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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2020.07.10

핫펠트와 스텔라장의 패러다임

‘나로서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행동하라’ 감정노동의 버거움을 호소하며 ‘탈아이돌’을 선언한 후, 핫펠트는 비로소 가장 그다운 음악을 세상에 내보였다. 자신 속에는 히어로와 빌런이 공존한다며 뼈때리는 현실적 가사의 ‘빌런’을 발표한 스텔라장은 솔직한 내면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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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비올리나.
Q핫펠트(Hatfelt) 원더걸스의 예은이 아닌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이름이다. ‘진심이 담긴 음악, 마음이 느끼는 음악을 핫(Hot)하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2011년부터 이 예명을 사용했는데, 작곡을 시작하면서 크레디트에는 나만 아는 프로듀서명을 가지고 싶었다. 이 이름으로 대중을 만나게 되니 더욱 책임감이 느껴진다. 아메바 컬처가 가져다준 안정 아메바 컬처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유가 컸다. 3년 정도 함께했는데, 나를 아티스트로 받아들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 잘 이해하는 배려 깊은 회사다. 상품으로 대하지 않는 진정성에 안정과 위로를 얻었다.
불편한 진실, 페미니스트 선언 ‘선언’이라면 뭔가 대단하고 자극적이며 활발하게 투쟁과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내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은 얼마 전 예능에 나와서 얘기했던 이유와 같다. 아무래도 이 같은 논란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은 주제이고, 나의 모든 행동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표현하기 어려웠던 이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욱더 포커스를 맞췄다. 나는 본질적인 것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9세기부터 시작된 운동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은 시대상이 반영되면서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뉜다. 여성의 선거 참정권과 사회 전반적인 평등과 성적인 해방, 인종과 계급 등 대두된 문제를 투쟁한다. 우리나라는 싸우고 얻어서 쟁취하는 부분이 아닌, 상황적으로 외국에서 수입된 부분들이 있다 보니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함께 겪어보고 나눠보지 않아 잘못된 이해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도 종종 생긴다. <82년생 김지영>이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부터 이제나마 이렇게 화두를 올리는 것까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내가 그 화두의 중심에서 한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Q‘탈아이돌’이 가져온 감정의 밸런스 얼마 전 “감정노동을 하지 않기로 해서 웃지 않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라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사실 나는 에너지가 참 바닥인 사람인데, 자꾸 위로 끌어올려 사용하다 보니 내 다리를 찢어서 걷는 느낌이 들더라. 너무 아파서 에너지 충전을 위해 나를 혼자 놓아두려는 행동도 한다. 내가 내부에 가진 것과 외부에 표출하는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는 거다.
Q다음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성 뮤지션 생각보다 여성 싱어송 라이터들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반성하는 중이다. 스텔라장도 이번에 함께 <싱글즈> 화보를 찍으면서 알게 됐는데, 음악도 너무 좋고 마인드 역시 훌륭하더라. 이런 여성 뮤지션들이 좀더 집중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형성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아쉬운 상황들에 부딪친다. 우리가 그런 세대가 되어준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Q시대를 대표하는 주체적인 여성 아티스트 내가 한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아직 수많은 인고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언젠가 이루고 싶다. 혹자는 내가 이미 많은 이슈를 화두에 올려놓았다고 하는데, 아이돌로 인지도를 쌓아 아티스트로서 발을 내디딘 여성이 많지 않아 내 발언에 더욱 주목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후배들에게도 나의 케이스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익명의 계정으로 DM을 받은 적이 있다. 본인이 지금 활동하는 아이돌인데 이렇게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더라. 회사와 팬들, 대중이 바라는 것에 괴리감도 느끼고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는데, 나의 행보와 음악들이 힘이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장문의 내용이었다. 후배들이 어떤 길을 나아갈 때 많지 않은 선택권 중에 내가 선례가 되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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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원피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브라렛 레호, 쇼츠 롱샴,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비올리나.
Q레이디 가가(Lady GaGa) 뉴욕의 어느 카페에 갔을 때 카페 직원들이 얘기하는 레이디 가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 레이디 가가는 본래 송라이터 출신으로 남의 곡을 써주다가 가수로 데뷔한 케이스다. 직원 중 한 명이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를 극찬하면서 혹 그가 피아노 한 대만으로 노래를 두 시간 동안 불러도 그걸 보러 갈 거란 절대적 믿음과 확신에 찬 말이 멋있게 들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인 거다. 진심이 있는 아티스트라 존경한다.
