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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8.05.28

글의 힘

옷과 사물, 벽과 종이 위에 단어를 매개로 어떤 표식을 새겼더니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생경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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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랭은 글이 가진 힘을 명민하게 활용한다. 그들의 향수 광고만 봐도 단숨에 알 수 있다. 어떤 제품이나 사람 하나 없이 그저 알 수 없는 문장만 잔뜩 나열했는데, 그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매캐한 향이 풍기는 듯했다. 헬무트 랭은 늘 글을 매개로 풍요로운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제니 홀저의 작품을 광고로 사용했다. 브랜드의 과거를 깊게 파고드는 셰인 올리버의 숙고에 의해 더욱 신선한 자극으로 재해석되어 계절을 풍성하게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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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엇나가야 재미있는 법이다. 그런 의외의 요소야말로 패션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걸 포츠1961의 피오나 치바니는 누구보다 잘 안다. 우아하고 고상한 옷 위에 사랑스러운 말들을 언제나 빼놓지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원색적인 색채의 그림을 그 곁에 더했더니 세상 가장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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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세르는 아랍 문화를 연상시키는 초승달을 자신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백인 여성 모델에게 히잡을 두르게 하는 등의 돌발적 방식으로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ation)’의 논란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그녀에게 단어란 어떤 지적인 힘을 지닌 하나의 매개임이 분명한 듯 보인다. 이번 시즌,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옷을 구상한 그녀가 매료된 건 기계와 영혼, 그리고 마술이었다. 그 어떤 라디오 잡음 같은 요란한 장식 하나 없이 그 단어들만 무대에 큼지막하게 나열했을 뿐인데, 파리에서 본 옷들 중 그녀의 것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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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패션에서 베트멍이라는 이름은 아주 잠시 번뜩이는 섬광이 아닌 오래도록 빛나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그간 주목 받지 못했던 형태나 소재, 소통과 방식이 그들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올라 보편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포스트 소비에트 문화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답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단어나 문장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새로운 계절이 새로운 방식으로 기다려지게 된 이유이자 그들만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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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미켈레만큼 벼락 같은 무구한 자극으로 패션을 윤택하게 만드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런 그가 늘 곁에 두는 건 사진가이자 예술가, 코코 카피탄이다. 어린 아이처럼 삐뚤삐뚤한 글씨로 비범한 의미가 내포된 문구를 완성시키는 그녀의 작업은 구찌의 모든 제품은 물론, 뉴욕과 밀라노 거리에도 아주 크게 새겨졌다. 불현듯 코코 카피탄의 글 속에서 ‘상식은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한결같이 중얼거리는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희미하게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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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위에 무엇인가를 쓴다는 건 비일비재한 이야기라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지만, 그렇지 않던 브랜드에서 시도했다면 자극 그 자체다. 오차 없이 면밀한 형태, 묵직하고 침착한 소재, 차분하고 담담한 색으로 일관하던 버버리에서 이 계절, 옷과 신발, 가방과 액세서리 위에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을 가득 새겼다. 마치 그들과 같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런던의 펑크 음악가들처럼 아주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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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J. W. 앤더슨의 무대를 가득 채운 건 새 계절에 관한 설명도 장치도 아닌 어떤 포스터였다. ‘YOUR PICTURE/OUR FUTURE’라 적힌 이 포스터는 쇼가 끝난 후 파리의 벽과 거리에서도 흔히 눈에 밟혔다. 젊고 명민한 예술가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이것은 동시대 패션에 진절머리가 난 조나단 윌리엄 앤더슨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 과장되고 웅장한 옷들 사이에서 이 포스터에 새겨진 단순한 문구가 그 어떤 것보다 깊게 뇌리에 새겨졌다. 잡음 같은 요란한 유행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미학적 패션에만 몰두하는 사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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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사실 참 온화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동물애호가이자 채식주의자, 여성운동가인 그녀가 지난 계절부터 모든 곳에 새긴 ‘ALL IS LOVE’라는 글귀는 이제 그녀만의 표식이 됐다. 모든 것이 제멋대로 뒤엉켜버린 시절 속에서 이 사소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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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옷 좀 잘 입는다는 남자들의 입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이름은 GmbH다. 세르햇 아이식과 벤자민 알렉산더가 완성한 이 브랜드는 터키계 독일인과 노르웨이계 파키스탄 출신이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서와 취향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글과 말로 된 전갈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오토바이와 클럽 문화를 기반으로 한 옷 위에 빠지지 않고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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