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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06.07

혼자 사는 사람을 다루는 법

이제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1인 가구, 그런데 TV에서 비추는 1인 가구는 어쩐지 20세기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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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한국 1인 가구 비중이다. 통계청에서 2017년까지 집계한 결과다. 수로 따지면 561만8677가구.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도에 15.5%이던 비중이 이제는 거의 곱절로 늘었다. 물론 앞으로도 더 늘 거다. 통계청에선 내년에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도에는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게 뉴스가 됐다. 지금도 뉴스일까? 이제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식한다. 그에 맞춰 사회 환경도 꽤 변했다. 간편식이 다채로워지고, 소규모 주거 공간이 늘어났다. ‘혼밥’이라는 신조어도 이젠 원래 있던 말처럼 입에 붙는다. 1인 가구, 즉 혼자 사는 사람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닌 시대가 됐다. 나도, 내가 아는 사람도, 그 사람의 친구도 혼자 산다. 그들이 혼자 살아서 뭐 다를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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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화려하거나, 구질구질하거나. 예전 1인 가구가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를 때 그렇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보편적이지 않은 가구 형태라는 선입견. 그 선입견이 만들어낸 극과 극의 분류. 그러니까 (가정을 꾸릴 시기가 지났는데도)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이럴 거라고 지레짐 작했다. 그런 시선이 혼자 사는 사람을 대중문화의 클리셰로 만 들었다. 그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리다. 그만큼 생활 방식이 달라졌다. 1인 가구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시대가 변했는데, TV에선 아직 클리셰가 가득하다. TV에서 1인가구를 보여주는 방식을 보면 여전히 1인 가구는 극과 극을 살아간다. 1인 가구를 조명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명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나 혼자 산다>다. <나 혼자 산다>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렇게 프로그램을 설명해놓았다. ‘1인 가구가 트렌드가 된 현 시점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본다.’ 이렇게도 덧붙였다. ‘싱글 라이프에 대한 진솔한 모습, 지혜로운 삶의 노하우, 혼자사는 삶에 대한 철학들을 허심탄회한 스토리로 이어나간다.’ 좋다.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인가.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다. 예능이다. 재미를 위해 설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극과 극의 클리셰가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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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이런 식이다. 기안84가 맡은 역할은 혼자 사는 사람의 구질구질함이다. 기안84는 편하게 산다. 방바닥에서 밥을 먹고, 설거지도 물로 대충 헹군다. 설거지하는 김에 개수대에서 세수도 한다. 그런 모습에 이런 자막도 달린다. ‘무소유 원룸 라이프’ ‘야인84’ 등등. 그를 보고 출연진은 경악하거나 웃는다. 그의 생활이 웃고 즐길 소재가 되는 셈이다. 그가 구질구질할까? 아니다. 그는 자기 삶이 편하고 좋은 거다.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그런 프레임으로 가둔다. 프로그램이 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 얘기다. 기안84는 이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졌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그의 분량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남자의 구질구질함을 보고 웃는다. 하나의 장치로서 기안84의 삶은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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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기안84의 정반대에는 김사랑이 있다. 화려함이다. 화려함을 드러내기에 연예인의 삶은 얼마나 적절한가. 여유 있고 시간 많은 순간을 조명하기에 유용하다. 김사랑은 <나혼자산다>에서 기타를 치고 자수를 배운다. 옷으로 가득한 방에서 외출복을 고른다. 오후에 마세라티를 타고 드라이브하러 나선다. 혼자 사는 사람의 화려한 면을 뽀얀 조명과 함께 보여준다. 당연히 출연진은 그 모습에 웃지 않는다. 웃기는커녕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물론 그 모습은 김사랑의 일상일 거다. 중요한 건 그 모습을 보여줄 때 프로그램의 화술이다. 혼자 사는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분히 이분법적이다. 재미를 위해 극과 극을 극명하게 강조한달까. 더 구질구질하게, 더 화려하게. 그 강조법이 여전히 클리셰로 작용해 혼자 사는 사람의 삶을 규정한다. 그 과정에서 기안84와 김사랑은 어떤 대표성을 띠게 된다. 둘 사이에 수도 없이 많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있는데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한 정형화된 시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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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예능 프로그램 관점에선 괜찮은 방식이다.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나 혼자 산다>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이 보고, 웃거나 혹은 감탄한다. 실제로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느끼는 흥미는 연예인의 일상을 본다는 것 이상은 아니다. 프로그램 설명에서 본 ‘사회적 공감대’라든가 ‘싱글 라이프에 대한 진솔한 모습’ ‘지혜로운 삶의 노하우’는 기대하기 힘들다.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철학’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혼자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이젠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도 될 때다. 재미를 위해서 설정이 필요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클리셰를 벗어날 때 더 새로운 재미가 생겨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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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페이스북
다시 처음에 꺼낸 숫자를 복기한다. 28.6%. 삶의 모습을 단순화 해 보여주기엔 비율이 높다. 혼자 사는 사람은 소수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이젠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다. 화려하거나 구질구질한 모습만으로 그 사이의 수많은 결을 담기는 힘들다. 의도적이라면 구태의연하고, 의도적이 아니라면 안일하다. 혼자 산다고 딱히 다르지 않은데, TV는 다르다고 말한다. 아니, 다를거라고 보여준다. 21세기도 어느덧 근 20년이나 흘러갔다. 이제 TV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될 때 아닌가. 웃기거나 감탄할 그런 모습 말고도 28.6%만큼 다양할 테니까.
#싱글즈 #라이프 #싱글라이프 #나혼자산다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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