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메뉴
Search
마이페이지

Fashion2018.03.07

2018 S/S 데뷔쇼, 제 점수는요

2018 S/S 시즌,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데뷔 쇼를 치른 디자이너 7명의 성적표를 공개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취향에 따른 순위다.

null
null
라프 시몬스 이후 질샌더 특유의 아름다움을 좀처럼 찾을 길이 없었다. 특별히 예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 부족했달까. 그런 질샌더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루크와 루시 마이어다. 실제 부부이긴 해도 디자이너로서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르다. 슈프림 출신이자 OAMC 수장인 루크가 스트리트 레이블에서 커리어를 쌓았다면 루시는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디올 등 하이엔드 하우스를 거쳐온 인재다. 둘은 새로 부임한 여느 디자이너들처럼 하우스 초기 작업에 집중했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상당히 유연했다. 화이트 셔츠는 우아하게 부풀리고, 수트는 어깨를 좁혔다. 하우스를 상징하는 요소는 그대로 살리되 디테일적으로 기교를 부렸다. 색이 뒤섞인 니트와 성글게 짜인 마크라메 장식은 전에 없던 경쾌함마저 불러일으켰다. 미켈레식 맥시멀리즘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요즘, 이렇듯 달콤한 휴식 같은 쇼가 간절했다.
null
null
헬무트 랭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링크 띠어리 홀딩스 그룹은 전설적 레이블을 되살리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신 에디터 이자벨라 벌리를 고용했고, 그녀는 특정 디자이너와의 협업 형식으로 컬렉션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 첫 주자가 셰인 올리버다.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스트리트 패션이 범람하는 시류에 휩쓸려 아직 한창 어린 신예에게 너무 큰 역할을 맡긴 게 아닌가 싶었다. 기우였다. 올리버는 랭의 아카이브를 충실히 연구했고,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아슬아슬하게 커팅된 브라와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의 코트 등 미니멀리즘과 파격, 중성적인 코드와 페티시즘을 넘나드는 의상들은 공개됨과 동시에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악했다. 단 한 번의 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셰인 올리버의 헬무트 랭 데뷔만큼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null
null
끌로에는 1952년 원조 페미니스트 가비 아기옹이 파리에 설립한 패션 하우스다. 30년 만의 프랑스 출신 여성 디자이너라니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만큼 나타샤 램지 레비가 끌로에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출신이 전부는 아니다. 다소 이국적인 이름의 그녀는 사실 패션계에서는 꽤 유명 인사로, 발렌시아가 시절부터 루이비통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제스키에르의 오른팔을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새 끌로에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던 것도 사실이다. 나타샤가 생각하는 끌로에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 속 여성들을 위한 옷이었다. 잔잔한 꽃무늬 드레스에 투박한 모터사이클 부츠를, 튼튼한 가죽 코트 아래 어여쁜 복숭아색 실크 드레스를 매치하는 동시대적 쿨함은 지극히 프렌치다웠다. 여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null
null
로베르토 카발리가 드디어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났다. 무조건 화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린 폴 서리지는 한층 정제된 컬렉션을 통해 섹시함도 모던하게 표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쌓아온 이력 덕분이다. 물론 시그너처인 애니멀 프린트도 곳곳에 등장했다. 대신 옷의 실루엣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뉴트럴이나 파스텔 등 차분한 컬러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우스 유산을 지켜나갔다. 폴의 명민함이 가장 돋보인 부분은 바로 모든 룩에 납작한 신발을 매치했다는 사실. 속살이 비치는 타이트한 오프숄더 드레스에 보라색 로퍼를 신는 것이 카발리식 글램 룩의 새로운 버전이다.
null
null
부담감이 컸던 걸까. 12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전임자의 엄청난 후광과 ‘지방시 하우스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짊어진 것도 모자라 LVMH에서 파리 최고 재판소까지 쇼장으로 내주었다면 그럴 만도 하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모험을 하는 대신 아카이브를 탐구하는 안전함을 택했다. 위베르 드 지방시를 떠올리게 하는 과장된 어깨와 몇 가지 패턴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 지방시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했던 것. 오히려 리카르도 티시와 에디 슬리먼의 향기가 느껴지는 남성복이 희망적이었다. 이제 막 첫 쇼를 끝낸 거다.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새 리더의 비전에 맞게 하우스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null
null
세르주 후피의 까르벵 쇼가 아쉬웠던 건 앞서 발표했던 리조트 컬렉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컬러와 소재의 대담한 조합, 키치한 패턴, 크롭트 재킷과 시스루 스커트를 활용한 재미있는 스타일링 등으로 점철된 컬렉션은 우리가 보고 싶었던 까르벵의 모습과 일치했지만, 문제는 순서였다. ‘젊음’을 강조하기 위해 폴로 셔츠에 집중한 것이 화근이었다. 패션쇼에는 위트와 격식을 적절히 버무린 리조트 의상들이 훨씬 어울렸을 거란 생각이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null
null
올리비에 라피두스가 랑방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젊은 디자이너 기용에 힘쓰는 타 브랜드와 달리 60세 노장의 영입은 실로 놀라웠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프랑스 쿠튀르 하우스에서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를 데려온 데는 다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미묘한 언밸런스와 로고 플레이로 위트를 더하려 한 노력은 드러났지만, 시선을 끌기엔 부족했다. 쇼 초반에 등장한 아름다운 12벌의 블랙 의상을 떠올리며 다음 시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싱글즈 #패션 #랑방 #패션뉴스 #질샌더 #지방시 #클로에 #헬무트랭 #2018SS #데뷔쇼 #로베르토카발리 #카르벤
<싱글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좋아요
목록보기


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URL복사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 필요합니다.
나의 포인트 :

주소찾기

닫기
주소검색

동, 읍, 면, 기관, 학교 등의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