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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2.13

발칙한 크리에이터들

공간이 꿈틀대고 크리에이티브가 오가는 교차로에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사람들.


밴드 AD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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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이를 설명하는 몇몇 말이 있다. 몽환, 청춘, 시티팝, 불안. 그리고 이제는 자생적 독립 밴드, 커머셜 인디 음악 등. 아도이의 첫 EP <CATNIP>은 확실히 감각적인 신스팝 무드로 주목을 받았고, 소속사 없이 해외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방식은, 한편에서 월급제로 운영된다는 과장된 소문이 일 정도로 기존 홍대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왜인지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도시의 애달픈 긴 하루처럼 느껴진다. “저는 이번이 마지막 밴드라 생각하고 있어요. 진짜 돈 벌자 생각했고, 제가 나이가 많아서 더 지나면 음악 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해요. 처음엔 이게 잘될까 반신반의하기도 했지만, 절실했고 간절했던 것 같아요.”(주환) ‘이스턴 사이드킥’과 ‘스몰 오’를 지나 ‘아도이’에 안착한 오주환은 올해 서른일곱. 지와 다영, 그리고 드럼을 치는 박근창 모두 홍대 밴드를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20대가 아닌 30대 청춘이다. 다영은 이전 ‘트램폴린’이란 둔탁한 전자 사운드가 인상적인 3인조 밴드의 베이스를 연주했고, 박근창은 오주환과 함께 ‘이스턴 사이드킥’에서 그가 말하길 “센 음악을 친구들에 휩쓸려 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도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냥 힘이 넘쳐서, 친구들도 그런 음악 하는 친구가 많았고, 뚜렷한 목표도 없이 했던 듯싶어요.” 혼자 영어 이름을 쓰는 지(Zee)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한국에선 K-팝 신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약한 경력이 있고, 신시사이저를 비롯해 미디, 믹싱 작업, 아도이 음악의 전체를 어루만진다. “저 혼자 비홍대인인 셈인데(웃음), 들어와 느낀 건 홍대 이미지란 게 있고, 모두가 그에 부합하려 한다는 거였어요. 제가 느끼기엔 작은 걸로 만족한다는, 주말 공연 하면 그걸로 록스타 됐다 같은 게 있다고 느꼈어요.” 오주환은 아도이를 시작하며 “그간 홍대가 전부인 줄 알았다”는 말을 어느 인터뷰에서 했고, ‘줄탁동시’ 같은 보여야 할 어미새는 왜인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홍대에서의 시간을 모두 더하면 수십 년. 지난 11월 결성 4년 만에 출시한 1집의 타이틀은 ‘VIVID’. 그 태어남은 왜인지 내가 지나온 길목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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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이의 새로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2017년 시작된 EP에서 지난 11월 발매된 1집까지의 3년여를 말하는 건 어쩌면 가장 효율적일지 모른다. 데뷔 앨범까지 수년이 걸리는 예들은 아마 여럿 있겠지만 항상 라이브 스테이지 위에서 객석과 호흡하며 시간을 공유하며 한 장의 1집 앨범을 만들어낸 밴드는 분명 이곳이 처음이다. 지는 그 과정을 “같은 콘셉트의 표지를 하면서 3년간 아도이의 색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최종적으로 생각하던 사운드를 만들어낸 게 이번 앨범”이라고 이야기했고, 그런 한 챕터의 마지막, 그리고 시작에서 주환은 “아도이만의 시스템, 니즈가 있다면 안착했다 느껴요. 수요가 있다면요. 하지만 인기란 게 떨어질 수도 있고 더 올라갈 수도 있지만, 잘 안 될 때 어떻게 버티느냐, 그 힘이 뭔지 고민하고 있어요”라며 내일을 다짐했다. 이 시대가 이야기하는 지속 가능성, 아니 그보다 작은 행성의 보이지 않는 비비드한 여정. 망했다고 자책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다 하는 수 없이 진부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은 뭔가요?” 말수가 가장 적었던 근창은 “오늘 약간 좀 ‘porter’”라 이야기했고 다행히 그 시간을 알 것 같았다. 태국 공연에서 모든 노래를 따라부르던 관중에 끊이지 않는 울음을 쏟았던 다영은 “반성이랄까요. 내가 잘하고 있나. 이만큼의 관심을 받아도 되나. 아도이 음악 되게 좋고 멋있는 팀이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그만큼의 사람이 될까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라고 얘기했다. 타인의 아픔은 어느 길목 누군가의 눈물이 되고, 그런 교차로의 스쳐감이 아도이 음악에 스며 있다. 지난 12월 열렸던 아도이 단독 공연은 1500석이 모두 매진되었다. “목표로 했던 하나의 포인트를 찍었단 느낌, 다음 포인트를 위한 준비가 갖춰진 느낌이에요.”(주환) ‘VIVID’의 커버를 보면서 처음으로 소녀가 울고 있다 느꼈지만 그건 그저 또 하나의 착각. 지난 주말 저녁 전화 속 주환은 대구, 300km 떨어진 어딘가에 있었다. 그들은 오늘도 그들의 바다를 유영한다.

