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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12.10

여행자를 위한 아틀리에

‘삼청동, 자기만의 방’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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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생경하다. 버스를 타는 법부터 식당에서 계산을 하는 것까지 익숙하던 일이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자꾸만 서툴러진다. 그럼에도 숙소로 돌아오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곳이 잠시나마 나의 집이 되니까. 그것이 에어비앤비 호스트 한량이 꾸미고자 했던 에어비앤비였다. 2011년 유럽을 여행하면서 처음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그녀는 언젠간 직접 운영하고 싶단 생각을 했고 2016년 원서동에서 그 꿈을 실현했다. 그녀에게 원서동은 보석과도 같은 동네였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 청와대와도 가까운 곳. 이곳이라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소소하고 따뜻한 경관을 잃는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럼 더 많은 여행자들에게 이 모습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을 테니까. 손수 매만진 집을 ‘원서동, 자기만의 방’이란 이름으로 여행자들에게 내어주었고, 그 시간을 책 <원서동, 자기만의 방>으로 기록해 독립 출판했다. 올해 초 책은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었으며, 그녀는 남편과 함께 삼청동으로 이사했다. 독채로 따로 운영하던 에어비앤비 ‘원서동, 자기만의 방’ 대신 부부의 집 2층에 ‘삼청동, 자기만의 방’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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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위한 2층 개인실.
에어비앤비를 오랜 시간 운영했지만 함께 사는 건 처음이라 그녀에게도 제법 떨리는 일이었다. 걱정과 달리 그녀의 행복은 더 깊어졌다. 한량은 여행자들과 냉장고와 주방, 옥상을 공유한다. “손님들에게 각각 냉장고 칸을 정해줘요. 그럼에도 어느샌가 함께 나눠 먹고 있죠. 손님들과는 차를 마시거나 함께 외식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이상하게도 여행자들과 속 깊은 이야길 나누게 돼요. 우리가 헤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삶의 어려운 부분들 말이에요.” 여행이 끝난 이후에도 계절이 바뀔 때, 서로의 안부가 궁금할 때마다 손님들과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한번 머물렀던 여행객이 또다시 서울로 여행을 오면 그녀의 집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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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과 그림으로 채운 집.
마치 한국에 돌아올 집이 있는 것처럼. 그렇다고 늘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다. “손님 없을 때가 제일 바빠요. 물 위의 백조처럼 늘 부산히 움직이고 있죠. 이불 시트도 매번 갈아야 하니까요. 다행히도 살림 중에 빨래를 제일 좋아해요.” 또 여느 숙소에서 볼 수 있는 보일러, 에어컨의 사용법이나 집을 사용하는 방법이 적힌 안내서 같은 건 ‘삼청동, 자기만의 방’에선 찾을 수 없다. 내 집처럼 편하게 머물다가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덕분에 여행객과 그녀 사이엔 더 사사로운 대화가 오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는지, 온도는 괜찮았는지 물어요. 손님이 잘 잤다고 말할 땐 그 만족감이 이루 말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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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손님들과 거실에 둘러앉아 티타임을 갖는다.
그녀는 되도록 오래 호스트로 살고 싶다. “에어비앤비를 하면서 내 주거비는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외국에 살게 되거나 가족의 형태가 변해도 이 일을 늘 베이스로 가져가고 싶어요. 저는 가만히 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와서 홍콩 시위 같은 정치, 사회의 문제부터 구 남친 같은 개인사까지 재밌는, 또 다양한 이야길 나눠주니까요. 또 제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책을 썼던 것처럼 누군가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근데 저희 집에 머물렀던 분들이 그 시간을 음악이나 사진,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종종 연락이 와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음 책이요? 이건 너무 호스트의 비유인데, 매일은 먼지와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쌓여 있죠. 그것들을 청소하고 정리할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영감을 기다리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면서 쌓이는 매일의 시간을 기다리는 거죠.”
#여행 #싱글즈 #라이프 #커리어 #게스트하우스 #에어비앤비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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