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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09.30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약 한 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는데, 법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타미!”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오피스에서는 동료를 직책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심지어 대표인 브라이언까지도 말이다.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서로를 존중하는 수평적인 직장 문화가 드라마 곳곳에 드러난다. 상사와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막내 사원의 작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 예전 오피스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드라마 속 판타지일 뿐인 걸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0% 가 실제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해봤고, 이로 인해 매일 아침 출근하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일 년 이하의 이직 경험자도 마찬가지다. 약 50%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이직 사유로 꼽았다. 간호계 ‘태움’ 문화나 IT 업체 사업주의 폭행,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된 이슈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문화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더 이상 뉴스 속에만 등장하는 타인의 일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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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법률을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 법률을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다’는 기준이 혼란을 일으키는데, 이에 대해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이승재는 두 가지 원칙으로 구분하라 말한다. 첫 번째는 직장 내에서 일어난 갈등이 반드시 업무 관련성이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직장 내 구성원들끼리 사적인 상황으로 갈등이 일어났다면 이 법률과는 관계가 없다. 다만, 상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구성원에게 사적인 용무를 시키는 경우에는 괴롭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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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 일이더라도 그 행위가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을 때다. 예를 들어보자. 팀장 A가 급한 업무 사정으로 사원 B에게 업무를 지시했다. 담당자는 여름휴가 중이다. 이 때문에 며칠 야근을 하게 된 B는 자신이 담당하지 않는 일을 맡아 화가 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업무상 필요한 일로 상사가 B에게 지시를 내렸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 물론 이를 지시할 때, 폭언이나 폭설, 폭력, 인격 모독, 아무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주었다면 이는 당연히 괴롭힘에 해당한다. 업무상 필요가 없는 행위, 이를테면 집단 따돌림, 의도적 무시, 과도한 업무 부여 등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일은 모두 법률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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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실행한 뒤 일주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무려 70%나 증가했다고 한다. 직장 내 담당 조직에 직접 신고할 수도 있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온라인 갑질 피해 신고센터나 이메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창(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직장갑질119’를 입력하면 된다)을 이용해 접수된 사건들이 대다수다. 신고를 하면 상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피해자와 행위자의 인적 사항, 관계, 괴롭힘 피해 상황,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 내용, 해결 과정에서 우려되는 상황, 증거 등을 함께 확인한다. 해결 과정은 약식 조사와 정식 조사 두 가지다. 당사자간의 합의를 원하는 경우에는 약식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외는 정식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회사는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피해자가 원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이나 배치 전환, 유급 휴가 등의 의무를 부여 받는다. 만약 이를 위반하거나 피해자에게 보복 행위를 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영상 출처: youtube '직장갑질119'
물론 아직까지는 법률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괴롭힘의 정확한 판단이 어려우니, 처벌의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간은 법 적용에 혼란이 지속될 것이며, 상사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지시를 내려야 할지 몰라 업무 효율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고민할 일도 아니다. ‘사회적 통념’과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만 잘 갖춘다면 그야말로 법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조직을 이끄는 상사라면 자신이 가진 권한이 올바르고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자기 검열이 필요한 때다. ‘갑질’이 직장 문화로 통용되던 시대는 끝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궁금증
Q 회사 밖에서의 괴롭힘도 법률 위반에 해당되나?
법률이 규정하는 ‘직장 내’는 단순히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근, 출장지, 회식, 기업 행사, 사내 메신저, SNS 등에서 일어난 괴롭힘도 포함한다.
Q 피해 증거를 모으는 게 유리할까?
피해자 외 참고인 진술을 청취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가 가장 유리하다. 상사의 폭언이나 폭행을 녹음, 녹화해둘 것.
Q 업무 외 사생활에 대해 묻는 것은 법률 위반일까?
친밀도와 유대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식적인 선은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Q 회식 자리를 강요하는 행위도 제재가 가능한가?
직장 상사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Q 애매한 법률, 앞으로 어떻게 보완될까?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후 회사가 부여 받은 후속 의무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후속 조치를 취했음에도 피해자가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관할 노동청에 진정 제기가 가능하고 감독관이 기업을 개선 지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넘어 강제성 조항을 마련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이승재(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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