Q체력은 곧 나의 음악 생명 서른이 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번에 13년 만에 처음으로 고열에 시달렸다. 평생 넘어본 적 없는 38℃라는 체온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모습을 보고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 음악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미리 체력을 비축하자.
Q솔직하고 직설적인 핫펠트의 내면의 이야기 <1719> 앨범 핫펠트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내게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원더걸스 예은의 그림자가 남아 있어 이질감을 느끼는 분이 많았다. 내가 다른 척, 있는 척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별개로, 내재되어 있는 진짜 나를 꺼내어 보여주고 있으니, 이미지가 맞지 않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돌로서 바라고 있던 모습에 대한 상대적인 놀람까지도 말이다. 그런 얽힌 매듭을 자연스럽게 풀고 싶었다. 나 역시 그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다가 2019년 11월 즈음 정규 앨범을 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017년과 2019년, 3년의 시간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내적 자아의 갈등과 혼란의 역사를 말하듯이 덤덤하게 풀어나가기로 했다. 초반에 모니터링을 한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 솔직하게 표현했다, 문학적으로 돌려서 표현해도 되지 않냐는 걱정이 대부분이었지만 이게 나의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나만의 스타일인 것 같아 방향성을 굽히지 않았다.
Q에세이가 실린 앨범 <1719>에 쓰여진 약속의 공간 처음 책을 펼치면 안내문에 서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나의 삶에서 가장 지독했던 3년간의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나의 민낯, 내면의 이야기들이 정말 속속들이 밝혀지는 과정이라 읽고 싶은 사람만 읽을 수 있게 서명란을 두자고 결정했다. <1719>는 시간의 개념과 더불어 책이긴 하지만 시공간으로 느껴지길 바랐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간과 내가 있었던 장소, 뉴욕, 한국, 테라스, 이런 공간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방탈출 게임에 붙어 있는 안내문처럼 가장 마지막에 쓴 것을 가장 앞에 배치해놓았다.
Q얼룩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챕터다. ‘나도 그냥 얼룩말로 살기로 했다. 나의 밝음과 어두움이 만들어내는 얼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온통 얼룩인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라는 문구는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지는 선명한 얼룩의 얼룩말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썼다. 애초에 검은 말과 흰 말이 교배해서 태어난 게 얼룩말이 아니라, 얼룩말은 얼룩말끼리 교배에 의해 태어난다는 이론을 어떻게 이해시킬까, 고민했다.
Q자유와 책임의 밸런스 내가 하는 작업 자체가 적당히란 것이 없다. 잘되거나 적자이거나 하는 일종의 도박 같은 느낌이다. 일이기에 부담감은 최대한 책임감으로 바꿔서 하려 한다. 부담감에만 눌려 음악이 나오지 않게 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자유롭게 누려서 하다 보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하니 시소처럼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Q믿음 소망 사랑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성경에는 믿음, 소망, 사랑이 나온다. 내가 어떤 사람과 사랑을 할 수 있으려면,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과의 앞날에 기대를 하며 소망, 희망 을 품어야 그 후에 참사랑이 완성된다. 연애는 튼튼한 사랑이 되기 위해 최대한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즐겁게 하는 게 맞다.
Q‘Life Sucks(형편없는 인생)’ 마음의 안정을 찾자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나는 하늘, 햇살, 새소리 등 자연에서 안정과 힐링을 얻는다. 언젠가는 고즈넉한 바닷가에서 인생을 보내고 싶다.
Q새 신발(I Wander)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서른둘이라는 것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의 정신 연령은 정해져 있는데, 그것과 신체 나이에서 오는 갭이 점점 벌어지고 있어 슬프다.
QSolitude 나 역시 고독을 즐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충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주체적인 여성 싱글로서 고독을 노래한다는 의미로, <싱글즈> 스테이지를 통해 구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QBluebird 내가 곧 파랑새라 생각하고 써 내려간 곡이다. 나도, 내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모두 파랑새라는 희망이다.
