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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06.01

서른의 니트족

일할 의지는 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구직자나 실업자와는 결이 다르다. 좁아터진 취업문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을 거부하는 新니트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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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 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행 글을 보고 쉽사리 웃지 못한 건 과노동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애환이 느껴져서다. 사회는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일을 하라고 부추긴다. 그래야 제 몫을 하는 사람으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 룰에서 벗어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잉여 인간’ 취급을 한다. 지금껏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노동력, 명함이었다. 그러나 2019년,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되는 34세 이하의 싱글들이 탈노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없는 일자리를 두고 피 터지는 경쟁을 하며 사느니 ‘니트족’이 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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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니트족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니트(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ning)는 정의 자체가 부정 형으로, 일도 교육도 거부하는 단념자를 뜻한다. 본래 일본에서 시작된 니트족의 정의는 ‘히키코모리’ ‘루저’ 같은 부정적이고 이상한 소수의 집단으로 대변됐다. 한국에 니트의 존재가 알려진 건 200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젊은 사람이 의지 박약이다”라며 게으르고 무능해서 취업을 못하는 방안퉁수의 배부른 투정쯤으로 치부했다. 그렇다면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국가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니트족의 숫자는 20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OECD 가입 국가 중 4위, 국내 전체 청년층 인구의 15%에 달하는 높은 비율이다. 경제 사정이 위축되면서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비혼주의자,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그사이 니트족의 의미와 결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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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으로 인해 퇴사를 한 뒤 니트족으로 전향한 김혜민 작가를 예로 들어보자. 그녀는 인터넷에 자신이 니트족이 된 과정을 진솔하게 담은 웹툰 ‘니트일기(@nicetoneet)’를 연재하며 니트족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 김작가는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 계기를 “회사라는 틀에 갇혀 내 의견을 똑바로 제시하기 힘든 압박감이 몸서리치게 싫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적당히 벌고 잘 살고 싶은데 그 기준이 돈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었다는 것. 번듯한 직장의 회사원이라는 타이 틀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견디기 버거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보다 나 자체가 존재감의 근원이 되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게 요즘 新니트족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지향 점이다. 이들은 일을 무작정 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쟁보다는 소통을, 일의 양보다는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균형이 깨지면 일단 멈추는 니트의 상태에서 삶의 균형을 맞추는 시간을 갖는다. 기존의 일본 니트족이 고립의 상태에서 전혀 일을 하지 않는 무위도식형이라면 한국형 니트는 간헐적으로 노동과 쉼을 반복하는 노력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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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고립 상태의 청소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 ‘유유자적살롱’의 공동대표로,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기획부장으로 지난 10년간 다양한 형태의 니트족들을 만나온 이충한 작가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하며 일하지만 보람 대신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란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니트 문제의 핵심은 일을 하 지 않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이 시대 의 노동 환경에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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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우리는 ‘왜 니트족들이 취직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니트족들이 일터에 머물지 못하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바꿔 생각 해야 할 때다. 사회 문화 각계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일터와 사회 에서 멀어지는 ‘비노동화’는 변화하는 시대의 큰 흐름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 당장 니트족이 아니더라도 니트적 상황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 니트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어나 가려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니트는 그저 직장을 다니기 싫어 스스로 튕겨져 나간 낙오자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비노동사회를 남들 보다 먼저 살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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