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메뉴
Search
마이페이지

Life2019.03.19

그 남자의 거짓말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내 남자였던 이들의 숱한 거짓말은 어디서 왔을까.

null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데이트도 좋지만 갑자기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 하며 달려오는 예상치 못한 데이트는 더 짜릿하다. 무작정 남자친구의 회사 앞으로 찾아갔다. 보고 싶기도 하고, 주말에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는 뻔한 데이트보다는 나름의 변수를 주고 싶었다. 남자친구가 나오는 걸 보고 전화를 걸었더니 이게 무슨 일? 전화가 온 걸 보고서도 받지 않는 게 아닌가. 이후 바로 온 메시지의 내용은 이랬다. [지금 거래처에서 미팅 중이야.] 분명 내 눈앞에서 그가 지나갔는데 이게 무슨 거짓말인지. 너무 갑작스럽게 당한 탓인지 따지지도 못했다. 첩보작전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홀린 듯 남자친구를 미행하기 시작했고, 그가 도착한 곳은 일본식 선술집. 슬쩍 엿보니 대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갖는 술자리에 잔뜩 흥이 올라 있었다. 술자리에 단 한 명의 여자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내가 가지 말라고 할까봐 거짓말은 했지만 건전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미행하는 동안 온갖 상상을 다 한 내가 부끄럽고, 괜한 오해를 한 것 같아 남자친구에게 미안했다.
null
남자친구는 정말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러운 거짓말을 수시로 한다. 인스타그램에 며칠 전 갔던 여행지의 사진을 오늘처럼 올리고, [오늘이냐]는 댓글이 달리면 그렇다고 답하는 식이다. 돈에 관한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 상황을 뻔히 아는데도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풀려 오해하는 것을 바로잡을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는 듯하다. 부자냐고 물었을 때 굳이 가난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지만 없는 것까지 지어내면서 부자인 척을 하는 것은 무슨 심리일까. 처음에는 나한테도 잘 보이고 싶고, 사람들 앞에서 기죽기 싫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의 대화가 불편하다. 특히 둘이 있을 때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의 남자친구가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내가 두 사람과 연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체 어떻게 조언을 해야 남자친구가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람은 역시 고쳐 쓰는 게 아닌 걸까?
null
세상에는 너무나 달콤해서 믿고 싶은 거짓말이 있다. 분명 꽤나 허무맹랑한 말인데도 그의 말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 말이다. 그런 말이 바로 “네가 내 첫사랑이야”다. 나이가 몇 살인데 첫사랑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남자친구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놨다. 남자가 평생 잊지 못한다는 첫사랑의 주인공이 나라는 생각에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는 나에게 속삭였다. “네가 내 첫사랑이야.” 심지어 나의 첫사랑이 그가 아닌 것에 얼마나 미안해했는지 모른다. 그의 휴대폰을 보기 전까지는. 남자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의 이전 휴대폰을 보게 됐다. 남자친구는 잠깐 맥주를 사러 나갔고, 마침 충전이 돼 있던 휴대폰 갤러리를 본 후 집으로 도망치듯 와버렸다. 휴대폰은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내가 그의 첫사랑이라는 자부심을 그렇게도 강제로 심어주더니 이렇게나 많은 여자를 만났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럴 거면 첫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심어주지 말지.
null
그날은 눈이 왔고, 아주 오랜만에 칼퇴근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 가서 어서 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추운 날이었는데 지나가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했다. 딱 보니 또래인 것 같았고, 솔직히 외모도 완전 내 스타일이라 연락처를 준 후 그때부터 우리는 자주 만나다 연인이 됐다. 그는 나와 나이가 같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남자친구의 친구들과도 술자리를 가지면서 제법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그의 친구들이 나를 편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 친구가 나에게 “누나”라고 말해버린 것. 순식간에 술자리 분위기는 싸해졌고, 처음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친구의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 “나 사실은 누나보다 두 살 어려. 그리고 직장인 아니고 학생이야.” 두 살 어리고, 학생이라는 사실보다 6개월이 넘도록 들키기 전까지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화가 났다. 결국 들키지 않았다면 끝까지 속였을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null
친구들과 처음 가본 해외 여행이 태국 파타야였다. 나름 어리고 순수하던 시절, 친구로 보이는 남자 세 명을 비행기에서 보고 함께 간 친구들끼리 신기해했다. 그때 우리 중 가장 남사친이 많았던 친구가 말해줬다. “쟤들 지금 성관광 하러 가는 거야.” 그 뒤로 남자들끼리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 생각부터 들었다. 물론 그 목적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생각의 방향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출장을 간다고 했다. 방콕으로 가게 됐다고 말하면서 선물을 사오겠다고 하면서 떠난 그, 그때 왜 내 머릿속에 남자친구의 친구 인스타그램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출장을 떠난 지 3일 뒤 파타야 해변에서 놀고 있는 남자친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페이스톡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금 여기 인터넷 사정이 안좋다는 남자친구의 메시지뿐. 인터넷 사정이 안 좋은데 왜 그렇게 인스타그램 사진은 잘 올라가는 걸까.
null
사실 남자친구와 만나면 자랑스러우면서도 약간 주눅이 들었다. 부족한 내 자존감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말투에서 묘하게 나를 아래로 두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서울의 어지간한 대학을 졸업했고, 이름을 들으면 아는 사람이 훨씬 많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남친의 태도는 언제나 고고했다. 말끝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혹은 ‘우리 건물에’라는 말로 지식 자랑, 재산 자랑을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다고 말할 뿐 제대로 된 언급은 늘 피해왔고, 그렇게 자랑하던 부모님도 결혼을 약속한 후에야 뵐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앞두고 보니 남자친구가 나에게 보여줬던 모습은 신기루같이 사라진 후였다. 모아놓은 돈은 1000만원이 전부에다 부모님은 현재 무직에 [우리 건물]은커녕 [우리 집]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했다는데 미안하지만 그런 거짓말에 속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고, 그동안 그의 앞에서 움츠렸던 어깨도 이제는 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이별을 고했다.
null
처음에는 재미 삼아 스포츠 복권을 사더니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도박 사건은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라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내 남자친구가 스포츠 도박에 빠진다니, 상상의 한도를 벗어난 일이었다. 베팅 액수는 점점 늘어났고, 급기야 그는 직장도 그만뒀다. 밤에 대리기사로 일하면서도 돈이 생기면 도박을 했다. 그때 이별을 고했어야 하는데 내 안의 측은지심이 발동해 그와의 만남을 지속했다. 완전히 끝냈다고 하면서 도박 때문에 진 사채 빚이 남았다는 말에 돈을 빌려줬는데 알고 보니 그 돈으로 또 도박을 하러 갔다. 피 같은 내 돈이 도박밑천이었던 것. 대박 터지면 결혼하자는 사탕발림에 넘어갔던 내가 바보였다. 이런 남자와 결혼했으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을지. 그때라도 헤어져서 다행이다. 결국 그에게 빌려줬던 돈은 받지 못했지만 인생수업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 받아도 좋으니 그가 나와 이별한 것처럼 도박과도 이별을 고하길.
#싱글즈 #연애 #연애코치 #나쁜남자 #거짓말 #LOVE #연애팁
<싱글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좋아요
목록보기


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URL복사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 필요합니다.
나의 포인트 :

주소찾기

닫기
주소검색

동, 읍, 면, 기관, 학교 등의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