은 귀고리? 어머, 혹시 커플링?!’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살포시 열었는데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여기에다가 네가 가진 반지, 귀고리 넣으면 딱이겠더라고. 그래서 가져왔어~”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니 정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둘 중 하나라도 행복하니 다행이다. #슈뢰딩거의_선물


내 표정이 뭐왜뭐
화이트데이 당일의 홍대가 그렇게 붐비는 곳일 줄 몰랐다. 들어가는 식당마다 만석이라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아무 삼겹살 집에나 들어갔다. 너무 허기가 져서 고기가 어서 익기만을 기다리는데, 당시 남자친구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지금 화이트데이에 삼겹살 집 왔다고 그런 표정으로 앉아 있는 거야?” 응? 내 표정이 뭐 어떻길래…? 나는 그냥 배가 고플 뿐이라고! 나는 별생각 없고, 삼겹살을 좋아하며, 지금 너무 허기져서 얼른 먹고 싶을 뿐이라고 했더니 “너도 다른 여자들하고 똑같아! 삼겹살이 뭐 어때서!”라며 계속 화를 내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난 삼겹살 좋다니까? 너 지금 내 얼굴과 삼겹살을 동시에 모욕하고 있는 거 아니? 결국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제 분에 못 이겨 계속 씩씩거리는 남자를 놔두고 나와버렸다. 하… 배고팠는데… #삼겹살사랑해


null
괜…괜찮아, 속이 안 좋아서
당시 우리는 2년 넘게 사귄 커플이었다. 원래 이런저런 날을 그리 챙기는 편이 아니어서 화이트데이라고 특별한 걸 기대하진 않았다. 그냥 밥이나 먹고 헤어질까 했는데, 남자친구가 “화이트데이 선물이야” 하며 상자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한 눈에도 아주 깨끗해 보이진 않는 상자 안에는 껍질을 벗겨 약간 녹은 알사탕이 불안한 하트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예쁘지? 내가 하나하나 껍질을 까서 만든 거야. 만든 성의를 봐서 얼른 하나 먹어” 하는 남자친구 앞에서 말도 못 하고 동공지진. 참고로 사귀는 내내 남자친구가 화장실 다녀오며 손 제대로 씻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너_이번엔_손_씻은거지?

4단 도시락은 눈물을 타고
스무 살 때 일이었다. 화이트데이 전날이었고, 난생 처음 사귄 남자친구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도시락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무려 4단 도시락을…! 그런데 자꾸 그에게 카톡이 왔다. “어디야?” “나 오늘 바빠, 볼일 보러 나왔어”, “내가 너희 집으로 가도 안 돼?”, “응, 미안. 오늘은 안 될 거 같아 ㅜㅠ 내일 보자,”, “언제 들어오는데? 너네 집 앞이야, 올 때까지 기다릴게.” 한 칸짜리 자취방에 살던 시절이라 산더미처럼 장을 봐온 것들을 어디 숨길 데도 없었다. ‘오늘 꼭 할 말이 있다’며 끈질기게 만나자고 하던 남자친구는 결국 화를 내며 “넌 맨날 이런 식이야!”라며 나를 몰아세웠다. 다음 날, 밤새 만든 4단 도시락을 들고 약속장소인 롯데백화점으로 나갔다. 약속장소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남자친구는 연락 한 통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혹시… 어제 꼭 해야겠다던 말이 헤어지잔 소리였니…? 갈 곳 잃은 4단 도시락은 그대로 친구 집으로 들고 가 둘이 배터지게 먹었다. #밥은_먹고_다니냐
친구라도 되지 그랬니
몇 년 전 화이트데이의 일이다. 흐름 상 오늘이 지나면 ‘썸남’이 ‘남친’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던, 나대로는 꽤 중요한 날이었다. 그즈음 사용기간이 3월 20일까지인 영화 초대권이 생겼는데, 공포영화라 나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냥 버리기도 좀 아까웠다. 그래서 동호회로 알게 된 ‘남자 사람 친구’ A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화이트데이 당일, 점심에 학교 근처 카페에서 A를 만나 초대권을 건넸다. 자리를 나서며 계산대 옆에 사탕 그릇이 놓여있는 걸 본 A가 장난스럽게 “옜다, 사탕!” 하며 내게 누룽지맛 사탕 하나를 주길래 무심코 받았다. 그러고는 저녁에 썸남을 만났다. 과연 그도 나와 잘해볼 마음이 있었던 것인지 진짜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사탕 박스를 주는 게 아닌가! 기쁜 마음에 인스타 인증샷도 찍고, 이제 이렇게 오늘부터 1일인 것인가, 두근두근 설레는 발걸음으로 그날의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이없게도 그 다음 날 나는 ‘화이트데이에 양다리 걸친 남자 둘에게 사탕을 받은 여자’가 돼있었다. 내 인스타그램을 본 A가 ‘낮엔 날 만나서 사탕을 받더니 어떻게 밤에 다른 남자를 만날 수가 있느냐’며 온 동호회 사람들을 붙잡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던 것이다. 아니, 계산대 옆에 놓인 누룽지맛 사탕 하나 덜렁 줘놓고 뭐가 어쩌고 어째?! 문제는 나의 썸남도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다는 것. 결국 오해를 제대로 풀지 못해 썸남과도 깨졌고, ‘남자 사람 친구’였던 A는 ‘남자 사람 이하 친구도 아닌 자’가 되었다. #사람이_아니므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섹스앤더 시티, 멀홀랜드 드라이브, 친구와 연인사이,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 맵투더스타, 개 같은 날의 오후, shutterstock.com
#싱글즈 #연애 #남자친구 #데이트 #라이프 #선물 #화이트데이 #싱글라이프 #연애고민 #기념일
<싱글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좋아요
목록보기


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URL복사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 필요합니다.
나의 포인트 :

주소찾기

닫기
주소검색

동, 읍, 면, 기관, 학교 등의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