소설가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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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이 출간되고 ‘예스24’ ‘책읽아웃’에서 진행된 작가 김하나와 박상영 소설가 사이의 대담, 김하나 작가의 질문은 쇼킹했다. 보통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작가란 칭호를 받는 이에게 좀처럼 꺼낼 수 없는 과감하고 노골적인, 무엇보다 치부를 찌르는 듯한 질문이었다. 가령 “본인이 관종이라 생각하시나요?” 보통은 자리를 박차거나 눈살을 있는 힘껏 찌푸리겠지만, 박상영은 그보다 더 쇼킹하게 “관종이죠”라며 웃었다. 그의 글은 생생한 캐릭터, 자전적인 이야기에 더해진 적절한 거리감, 뛰어난 가독성으로 평가되고, 그건 곧 종래 없던 도발적 세계, 퀴어한 도시의 풍경, 대중을 멀리하지 않고 오히려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솔직함의 표출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소위 상을 받았다면 가독 불가의 난해함, 철학의 외피를 두른 난해한 텍스트를 연상시키지만, 박상영은 정반대의 지점에서 가장 솔직한 민낯으로 도시, 그리고 사랑의 심층을 해부한다. 예를 들면 그가 2016년 등단하며 완성했던 작품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사실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샤넬 노래방과 비욘세 순대국밥’ ‘우럭 한 점 우주의 맛’과 같은 작품들을 지나고 나면 서울, 지금 이곳이어야만 하는 서사의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다시 말해, 도시에서 소설이 태어나는, 절대적이고 피치 못할 사정의 작품이다. “제목은 뚜렷한 방법이 있다기보다 감각에 가까운데, 원래 별명 짓는 거 좋아하고, 예전 광고회사 다닐 때도 워딩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항상 B급 딱지가 붙었지만요(웃음).” <대도시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멤버가 여섯이라는 이유로 붙었다는 단톡방의 이름은 티아라, 주인공 영은 키가 작고 노래할 때 비음이 심해 소연이다. 박상영은 그저 재미 삼아 붙여진 이름이라 말했지만, 그저 피식 웃으며 지나쳤던 유흥가 구석 간판의 글씨들이 서울의 구겨진 뒷주머니 같은 사랑처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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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김애란, 황정은, 김금희… 젊은 작가상의 예상은 대도시의 화법으로 이야기하면 적중했다. 2001년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조망하는 취지로 만들어져 10년의 세월을 건너기까지 이 정도 이름이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맘에 품어볼 만한 자리다. 박상영 작가는 1회부터 10회까지 모든 수상작들(매번 7명의 작품×9 = 63)을 완독한 어쩌면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고, 그는 LA에서 이른 새벽 수상 소식을 받고 달려와 오른 시상식에서 이 상에 대한 열렬한 애정의 마음을 고백했다. “보도가 10권을 다 갖고 있다고 되었는데, 제가 말실수를 했는지 잘못 전해졌는지 정확하게는 ‘10권을 다 읽었다’예요(웃음). 소설 쓰겠다 생각하고 수상되는 작가들 보면서 ‘이걸 내가 언젠가 받으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했죠.” 그의 소설은 티아라를 머리에 얹고 시상식에 등장했던 면면부터 기존 문단의 엄숙함을 가볍게 뛰어넘고, 좁디좁은 작은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라 치부됐던 퀴어의 아이덴티티를, 도시를 살아가는 메트로폴리탄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 녹여 넣는다. 재희, 규호, 극중에 등장하는 그가 주조한 캐릭터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를 반영하고, 그인 동시에 그가 아니고 대도시의 누구이기도 하고 그렇게 모두이고 아무도 아니다. 퀴어란 치명적 포지션이 마주하는 이 도시의 절박함의 관계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의 상대에게 비치는 자신을 헤아려보는 문장들은 섬세하고 연약하고 부서질 듯 미약하지만 그건 도시에서 살아가는 타인에게 다가가는 가장 밑바닥의 보이지 않는 나, 사랑이란 이름의 아킬레스건 같은 세포일지 모른다. “재희란 인물을 가장 좋아하는데, 처음이라 미숙하고 그래서 절실하고, 그런 관계를 다룬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더 날것의 언어를 골랐고, 굉장히 날뛰는, 균질해 보이지 않도록 쓴 작품이에요.” 사실 박상영은 전직 잡지사 기자 출신이고, 광고회사에서 누구나 그렇듯 적당히 욕하고, 적당히 화내며 살다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서” 물 위에 뛰어오른 이 도시의 물고기 한 마리와 같다. 책을 읽어보면 누구나 쉽게 연상할 정도로 그는 몸집이 조금 많이 크다. 근래 <한겨레>에 ‘오늘 밥은 굶고 자야지’란 여전히 센스 발랄 넘치는 제목의 에세이를 연재했고, 머지않아 그의 첫 장편 그리고 에세이집이 발매될 예정이다. 우리가 종종 로망을 품곤 하는 그의 집필 공간은 “전국 팔도, 세계 방방곡곡의 스타벅스”. 대도시의 새로운 서사가 출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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