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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9.02.16

공생하는 패션

패션 산업이 발전할수록 환경은 오염되고 망가졌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패션은 저속한 상업으로 치부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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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헬무트 랭의 캡슐 컬렉션은 팔리포더오션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개발한 [오션 플라스틱]을 소재로 탄생했다.
폭염과 돌풍 같은 이상기후에 대한 뉴스는 끊이질 않고, 알람처럼 울리는 스마트폰 재난 경보는 일상이 되었다. 미세먼지 가득한 올겨울은 [삼한사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숨 쉬는 것조차 무서운 날씨가 봄까지 이어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날이 갈수록 지구는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환경문제가 거론될 때면 패션은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다행인 것은 패션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환경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 움직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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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이 끝난 직후 앞으로 모피와 희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중대 발표를 했다.
지난 12월 4일, 뉴욕에서 샤넬의 새로운 공방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1982년 발렌티노 이후 36년 만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건물 내 패션쇼를 허가 받은 샤넬은 이집트관을 통째로 빌리며 여전히 남다른 무대 스케일을 자랑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의상과 이국적인 액세서리 등 볼거리 가득한 컬렉션이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쇼가 끝난 뒤였다. 샤넬에서 앞으로 모피와 악어, 뱀, 도마뱀과 같은 희귀동물의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신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란다. 최근 2~3년 사이 베르사체, 버버리를 비롯한 거대 하우스들이 모피 사용 중단을 결정하며 적극적인 친환경적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하이패션의 정점과도 같은 샤넬의 이 같은 행보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남다르다. 패션 최전선에 군림하는 브랜드의 변화된 기업 의식은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마음을 얻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어쩌면 2017년 구찌의 퍼-프리 선언 때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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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네타포르테와 팔리포더오션, 모델 안야 루빅과 사진가 마리오 소렌티가 뭉쳐 완성한 해양 포트폴리오.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만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계 헌장]이 제정됐다. 버버리, 스텔라 매카트니, 휴고 보스, 아디다스를 포함한 43개의 패션 기업이 여기에 서명했다. 이 헌장은 패션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케어링 그룹은 지속 가능성 부서를 만들어 그룹 내 모든 브랜드를 관리하고, 환경손익보고서(EP&L)를 바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경제지표로 분석해 시정 방안을 찾아낸다. 뿐만 아니라 2013년에 설립한 소재 혁신 연구소 MIL(Materials Innovation Lab)을 통해 친환경 소재 개발에 앞장서는 중이다. 현재 케어링 그룹에서 주목하고 있는 건 폐쇄 루프(Closed Loop) 방식의 섬유 재활용 기술이다. 낡은 원단을 재사용하고, 오래된 원료에서 새로운 원료를 만들어 섬유를 다시 뽑아내는 것. 이는 마치 생태계의 순환과 흡사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실현시킬 만큼 기술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리바이스는 섬유기술 스타트업 에브뉴(Evrnu)와 함께 낡은 티셔츠의 재활용 섬유로 청바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기존 청바지 공정 과정에서 쓰이는 물 양의 단 2%만 사용했다고. 새로운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얻기도 한다. 파인애플 이파리의 섬유질로 만든 식물성 친환경 물질 피냐텍스(Pinatex)는 가죽을, 오렌지 껍질의 부산물에서 셀룰로스를 추출해 만든 오렌지 파이버(Orange Fiber)는 실크를 대체할 소재로 주목 받는다. 실제로 휴고 보스,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같은 굵직한 패션 하우스에서 이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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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팔리포더오션의 협업이 만들어낸 업사이클링 스니커즈.
다른 환경문제에 비해 비교적 주목도가 낮았던 해양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각종 매체를 통해 목도한 해양생태계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바다를 점령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동물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이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매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된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 영국 콜린스 사전에서 선정한 2018년을 대표하는 단어가 [일회용(Single-use)]이었을 정도니까. 바다와 해변에서 건져 올린 폐기물로 재활용 소재를 개발하는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포더오션(Parley for the Ocean)에 저절로 주목하게 된다. 공통된 윤리 의식을 지닌 패션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 아디다스는 2015년부터 팔리와 MOU를 체결하고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소재 개발 연구를 통해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법 인기도 많다. 헬무트 랭에서도 최근 팔리와 손잡고 해양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아우터 컬렉션을 출시했다. 제품에 담겨 있는 의미는 물론이요,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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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은 2012년부터 지속 가능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해마다 선보이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스쳐 지나가는 한낱 유행 같은 게 아니다. 덕분에 패션은 이익과 윤리적 기준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2019 S/S 광고 캠페인을 통해 그 답변을 대신하는 듯하다. 원 안에 등장하는 카이아 거버와 케이트 모스의 모습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디자이너의 미묘한 단서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2017년에도 스코틀랜드의 인공 쓰레기 매립지를 배경으로 한 캠페인을 통해 과소비와 지구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던 이력이 있다). 지속 가능한 비스코스로 만든 루렉스 드레스를 입은 46살의 케이트 모스와 오가닉 데님을 소재로 한 점프수트를 입은 19살의 카이아 거버는 현재와 미래의 여성을 대변한다. 또한 동그란 프레임은 순환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스텔라의 의지가 반영된 것. 다시 말해 오늘날 럭셔리의 가치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수반한다는 거다. 당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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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패션의 공생에 대한 스텔라 매카트니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2019 S/S과 2017 F/W 시즌 광고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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