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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8.06.28

집에서만 데이트하려는 남자 조련법

귀찮아서, 돈 아끼려고 데이트를 집 안에서만 하다 보면 관계의 신호등엔 빨간불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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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매일 집에서 만나 지루해진 데이트 권태기. '우리'가 이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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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용품 중 ‘마약방석’이라는 물건이 있다. 마약을 한 것처럼 헤어날 수 없는 쾌락과 궁극의 편안함을 주는 애완견용 방석이다. 집 안 데이트의 ‘마약방석 같은’ 편안함에 중독된 커플은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왜? 그들에겐 신작도 금방 업데이트되는 쿡TV가 있으니까. 여자 입장에서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발이 퉁퉁 부을 때까지 걷지 않아도 된다. 남자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기 위해 미리 예매를 하고, 좋은 자리가 없어 앞줄에 앉아 불편하게 보지 않아도 된다. 데이트 복장은 잠옷이면 충분하고 돈 만원으로 팝콘과 콜라를 사는 대신 치맥을 앞에 두고 온갖 기묘한 자세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영화를 보러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데이트는 모두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기다리고 보고 싶어했던 신작이 나와도 좀처럼 영화관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TV로 모든 걸 해결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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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으로 매주 주말 집에서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건, 매주 주말 언제든 섹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옆에서 잠옷을 입고 요리를 하는 여자친구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도 유통기한이 있다. 두세 달이 지나면 똑같은 잠옷을 입고 요리를 하는 여자친구가 ‘당연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잠들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나누던 섹스의 횟수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어차피 다음 주, 그 다음 주에도 만날 사이가 아닌가? 섹스는 오늘,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은 ‘도장을 다 채운 커피 쿠폰’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지금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다. 그러다 지갑에 들어는 있는지, 이미 써서 없어졌는지 쿠폰의 존재마저 망각하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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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남자들은 소변을 볼 때 변기 좌석을 올리는 동물이다. 매너 있는 남자라면 소변을 보고 다시 변기 좌석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한국 남자의 95% 이상은 ‘여자를 위해 변기 좌석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남자친구가 올려놓은 변기 좌석을 찜찜한 기분으로 집어 내리며, 여자는 내 집인데도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뜨거운 물을 펑펑 써가며 샤워를 하거나, 에어컨을 수시로 틀어놓는다. 남자친구가 드나들기 시작한 이후, 전기세와 수도세가 두 배 이상 나오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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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겐 이 여자와 빨리 결혼하고 싶은 욕구가 서서히 줄어든다. 아침만 대충 회사에서 해결하면, 저녁은 여자친구가 직접 해주거나 둘이 시켜 먹곤 한다. 빨래나 청소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마치 여자친구와 결혼이라도 한 듯, 신혼 생활이 주는 재미를 ‘반동거 데이트’만으로 충분히 누릴 수가 있다. 게다가 혼자 있고 싶은 날에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결혼의 장점은 누리고 단점은 교묘하게 커버되는 것이 ‘반동거’식 데이트다. 남자에겐 지금이 마냥 편하고 좋다. 그렇게 커플의 결혼 계획은 조금씩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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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를 집에서만 했더니 목이 쭉 늘어난 티셔츠처럼 관계가 지루해졌다. 마냥 편안해져 생기는 오해와 실수 때문에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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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거짓말’은 어떤 의미에서 선하다. 이를테면 매주 금요일마다 당연하게 여자의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주말까지 쭉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었다면, 그 패턴을 끊을 타이밍이 필요하다. 피트니스를 끊어도 좋고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전에 정기적으로 할 만한 클래스를 등록하는 것도 괜찮다. 혹은 데이트 외에도 중요한 일정이 있는 ‘사회인’임을 남자친구에게 은은하게 풍길 변명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나 주말에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하면 마냥 서운해할 수 있고 싸움의 발단이 될 수 있으니, 선의의 바쁜 척을 권한다. “나 오늘 중요한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해” “오늘은 엄마와 같이 저녁식사 하고 차 마시기로 했어” 등등.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점심에 중요한 일정을 만들고 나면, 주말 내내 여자친구의 집에 들러붙은 ‘소파귀신’을 조금 떼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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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좋게 부엌에 서서 남자친구와 요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특히 할 줄 아는 요리가 라면뿐인 남자라면 여자친구가 뚝딱 맛있게 해주는 요리만을 기대한다. 