Q두 번째 스토리텔링 북에 담길 서사 나의 연애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그것만 주제로 묶어서 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데 에세이를 써보니 나의 이야기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는 생각에 소설로도 구상 중이다.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책임과 무게를 더하는 일이기에 꾸준히 고민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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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스커트 모두 더오픈 프로덕트, 브라렛 레호, 선글라스 오프화이트,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비올리나, 링 넘버링.
Q한 번 사는 인생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 2004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왔다. 프랑스의 유명 정치가나 사회 저명 인사들을 많이 배출한 엘리트 양성을 위한 ‘그랑제콜’이라는 학제를 이수했다. 나는 생명과학, 바이어 엔지니어링이라고 통칭하는 것을 전공했다. 회사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전공이 확실하게 들어간 케이스가 아닌 단순히 취업이 잘되는 혁신 경영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잠깐 록시땅 신제품 개발팀에서 인턴생활을 하는 데에 전공이 도움이 됐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놔야 하니까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졸업을 한 이유다. 나는 빅뱅을 좋아하고 힙합을 할 거라 외쳤다. 어느 날 내가 진짜 하기 싫었던 공부의 탈출구로 손에 잡게 된 기타와 작곡은 어떻게 하면 음악을 업으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리를 더하는 소재가 됐다. 음악은 지금도 그렇듯 워낙 불투명한 앞길을 예고하기 때문에 한 번 사는 인생에 도박은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별로 없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이런 말들이 지금까지도 유효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싱글즈>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게 아닐까.
Q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 프랑스에서 그랑제콜까지 나왔는데, 왜 가수를 하는가에 대한 시선들과 집에 돈이 많으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나 보다… 이런 반응들에 처음에는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음악하겠다고 설치는 자식의 여느 부모님처럼 나 역시 갈등이 많았다. 나중에 허락해준 부모님도 정말 대단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바로 취업으로 전향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굉장히 절박했고, 어떻게든 음악으로 먹고사는 길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왜곡되어 비춰지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수식어, 이슈가 없어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무명의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렇게 해서라도 ‘스텔라장’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려져도 나는 충분히 감사해야 하는 입장인 거였다. 내 인지도가 쌓인 tvN의 <문제적 남자>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냥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회사원이 됐을 거다. 그런 생각만 하면 <문제적 남자>에다 하루 세 번씩절을 해도 모자라다(웃음).
Q가내수공업 스텔라장TV 영상 편집이 서툴러도 굳이 가내수공업으로 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나의 유튜브 채널이다. 사실 유튜브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었다. 단순하게 커버곡을 올릴 플랫폼이 필요했고, 인스타그램은 1분밖에 안 되니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좀 잘된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유튜브 배너 역시 내가 만들었는데 시간 많이 들이는 것을 싫어해 ‘유튜브 썸네일 만들기’를 유튜브에서 검색해 무료 썸네일을 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유튜브를 유튜브로 배운 케이스다.
Q지극히 결과론적이었던 <라따뚜이> 영상 그렇게까지 조회수가 많이 나올지 몰랐다. 먹방 영상을 찍게 된 계기는 <라따뚜이> O.S.T가 커버 신청곡으로 들어온 거라 간단히 찍어 올린 거다. 원래 구독자수가 폭발적이게 많은 것도 아니어서 사람들이 소소하게 보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해외 유입이 엄청 많아지면서 조회수가 어느덧 600만까지 갔다. 그 이후로 해외 구독자 수도 늘었다.
