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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쉬었다 가세요, 하동 찬가

쉼 없이 달려가는 생활에 지쳤다면, 느리지만 아름다운 하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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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일대의 야생 차밭, 우리나라 차나무 시배지로, 세계중요농업유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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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섬진강을 낀 하동의 고즈넉한 풍경.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 반을 꼬박 달려 도착한 하동. 차문을 열고 내리자 바람을 타고 야생 차밭에서 전해오는 찻잎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스쳤다. 미세먼지 가득한 회색빛 도시를 떠나 청정지역이라는 하동에 온 실감이 났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하동은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지정한 11번째 국제 슬로시티다. 지리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 안고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고즈넉한 마을, 하동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데는 1300년 넘게 내려온 차 문화가 한몫했다.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차가 생산되지만, 하동이 남다른 이유는 차 시배지에 있다. 보성이나 제주가 하동보다 차 생산 규모는 크지만, 그곳의 차나무들은 대개 인력으로 심어 기른 것들이다. 반면 하동은 신라 흥덕왕 때(서기 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림공(김대렴)이 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 남녘인 화개동천에 심으면서 차 재배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안개가 많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비탈 지형을 만나 찻잎은 퍼져나갔다. 사람의 손이 아닌, 자연이 가꾼 진정한 의미의 야생 차밭이자 우리나라 차문화의 성지인 것. 자연이 주는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기슭에서 자라는 하동의 야생 차밭은 일부러 단장하지도, 인공비료도 주지 않는다. 그저 자연 그대로를 보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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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을 바라보며 마시는 녹차 한잔의 여유.
하동 사람들은 아침, 점심, 저녁 차를 권하며 안부를 묻는다. “안녕하세요”보다 “차 한잔하고 가세요”가 더 익숙할 만큼 하동에서 차란 일상이자 음식, 문화이고 인생이다. 웬만한 농가는 400년 이상 3대, 4대에 걸쳐 차를 재배할 정도로 차 문화가 깊은 하동에서는 집집마다 전해오는 차가 있다. 하동지방 말로 ‘잭살’이라 부르는데, 차나무의 새순이 참새의 혀처럼 생겼다 해서 참새 작(雀), 혀 설(舌)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작설차로, 곡우와 입하 사이에 올라오는 차나무의 어린잎만 수확해 덖지 않고 햇빛에 말리고 손으로 비비는 유념 과정을 반복해 만드는 발효차다. 그 옛날 약국도 병원도 없던 시절 하동의 민가에서는 이 시기 1년 먹을 잭살을 만들어놓고 몸이 아프면 잭살 한줌에 배나 모과 등을 넣고 상비약처럼 팔팔 끓여 먹었다고 한다. 하동에 왔으니 에디터도 직접 찻잎을 따고 차를 내려보고 싶어서 매암제다원으로 향했다. 일제강점기 규슈대 농과대학에서 임업연습림으로 사용하던 곳인데, 해방 이후 정부 자산으로 귀속됐다가 1962년에 지금의 주인을 만나 제다원으로 모습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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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여문 찻잎을 따려면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차나무와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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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에 찻잎을 말리는 모습.
드넓은 차밭을 돌며 찻잎 따기 체험을 하는사이, 매암제다원 박물관의 학예사는 차에 대한 기본 상식을 설명했다. “차나무 하나에서 6가지의 차가 만들어져요. 녹차, 백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까지 제조 공정에 따라 분류돼죠.” 지금껏 몰랐던 차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차를 마셔보기 위해 차밭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천천히 물을 붓고 찻잎이 우러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간간이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려오는 고요한 차밭 한가운데, 저 멀리 구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게 보였다. 이렇게 온몸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온전하게 느껴본 적이 있던가. 늘상 빨리빨리, 커피를 달고 살며 하늘 한 번 바라볼 시간 없었던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왜 멈춤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찻잔에 따른 맑은 차를 호로록 넘기자 비로소 심신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잘했다. 하동에 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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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 앉아 있으면 기분 좋은 차향이 솔솔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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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암제다원 박물관에서 바라본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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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느릿느릿 산책하기 좋은 하동의 하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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