그러나 평일 내내 야근을 한 여자친구는 주말에 쉬고 싶을 뿐, 한 시간 내내 주방에 서서 땀 흘리고 싶지 않다. 결국 둘의 합의점은 배달 음식, 레토르트 음식이 되곤 한다. 토요일 점심과 저녁, 야식까지 모든 메뉴가 배달과 레토르트의 향연이 되면, 몇 달 후 커플의 체형은 조금씩 변한다. 뱃살이 늘어나거나 몸무게 앞 자리수가 바뀌는 악몽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어느 날 낳지도 않은 미래의 아들처럼, 배달 음식이 지겨워 집밥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남자친구를 보고 싶지 않다면, 외식을 권장한다. 집 밖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자고 제안하거나 요즘 커플들이 자주 찾는다는 카페에도 들러본다. 그 김에 근처 미술관, 백화점 어디에라도 들러 데이트의 동선에 변화를 준다. 오랜만에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야외 데이트를 시작해본다. 손을 잡고 걷는 기분이 무엇인지 새삼 떠올려보면 집 밖에서의 데이트가 왜 필요한지 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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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는 커플은 모텔에 갈 일이 없다. 자연스레 서로의 집에서 섹스를 하기 때문에 모텔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끊임없이 한 공간에서만 하는 섹스는 흥미와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김빠진 사이다처럼, 섹스는 더 이상 열렬하지도 뜨겁지도 않다. 서로 섹스가 무료해지고, 서로의 입냄새도 당연할 만큼 집에서 많은 밤을 함께했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자. 모텔이 더 더러울 거라 생각하지만, 정리 안 된 여자의 집보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모텔도 많다. 특별한 날에는 호텔에서 1박을 하며 색다른 공간에서의 섹스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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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 지 석 달 된 남자가 여자친구의 집을 자신의 집보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여긴다면? 게다가 귀찮게 빨래를 돌릴 필요도 없고, 삼시 세 끼 ‘차줌마’처럼 여자친구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따뜻한 밥을 챙겨준다면? ‘여자친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편하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자취집 데이트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곧 남자의 머릿속에는 여자친구의 자취집에 대한 개념이 수정되어 있을 것이다. 별다른 수고 없이 밥을 먹고, 매일 깨끗한 수건과 속옷이 놓여 있고, 자기가 사다놓지 않아도 물과 맥주가 넘쳐나는 냉장고가 있는 곳. 즉, 휴식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 여길 것이다. 한 달만 지나면 남자친구는 당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을 뿐, 엄마가 해주는 모든 역할을 바라게 될 테니까. 내 집에 놀러 온 손님이니 밥은 해주되, 빨래는 대신 해주지 않는다. 그 행동만으로도 일종의 사인을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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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처럼 여자친구도 잘 못하는 메뉴를 능숙하게 해내는 남자. 얼마나 매력적인가? “오늘은 우리 집에서 와인 한잔할래? 성게알 파스타 해줄게.” 음식의 맛과 와인, 남자의 매력에 취해 결국 남자친구 집에서 뻗어버리는 날이 하루이틀 늘어만 간다면? 그런 날들을 대비해 남자친구 집에 자신의 잠옷을 구비해둔다면? 남자친구 앞에서 ‘준비된 여자’이기를 조금씩 포기한다는 뜻이 된다. 갈수록 피부는 조금씩 망가진다. 아무리 클렌징과 기초 제품을 남지친구 집에 구비해 두더라도, 5개가 넘는 크림과 3개가 넘는 스킨 등 수많은 화장품이 올려진 내 집의 화장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트러블이 올라올 때 바를 스폿 제품도 없고, 발뒤꿈치 각질을 밀어낼 기구도, 이 남자의 집엔 없다. 괜히 연애 초기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듬성듬성한 눈썹에 각질이 가득한 발로 남자친구의 거실을 누빌 필요는 없다. 어차피 결혼하면 보게 될 모습인데 어떠냐고? 결혼을 하더라도, 굳이 자연인의 모습을 미리부터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잠은 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잠옷도 내 침대 위에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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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에 무슨 규칙까지 세우냐고? 모르는 말씀이다. 다툴 때에도, 함께 주말을 보낼 때에도 합의하에 정리한 규칙이 있으면 무엇이든 수월하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고 옆에 있어도 보고 싶을 정도로 깨가 쏟아진다 해도, 각자 혼자 보내는 시간은 필요하다. 일요일 저녁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마무리하고 싶은 여자에게, 느닷없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치킨을 사 들고 들어오는 남자친구가 반가울 리 없다. 월요일 저녁만큼은 대충 씻고 일찍 잠들고 싶은 남자에게 기가 막힌 떡볶이를 만들었다며 같이 먹자는 여자친구가 사랑스러울 리는 없다. 각자 보호 받고 싶은 영역과 사생활은 존중해야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을 정한다.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요일에는 3시 이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평일 10시 이후에는 갑자기 찾아가지 않기, 한 명이 요리를 하면 설거지는 다른 사람이 하기, 한 달에 한 번은 청소 대신 해주기 등등. 서로를 배려하는 규칙을 세워야 집 안 데이트를 하더라도 한쪽이 희생하지 않고 함께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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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내 소파’와 한 몸이 된 남자를 탓하지 말자. 알게 모르게 남자의 편의를 위해 사다 놓은 물건들이 구비되어 있는 건 아닐까? 여분의 칫솔, 새로 산 남자 면도기와 셰이빙 크림만 있어도 남자는 2, 3일은 거뜬히 여자친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남자가 내어 놓은 타월이 쌓여갈수록, 짜증의 농도도 진해진다. 샤워 후 이리저리 비누 거품이 튀어 욕실 청소가 필요해도, 내 집 청소를 남에게 시킬 수는 없는 일. 칫솔을 비롯한 그 외의 남자 용품을 절대 사두지 않는다.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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