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구제 불능일까?

고장난 전자제품은 고쳐서 쓸 수 있지만 남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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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말하는 ‘좋은 남자’
직장 동료가 이 남자 한번 만나보라고, ‘내가 보증하는 놈’이라고 기어이 소개팅을 주선했다. 매사에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서글서글,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섬세한 나도 잘 품을 사람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못 이기는 척, 실은 기대감에 부풀어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자연스레 장소가 술자리로 바뀌었다. “이모~”로 점원에게 운을 뗀 그는 자못 애교스러운 말투로 “서비스”와 “꽉꽉 눌러 담은 두 잔”을 주문했다. 분명, 너도 나도 처음 가는 곳이었다. 맥주를 순식간에 비운 그는 다시 점원을 호출해 “서비스”와 “두 잔 같은 한 잔”을 주문했다. 나는 슬슬 그의 ‘친화력’이 거슬리기 시작했지만, 넉살 좋게 말하는 그를 제지할 순 없었다. 그저 어서 이 자리를 떠야겠다는 결심을 함과 동시에 남자들이 말하는 ‘서글서글함’과 ‘둥글둥글한 성격’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겠다 다짐했다.

●유형 남자들이 보증하는 (남자들 사이에서만) 좋은 남자.
●특징 앞에 앉은 사람이 이성이든 동네 친구든 똑같이, 혹은 더 과하게 너스레를 떤다. 대체로 염치없음을 친화력이라는 단어로 둔갑시켜 몸에 무기처럼 두르고 있다. 이야기할 때 목소리도 크다. 식당이나 편의점 등 모르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장소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회피 기술 주선자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만큼 나쁜 남자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남자를 만났을 때 받는 충격도 적다. 다만 이런 진상과 엮이고 싶지 않다면 과감하게 한마디를 할 필요가 있다. 이 남자는 아직도 이런 아재 개그가 통한다고 생각하니까.


섹스가 끝나면 한없이 멀어지는 그 남자
섬세한 전희에 허리가 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완급을 조절해가며 탐구하듯 재미있게 본 게임을 치른 직후였다. 이마에 맺힌 땀이 흘러 귀밑머리로 타고 내려오기도 전에 그는 나에게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이 급해서? 체액의 끈적임이 더럽고 찝찝해 어서 씻어내고 싶어서? 볼일(?) 다 끝났으니까? 공들인 헤어스타일이 망가졌을까봐 걱정이 되어 확인하려고? 사실은 혼자 마무리하는(?) 타입? 콘돔을 뒤집어쓴 채로 갇혀 있는 ‘주니어’를 어서 풀어주고 싶어서? 설마, 성병 걱정?! 하지만 내가 한 얘기는 고작 “조금만 안고 있으면 안 돼?”였다. 그는 애매하게 웃었다. 물론 다음번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슬슬 그의 애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가 수백 번 귀에 속삭여도, 이 작은(?) 균열이 이별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형 덧정 없는 허무한 그대.
●특징 섹스가 끝나면 곧장 뒷정리를 시작한다. 침대를 정리하고 주변의 쓰레기를 한데 모은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말도 없이 화장실로 향한다. 이런 남자에게 섹스란 삽입과 사정까지가 전부다. 전희라도 할 줄 알면 다행이지. 다짜고짜 그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찝찝하니까 빨리 씻고 싶어서 욕실로 달려가지만 그걸 대놓고 말하지도 못한다. 사실 그들도 그게 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
●회피 기술 최소한 한 번은 섹스를 해야 알 수 있다. 옷을 벗기 전에 알았으면 그와 사랑을 나누는 상상도 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서둘러 벗어날 것!


신개념 아바타 데이트
무난한 소개팅과 몇 번의 만남으로 서로 재어보고 돌다리도 두들겨본 뒤 사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친구가 그러던데 여자들은 자기보다 못생긴 친구만 소개팅 시켜준다며? 자기, 내 ‘여사친’이 소개시켜줬잖아. 그렇다면…?” 무슨 소리냐고 웃으며 지나갔지만, 그건 앞으로 이어질 의도 모를 공격의 서막일 뿐. 어느 날은 밥을 먹다가 문득 “친구가 그러는데 여자는 연애하면 살찐다며? 우리 자기 그렇게 먹다가 금방 찌겠네~. 살쪄도 만나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 같은 말을 하는가 하면, “누가 그러던데. 여자친구가 진짜 자길 사랑하는지 확인하려면 아침부터 데이트하러 나와서 지갑 깜빡했다고 말해보라 하더라” 같은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친구’가 누군지 궁금했다. 하지만 정색을 하면 “웃자고 하는 얘긴데 왜 그렇게 예민해”라고 말하는 그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리.

