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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8.06.16

이직 열풍! 패션계의 뉴 패러다임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를 휘두르고 <뽀빠이> 편집장이 유니클로로 이직했다. 현재 패션에 불어닥친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하여.

새로운 계절을 시작하며 온갖 놀라운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졌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피티 워모였다. 독일을 기반으로 한 패션 매거진 <032C>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었다. 이는 몇 년 전, 나카무라 히로키의 비즈빔이 피티 워모에 등장한 것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다가왔다. 이탈리안 클래식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을 지고지순하고 콧대 높은 태도로 일관하던 그들에게 <032C>와 같은 옷은 근본 없는 것으로 다가왔음이 분명했을 텐데 말이다. 포스트 소비에트 문화를 기반으로 한 제한 없는 분방함이 호황인 사이에서 <032C> 또한 성미 급하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밀레니얼들 사이에서 큰 인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는 남성복 시장의 위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프린트 매거진이 취해야 하는 방향이 ‘머치(Merch)’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들의 정체성을 단순한 인쇄물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어떤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확장시키는 방식을 취해야 함을 말이다. 출판한 지 15년이 훨씬 넘은 이 매거진을 단 한 번도 읽은 적 없어도 그들이 만든 옷을 요즘 세대들은 산다. <홀리데이> <i-D> 등 소위 정통적이라 불리는 매거진들은 커머셜 아티스트로서 유연성 있는 태도를 취하며 그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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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옷을 보는 건지, 사진을 찍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요즘 컬렉션.
2 피티 워모에 등장한 <032C>의 첫 어패럴 컬렉션.
3 <홀리데이>는 카페를 운영함과 동시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머치 현상이 즐비한 가운데 피티 워모 이후 열린 각 도시의 패션위크에서는 더욱 경이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명망 있는 정통 하우스들이 이름을 올리는 중요 시간대에 GmbH나 팜엔젤스, 와이 프로젝트, 에크하우스 라타와 같은 신진브랜드들이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존 갈리아노의 쿠튀르적 가공이 더해진 메종 마르지엘라보다 고샤 루브친스키의 티셔츠를 입고 서 있는 삭발한 청년이 ‘패션’으로 통용되는 이 시점에서, 파리나 밀라노식의 정통성은 그저 낡고 진부한 것처럼 치부되고 말기 때문일까? 북유럽의 세밀한 아름다움이 동유럽의 자유분방함을 이기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일어나는 숙명 같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독립적인 행동과 태도가 패션의 감도를 결정하기에 소셜미디어 속 인플루언서는 가장 영향력을 가진 실체가 됐고, ‘프론트로우=인플루언서’라는 공식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들이 취하는 모든 태도가 가장 근사하고 효용이 있는 것처럼 인정받고 있는 시절인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많은 것이 급진적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디지털 친화적인 밀레니얼 세대들에겐 어떤 감동과 경탄을 주는 디자인보다는 ‘좋아요’와 팔로워 숫자로 결정되는 어떤 파급력이 패션을 결정하는 척도가 됐다. 그렇기에 결코 비범한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지 않지만 두터운 추종자 층을 거느린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될 수 있었으리라. 그야말로 소위 슈프림을 만들던 자들이 루이비통을 넘보고,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를 휘두르며 하이패션을 다루는 기이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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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D에서 프로젝트로 만든 티셔츠 컬렉션.
5 엉뚱한 장소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스들이 가득했던 에크하우스 라타.
6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에 불친절하게도 러시아에서 컬렉션을 한 고샤 루브친스키.
7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오프 화이트의 버질 아블로.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직함도 생겨났다. 이름하여 ‘에디터 인 레지던스 (Editor-in-Residence)’다. 90년대 이후 좀처럼 흥미를 끌지 못하던 헬무트 랭이 단 한 번의 컬렉션으로 뉴욕에서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건 이의 역할이 컸다. 헬무트 랭은 복귀를 선언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닌 ‘에디터 인 레지던스’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계절마다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푸는 결정권자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 시작은 영국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인 이자벨라 벌리였다. 창조적이고 전위적인 그녀는 후드 바이 에어의 셰인 올리버를 디자이너 자리에 앉혔고, 그 결과 가장 동시대적인 도시에서 가장 창조적인 브랜드를 완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녀의 후임으로는 <V>매거진과 <W> 매거진에서 경력을 쌓은 알릭스 브라운이 선정됐다. 참으로 요즘스러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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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자벨라 벌리에 의해 헬무트 랭의 디자이너가 된 셰인 올리버.
9 파리 패션위크에서 첫날 저녁 시간에 배치된 GmbH.
얼마 전 <뽀빠이>의 편집장이던 타카히로 키노시타가 전 세계 유니클로를 총괄하는 집행위원(Retailing Executive Officer)이 됐다. 이제 유니클로는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마케팅, 홍보는 물론 매장의 작은 세부까지도 그의 손을 거치게 됐다. 패션 에디터가 브랜드를 일궈내고, 매거진이 옷을 만들며, 스트리트 문화가 하이패션을 지배하는 시절에 이런 현상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인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며 정통성이 사라져 폐허처럼 황망해진 이 시점에서 패션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생경한 것이 무더기로 밀려왔을 때 사고가 마비되는 것처럼 처음엔 모든 것이 위태로웠지만, 이제 많은 것들이 침착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보인다. 그야말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저 계절처럼 단순히 한철 머무르는 것이 아닌, 오히려 패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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