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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2.01

매력적인 전시로 경험하는 요즘의 예술

액자가 일렬로 걸린 미술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어느 때보다 할 말 많은 매력적인 전시들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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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최선의 세계> 설치 전경.
누군가 내게 롤모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수전 손택의 이름을 외칠 거다. 아름다웠고 똑똑했으며 강단 있는 성정의 여인. 지성으로 20세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는 1966년 책 <해석에 반대한다>를 통해 “해석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라며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라는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짓”이라 비난했다. 그녀는 내용을 해석하거나 의미를 찾기보다 예술 그 자체를 경험하라 말했다. 그녀의 말은 해묵듯 남아 50년이 지난 지금 빛을 발한다. 그간 예술과 전시는 숭고한 것이라 그 앞에만 서면 말수가 줄어들기 일쑤였다. 또 작가가 작품에 남긴 의미를 해독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여 그 해석이 틀린 건 아닐까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시들은 이와는 다른 형태를 띤다. 미술관의 엄숙주의는 사라졌고 관객은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셀피를 찍기도 한다. 장르나 사조에 따라 작품을 큐레이션하는 일도 없다. 그저 우리가 새로이 인식해야 할 세계나 사회의 단면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여러 갈래의 예술이 모여 하나의 키워드를 표현하고 서로 충돌하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플랫폼엘에서 소설가 정지돈과 젊은 작가 10명이 만나 문학과 시각예술 간의 협업을 시도하는 전시 <가능한 최선의 세계>가 열린다. 전시장은 정지돈이 시놉시스로 그려낸 미래다. 설치 미술, 조각,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는 그 세계를 작품으로 구현했고, 관람객은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하며 전시장을 관람한다. 일종의 가상현실 세계 속에서 작품을 스스로재배치하면서 전시를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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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CM> 전시 전경.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는 키스 자렛, 팻 매스니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음반을 제작해온 ECM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RE:ECM>전을 연다. ECM의 음악과 함께 사운드 설치 작품, 드로잉, 이미지 프로젝트 등을 통해 ECM의 역사를 되짚는다.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ECM의 음반, 로고 등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품을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 전시장은 ECM이라는 레이블의 세계를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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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사회> 전시 전경.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호텔사회>는 호텔을 먹고 마시며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근현대 시대의 호텔을 사진, 조각, 설치예술 등의 아티스트들이 표현함으로써 호텔이 우리 삶에 지니는 의미와 영향력을 되짚어본다. 또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는 1980년대 시다로 시작해 지금까지 봉제산업에 종사하는 4명의 여성 노동자의 삶을 소설, 사진, 그래픽디자인, 설치예술로 선보이는 전시 <시다의 꿈>이 진행 중이다. 전시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구현함으로써 건설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현재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까지 조명한다. 장르와 사조의 경계를 허무는 전시가 한창이다. 예술을 교양으로 이해하기보다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관람객의 태도가 낳은 결과다. 전시장과 작품이 SNS 속 사진 한 컷으로 소비되어도 좋다. 요즘 예술은 수전 손택의 바람처럼 고급, 하위 문화의 불필요한 구분 없이 관람객의 피드 속에서 새로운 의견과 경험과 공유를 낳을 테니까.
#싱글즈 #전시 #음악 #소설 #미술 #E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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