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메뉴
Search
마이페이지

Fashion2019.02.09

급진적 세대교체

루이비통, 디올, 버버리, 셀린느… 현대 패션을 리드하는 브랜드들의 대대적인 인사 이동이 이뤄졌다. 이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결코 우연일 리 없다.

null
지난 9월, 패션계의 시선은 온통 2019 S/S 패션위크의 종착점인 파리를 향했다. 무려 10년간 셀린느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룩한 피비 파일로가 홀연히 하우스를 떠나고, 2016 F/W 시즌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에디 슬리먼이 돌아와 선보이는 첫 컬렉션이 세상에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알던 셀린느는 어디에도 없었다. 글래머러스한 미니 드레스, 스키니한 수트와 가느다란 타이, 타이트한 레더 재킷과 보머 등 80년대풍 글램룩이 이어지는 내내 에디 슬리먼 집권 기간의 생로랑이 머리를 스쳤다. 그가 재정비한 로고의 사라진 악센트처럼 셀린느가 공고히 이룩한 세계관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급진적 셀린느]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실망과 분노를 넘어 경멸에 가까웠고, [에디 슬리먼 효과]는 곧장 수치로 확인되었다.
null
null
쇼가 공개된 주말 동안 온라인 리테일 사이트인 [더 리얼리얼(The RealReal)] 내 셀린느의 검색 수치가 약 52% 증가했고,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데뷔 직전과 직후 공식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275%나 치솟았으며, 이베이의 피비 파일로에 대한 검색 수치가 전년보다 무려 225%나 급증했다. 물론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아이코닉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비난의 이유가 될 순 없다. 다만 지난 10년간 현대 여성들에게 셀린느가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관심조차 없는 듯한 그의 독단적 태도가 문제였다. 할리우드의 한 리포터는 그를 [패션계의 트럼프]라 일컬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해 보인다.
null
null
반면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리카르도 티시의 첫 버버리 컬렉션은 순항했다. 17년간 하우스를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떠나고 피비 파일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설이 사방에 흩어졌지만, 소문의 종착지는 결국 리카르도 티시였다. 고딕양식을 기반으로 어둡고 파괴적인 기교를 즐기는 티시의 취향과 영국의 정통성을 대변하는 버버리의 만남이라니, 뜬금없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오트쿠튀르부터 스트리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능숙하고 경계를 허무는 데 주저함 없는 탁월한 사람이니까.
null
에디 슬리먼과 반대로 그는 하우스 아카이브를 면밀하게 살펴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했다. 트렌치코트와 재해석된 타탄체크, 차분한 베이지 색조가 정교한 테일러링과 현대적 감각을 입고 재탄생했으며, 호사로운 레이스 장식과 곳곳에 곁들인 그래픽 요소 등 티시의 장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졌다. 호평을 예상한 걸까. 티시는 자신의 데뷔 컬렉션을 [킹덤]이라 명명했다. 정말로 티시의 새로운 왕국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null
null
거대 브랜드의 수장이 연이어 교체되는 사건은 남성 컬렉션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회전목마를 타는 듯 조금 더 복잡하게, 더 역동적으로. 11년 만에 디올 옴므를 떠난 크리스 반 아쉐는 벨루티로 거처를 옮겼다. 우려 섞인 시선을 잠재우려는 듯(전임자 하이더 아커만은 불과 세 시즌 만에 왕좌를 내놓았다) 직접 디렉팅한 캠페인을 먼저 공개했는데, 침착하고 담백하게 재정비된 로고와 말갛고 유약한 소년에게서 벨루티의 미래가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아쉐의 빈자리는 당연하다는 듯 킴 존스에게 돌아갔다. 그 유명한 [루이비통×슈프림] 컬렉션을 성사시킨 장본인으로 루이비통 맨즈 라인 매출을 무려 4배나 끌어올린 전력의 소유자가 디올 맨에 젊고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 분명했다. 그 결과는? 오트쿠튀르에 기반한 디올 하우스의 우아함과 스포티즘, 스트리트의 천진한 요소가 맞물려 생경하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가 완성됐다. 킴 존스의 후계자 자리엔 크레이그 그린, 마틴 로즈 등이 거론됐지만 그 모든 뜬소문을 뒤로 하고 마침내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에 입성했다.
null
null
딱히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 없는 인물이 거대 패션 하우스의 디렉터 자리를 차지한 역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버질은 미국계 흑인이 아닌가. 다양성이 이슈인 시절이지만 여전히 유색인종에게 냉담한 패션계에 경이로운 한 획을 그은 것이 자명했다. 숱한 기대 속에 공개된 버질 아블로의 첫 컬렉션은 하우스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했다. 파리 팔레 루아얄 광장은 성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갯빛으로 물들었고, 비전문적인 흑인 모델이 연이어 등장했다. 언제나 예측 불가이면서 재치 넘치는 특유의 구성 방식과 평범함 속에 피어나는 쿨함도 여전했다. 마침내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고고한 패션하우스 역시 스트리트 컬처 없이는 존재 불가능함을 공고히 하는 순간이었다.
null
null
null
이러한 변화의 궁극적 요인은 결국 수익 창출이다. 실제로 우리는 디자이너에 의한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직접 목도했다.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구찌의 주가를 18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알버 엘바즈가 떠난 랑방이 좀처럼 맥을 못 추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경험한 [Z세대]가 잠재적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도 근본을 뒤흔든 또 하나의 요소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은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대신 대담한 변화를 취했다. 당장의 보장된 수익보다 잠재적 고객을 이끌어 근본적인 수요를 넓히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례로 에디 슬리먼의 [뉴 셀린느]가 밀레니얼 세대에겐 [올드 생로랑]으로 치부되지만, [Z세대]에겐 완전히 새로운 것일 테니 말이다. 얼마 전 라프 시몬스가 3년의 임기를 미처 다 채우기도 전에 캘빈클라인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는 다름 아닌 매출 부진. 지난 2년간 [미국 패션 어워드(CFDA)] 트로피를 3개나 받을 만큼 예술성을 인정받았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이로써 [스타 디자이너=보장된 성공]의 공식은 산산조각 났다. 우리는 혁신과 미학적 감각을 겸비한 천재 디자이너 역시 [컨템포러리한 비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급진적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제공 louis vuitton, berluti, www.instagram.com, www.imaxtree.com
#싱글즈 #패션 #패션디자이너 #버버리 #생로랑 #디자이너 #Gucci #패션뉴스 #캘빈클라인 #구찌 #루이비통 #셀린느 #알레산드로미켈레 #슈프림 #마틴로즈 #버질아블로 #킴존스 #CELINE #라프시몬스 #에디슬리먼 #디올옴므 #리카르도티시 #크리스토퍼베일리 #벨루티 #DIOR #burberry #피비파일로 #크리스반아쉐 #BERLUTI #하이더아커만 #크레이그그린
<싱글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좋아요
목록보기


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URL복사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 필요합니다.
나의 포인트 :

주소찾기

닫기
주소검색

동, 읍, 면, 기관, 학교 등의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