●유형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남자.
●특징 아바타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을 높이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서다. 이런 남자들은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면 “내 친구도 그렇게 말했는데”라며 또 모르는 사람의 핑계를 댄다. 그리고 마지막엔 ‘예민’ ‘까탈’ ‘농담’과 같은 단어를 쓰며 만신창이가 된 상대방의 심정을 모른 척한다.
●회피 기술 대화를 하다가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을 한자리에서 두 번 이상 하면 곧장 일어나서 집으로 향하자. 이런 남자는 100m 밖에서도 피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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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 “이제 내 꺼” 삼단논법
처음 만나기 시작할 무렵에는 알 길이 없었다. 참치를 먹으러 가면 대뱃살을 나에게 양보했고, 말 없이 집 앞에 나타나 불쑥 수국 한 다발, 주먹만한 작약 몇 송이를 내미는 그는 로맨티스트였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해 그를 기다리게 만들어도 화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별로 늦은 것도 아닌데 뭘. 괜찮아” 하며 화사하게 웃던 그에게 미안하고 미안해서 앞으로 약속시간보다 15분 일찍 나가기로 다짐하게 만드는 남자였다. 그와의 행복한 데이트 3개월. 드디어 승부(!)의 날이 밝았다. 그가 얇은 속옷을 천천히 벗겨주는 상상을 하며 속옷도 위아래로 짝을 맞춰 챙겨 입었다. 원피스를 찢듯이 벗기는 그의 손끝에서 흥분을 느꼈다. 나를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춘 뒤, 내 몸을 따라 입술을 아래로 옮겼다. 브래지어를 벗기고, 가슴에 몇 번 입 맞춘, 아니다. 이제 와서 포장해 무엇하리. 가슴에 몇 번 침을 바르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달아오르지도 않았던 터라 눈을 크게 떴다. “왜?” 그가 팬티를 벗으며 말했다. “자, 이제 입으로 해줘.”

●유형 무지를 깨닫지도, 깨달을 필요도 없었던 주변에 흔한 한국 남자.
●특징 섹스가 삽입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리고 삽입만 하면 여자가 오르가슴에 도달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대체로 나이가 어리거나 연애 경험이 적은 남자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보인다. 손가락만 대도 여자가 흥분하는 ‘야동’을 즐겨 보는 남자들도 이런 착각에 빠져 산다.
●회피 기술 이미 사랑하기 시작했다면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 침대 위에서 천천히 흥분에 이르는 법을 알려주자. 네 흥분만큼 내 오르가슴도 소중하다는 걸,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주자. 섹스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남자도 의욕적으로 배우기 시작할 거다. 하지만 만약 남자가 섹스 공부를 싫어한다면, 버릴 수밖에 없다. 몸부터 멀어지면 그도 금방 깨달을 거다.


오늘도√즐건√하루~~~^^
친구에게 소개팅 상대의 연락처를 건네받았다. 둘이 직접 연락해서 만날 날짜와 장소를 잡으라는 것. 그쪽에서 나를 등록하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ㅎ” “XXX입니다ㅎ” “말씀 마니” “들었습니다ㅎ” “저희” “금요일에 강남역~~~에서” “뵈여ㅎ” 짧은 문장이 금세 스마트폰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순간 알 수 없는 싸늘함이 뒷목을 스쳐 지나갔지만 사람은 직접 만나야 알 수 있으니까 참았다. 사실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이 판단력을 흐려놓았다. 하지만 그게 실수라는 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그가 내게 보낸 안부 문자가 엉망이었으니까. 완결된 문장 하나를 보내는 법이 없었고, 맞춤법은 왜 그렇게 많이 ‘파괘’하며, 말끝마다 ‘ㅎ’을 왜 꼭 하나씩 붙이는지. 게다가 직접 만났을 때는 메시지 보낼 때와 달리 말이 없더라. 내게 실망했나? 아니면 이미 할 얘길 메신저로 다 해버려서 소재가 고갈됐나. 겨우 소개팅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까톡 까톡 까톡 까까까까까톡’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오늘 너므 즐거웠어여ㅎ” “제가 말이” “쩜” “없는 편이죠?” “집 가는 대” “조심” “하고” “또 만나고 싶ㅅㅡㅂ니당ㅎㅎ.”

●유형 랜선 유쾌남. 마음도 급해서 단어 몇 개를 입력하면 엔터 버튼을 습관적으로 누른다.
●특징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 해도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부분이 몇 개 있다. 맞춤법이 대표적이다. 엉망진창인 그의 채팅창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내가 더 부끄러워진달까. 상대방과 나눈 메시지를 통해서 그의 기본 소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메신저 대화와 실제 대화의 차이가 크다면 사귀는 동안 동전의 앞과 뒤처럼 다른 성격 때문에 많은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
●회피 기술 참거나, 버리거나. 선택은 우리의 몫. 훈남 하나 사람으로 만들려다가 초등학생 과외 선생님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공부하자고 잡아끌어 책상에 앉히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느라 바쁜 그런 학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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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연애 #남자 #LOVE #구제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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