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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19.07.02

내 몸 긍정주의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을 인정하고 사랑한다. 긍정적 기운으로 가득한 여정에 패션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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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한때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관능적인 매력이 한껏 강조된 모델들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여겼고, 해외에 머물 때면 관성처럼 ‘빅시’ 매장에 들러 뭐라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보이지도 않는 속옷을 입고 나서면 으레 섹시해진 기분이 들었다. 선망하던 아름다움이 가짜로 다가온 건 한순간이었다. 보디라인의 극적인 볼륨감을 강조하기 위해 재단된 실루엣은 갑갑하게만 느껴졌고, 아스라한 소재들은 몸을 옥죄어 거추장스러웠다. 옷장 한 켠에 묵혀둔 속옷을 때때로 꺼내 보다가도, 이내 접어 넣는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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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빅토리아 시크릿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여성 속옷 시장의 1/3을 차지하며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호시절이 지났다는 가장 분명한 징후는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상식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볼거리 가득한 화려한 무대장치, 동시대 가장 인기 있는 대중음악, 완벽한 보디라인의 모델들을 한데 모으며, 지상 최대의 패션 이벤트라는 타이틀을 꿰찬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방송 역사상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2013년 970만 명이던 시청자수는 5년 만에 2/3 감소한 33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매출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영업이익은 최근 4분기 동안 35% 하락했고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인 L 브랜즈(L Brands)의 주가는 올해에만 13%, 2016년 초와 비교하면 무려 60%가량 급락했다. 적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했던가. 여기에 브랜드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에드워드 라젝(Edward Razek)의 발언은 매출 하락에 불을 지폈다.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트랜스젠더 모델을 찾아볼 수 없다는 날 선 의견에 ‘빅토리아 시크릿 쇼=판타지’라는 망언을 쏟아내며 이들을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치부한 것이다. 잇단 논란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5월, 더 이상 TV 쇼를 방영하지 않을 것이며, 브랜드 전반의 건강한 변화를 모색한다는 담대한 결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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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한 가지 사실은 항상 명확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이유는 문화가 급진적으로 변화한다는 데 있다. 요즘 여성들은 몸에 편안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풍만함을 강조한 푸시업 브라 대신 가슴을 편안하게 감싸는 브라렛을 입는다는 뜻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날개 없이 추락하는 동안, 몸매를 보정하지 않은 광고 캠페인을 내놓으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보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에어리(Aerie), 빅데이터를 활용해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찾아주는 서드러브(Third Love),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누드 컬러를 선보이는 나자(Naja) 등 편안함과 다양성을 필두로 내세운 란제리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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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작년 5월, 란제리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다. 뭐든 손대면 원자력급 파급력을 발휘하는 가수 리한나가 란제리 브랜드 세비지×펜티(Savage×Fenty)를 내놓은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리한나 비즈니스의 본질인 다양성이 여실히 녹아 있다. 일단 사이즈부터 남다르다. 브라는 32A부터 46DDD, 브리프는 XS부터 XXXL까지. 모두를 위한 누드 컬러를 갖춘 것은 기본이다. 출시와 동시에 웹사이트는 3시간 동안 마비됐고, 플러스 사이즈부터 순차적으로 품절 사태를 일으킨다. 게다가 첫 컬렉션 쇼를 선보인 지난 9월엔 다양한 사이즈와 인종, 만삭의 임산부를 모델로 등장시켜 체형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은 아름다우며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건강한 메시지를 전 세계로 송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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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2019 S/S 시즌 뉴욕은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적인 순간들로 꽉 차 있었다. 꼭 달라붙는 의상을 입은 임산부를 무대로 올린 브랜든 맥스웰(Brandon Maxwell), 트랜스젠더 퍼포먼스로 컬렉션을 공개한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쿠시니(Cushnie)와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크리스찬 시리아노(Christian Siriano), 마라 호프먼(Mara Hoffman) 등 셀 수 없이 많은 쇼에서 목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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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순간의 영광은 크로맷(Chromat)이 차지했다. 폭넓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신체 일부가 상실된 모델 등 가장 다양한 체형을 등장시킨 것은 물론, 샘플 사이즈(Sample Size)라는 단어가 새겨진 의상을 선보이며 업계가 정의한 ‘표준’ 사이즈에 묵직한 일침을 가했다. 세상은 빠르고 변덕스럽다. 영혼을 담아 열광했던 것도 이내 한물간 것으로 치부된다. 유행이라는 그럴듯한 허울이 부쩍 피로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여기저기 마주치는 일률적 아름다움 역시 더이상 흥미롭지 않다. 덕분에 우리는 편하고 즐거워졌다. 변화의 흐름과 어떤 기준에 상관없이 우리는 각자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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