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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기록의 공포

디지털과 기술의 발달은 분명 우리에게 안락하고 경제적인 삶을 제공했다. 정의와 편리함을 위해 고안된 장비들의 잘못된 사용이 우리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모습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지는 않을까? 최근 1년간 이런 끔찍한 상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화장실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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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회사원 B는 요즘 5시간 이상 밖에 머무는 일이 상당히 불편하다. 공공장소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잇달아 발견되고 해당 영상이 파다하게 퍼졌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어디서도 안심하고 볼일을 볼 수가 없어졌다. 막말로 언제 어디서 찍혔을지 모르는 내 영상을 지금도 누군가 보고 낄낄거릴 수 있는 노릇이다. 친구들과 화장실 몰래카메라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농담으로 화장실에 갈 때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는 말을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곱씹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기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암담하다.

홈트가 제일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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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아침에는 수영, 저녁에는 헬스클럽에 다니는 운동 마니아 Z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탈의실과 샤워실 등이 몰카범들의 가장 쉬운 타깃이 되면서 끊임없는 의심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최근 몇 달간은 땀을 흠뻑 흘리고도 불안한 마음에 샤워를 하지 못하고 집으로 곧장 들어왔다. 여름에는 나름 견딜 만했지만 지난겨울에는 몸이 극심한 온도차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감기에 걸리기도 했다.

성장하는 예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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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K의 회사는 얼마 전 발칵 뒤집혔다. 그녀 회사의 몇 개 층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 직원이 피해자가 되었고 K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설치 후 얼마 되지 않아 발견되어 영상이 유포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K는 이상한 트라우마 같은 증상이 생겼다. 친구들과 기념 사진을 찍을 때도 왠지 피하게 되고 ‘찰칵’ 소리에도 예민하다. 지난주에는 그녀 앞에서 스마트폰을 하던 대학생이 화면을 캡처하는 과정에서 난 ‘찰칵’ 소리에 흥분해 경찰서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기까지 했다.

기술이 기술을 침범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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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프리랜서로 일하는 B의 반려견 사랑은 지인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외부 미팅에 나서는 2~3시간 사이조차 강아지에게 미안해 최근 홈쇼핑에서 반려동물 CCTV를 구입해 설치했다. 일주일이나 됐을까, 저장된 영상을 확인하던 중 찜찜한 영상 하나를 목격했다. CCTV 카메라의 방향을 거실로 고정하고 따로 설정을 만지지 않았는데 렌즈가 스스로 돌아가며 부엌과 침실 쪽을 촬영한 화면이다. 담당 업체에 신고한 후 카메라를 새것으로 바꿨지만 왠지 모를 불안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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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매일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A는 며칠 전 두 눈을 의심할 만한 일을 겪었다. 좌석에 앉은 A 옆에 선 남자의 옷 속 수상한 구멍과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카키색 야상을 입은 그의 옷 지퍼 근처에 장식인 줄 알았던 구멍이 햇살을 받는 순간 반짝였고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옷 안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얼마 전 탐정 드라마에서 본 몰래카메라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그 구멍으로 손을 가져다대려는 순간, 그는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쏜살같이 사라졌다.

너는 아닐 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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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대학교 CC로 만나 8년째 연애 중인 D는 최근 남자친구를 향한 사랑이 더 활활 타올랐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던 중 그가 뱉은 말 때문이다. 그의 자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고 내게 “우리 앞으로 서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진은 촬영하지 말자”고 선을 그으며 “네가 아무리 내 여자친구지만 만약의 상황을 위해 서로 예방하자는 거야”라는 말 때문이다. 연인 사이에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서로를 위하자는 그 말이 무척 고마웠다.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사이라 설렘의 시간은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졌다.
#싱글즈 #라이프 #싱글라이프 #공포 #기록의공포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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