Q자텅(J’attends), 비프 부르기뇽, 토마토 팍시 벤 마주에 & 폼므(Ben Mazue & Pomme)의 노래로 <싱글즈> 독자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노래다. 벤 마주에는 본래 의사였는데, 의사를 그만두고 음악을 시작한 특이한 배경이 있다. 폼므는 불어로 '사과’라는 뜻이다. 음색과 프랑스 억양이 상당히 매력적인 가수다. 이 노래와 어울리는 요리로 비프 부르기뇽과 토마토 팍시를 추천한다. 소고기 와인찜과 다진 소고기를 토마토에 넣어 익히는 이 요리는 프랑스 가정식으로 유학 시절 나와 함께한 음식 중 하나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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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수트 포츠 1961, 이어링 르이에, 시스루 워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오랫동안 여성 뮤지션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의 흐름 여성 뮤지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대표성을 지닌 아티스트가 몇이나 될까. ‘내 나이 서른인데 마흔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 혹여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덜컥 생기더라. 결혼을 한 후 일을 내려놓는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있다. 지금 내가 당장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40대 이상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김윤아, 박정현, 양희은, 이선희 선배님 정도밖에 없는데, 이분들은 한 세기를 대표하시는 분들이 아닌가. 지금 나 정도 되어서 40대까지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커리어에 대한 욕심을 너무 크게 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걸 내려놓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인생의 다른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들이 상상되면 자연스럽게 나는 더욱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모든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Q여성임을 자각하게 되는 생리통 항상 중요한 스케줄이 있을 때마다 생리통이 겹친다는 것은 아주 운이 나쁘거나 징크스인 것 같다. 생활이 안 되는 수준의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한 달에 한 번 생물학적으로 여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여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서 오는 불이익이라는 생각에 남성이 부러운 적도 있다.
Q20대 후반에 찾아온 질풍노도의 시기 마음에 없는 말을 잘 못하고 얼굴에 표가 많이 나서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정말 최적화되지 못한 그런 인간상이다. 너무 많은 사람을 대면하고 가면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 곤란해지겠지.
Q컬러송 원곡자 등판 어쩌다 보니 컬러에 관련된 가사를 많이 썼더라. 이번 <싱글즈> 화보 역시 형광등을 사용한 촬영장 세트가 새로웠다. 이쯤 되면 컬러와 스텔라장은 데스티니다. Colors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라는 컬러에 관한 가사가 유난히 긴 노래다. 2011년에 기숙사 방에서 책상 두드리면서 만들었는데, 의도 없이 그냥 만든 곡이다. 갑자기 화제가 되어서 가끔 다시 부른다.
QReality Blue ‘돌아온 이곳은 날 반기는 Reality Blue’라는 가사에 나오는 블루는 파란색의 의미보단 우울함에 가깝다. 뮤직비디오에서도 파란 풍선을 계속 들고 나온다.
Q빌런 ‘어떤 것은 검은색, 어떤 것은 하얀색… 재미없는 너의 세상은 흑백, So many shades of gray’에서 알 수 있듯이 흑백 양면성의 공존을 얘기한다. ‘Colors’와는 다른 곡이다. 앨범을 낼 때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작고 동글동글해서 밝고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나며 호기심 많고 똑 부러지는 귀여운 소녀였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많이 찌들고 나이도 많으며 그렇게 귀엽지도 않다. 냉소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빌런의 모습을 빨리 보여주지 않으면, 내가 아닌 이미지에 갇혀버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Go Your Way 남들이 뭐라 하건 네 갈 길 가라는 노래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매사에 이러면 안 되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지녔을 때 인생에서 두 번 정도 그런선택을 하는 건 좋다.
QBourgeois Emotion(ENG)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인데, 나의 연애관과 상당히 비슷하다. 좀더 덧붙이자면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시간을 적당하게 보내며 연락 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게 이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집착은 하면 안 되는 거다.
QForever 속는 셈치고 한 번 더 믿어본다는 내용인데, 20대 초반에 했던 대부분의 연애에서 나는 뒤통수를 호되게 맞았다. 그때는 한창 드라마로 인해 이상한 연애관이 주입되어갔을 무렵이니 뭔가 운명적인 것 같고, 아니더라도 거기에 끼워 맞춰서 유지시켜야 할 것 같다는 세뇌가 있었다. 가스라이팅인 줄 모르고 상대방과의 관계의 비틀어짐에서 오는 박탈감과 괴리감 때문에 더 힘들지 않았을까.
Q‘괜찮아’가 아닌 ‘다 힘들어’ 남의 인생은 술술 풀리는 것 같고 내인생만 힘들다고 느꼈을 때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은 ‘괜찮아, 잘될거야’가 아닌 ‘나만 힘든 건 아니라고 말해줘’다. 힘든 현실을 다 함께 짊어지고 나간다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은가? 위기 상황에서 긍정의 기운은 발생하는 거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니까.
Q후회 없는 젊음 10년 뒤 살아남은 스텔라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살아남느라 고생했다.
#싱글즈 #스타화보 #핫펠트 #스텔라장 #원더걸스예은 #핫펠트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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