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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20.03.12

스포티즘을 입은 럭셔리

하이패션의 영역 안에서 가장 실용적인 방식으로 패션을 소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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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건 단연 디올이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0 프리폴 컬렉션 쇼가 그 이유다. 런웨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스니커즈 한 켤레. 쇼가 열리기 무려 한 달 전부터 무성하게 소문으로만 나돌던 디올 맨과 나이키 조던의 협업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쇼장을 가득 메운 패셔너들의 시선은 모델의 발걸음을 따라잡기 바빴고 즉각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이를 손에 넣는 방법을 찾는 데에 몰두했다. 지극히 우아한 남성복을 만들기로 이름난 럭셔리 하우스와 지구상 가장 역동적이고 실용적인 브랜드의 만남이라니. 분명 놀랍긴 하지만 이는 킴 존스가 디올에 입성하던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 쿠튀르와 실용성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타고난 숙명인 듯 맹목적으로 집착하며, 그 유명한 루이비통과 슈프림 협업을 성사시킨 장본인이 아닌가. 그는 2019 S/S 시즌, 우아한 파스텔톤을 기조로 클래식과 스포티즘 웨어를 적절히 뒤섞으며 디올 맨 데뷔 첫 시즌 만에 에디 슬리먼과 크리스 반 아쉐가 오랜 세월 켜켜이 쌓아놓은 하우스 이미지를 단박에 산산조각 냈다. 잘 다듬어진 수트 외엔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하우스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뒤흔들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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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포츠와 스트리트 웨어에 대한 광적인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500켤레 이상의 스니커즈를 소유한 지독한 컬렉터이기도 한 그가 나이키와 스니커즈를 선택한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뚜껑을 열기도 전부터 난리가 난 디올, 나이키 조던의 협업 스니커즈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이 세상에 등장했으니 다음은 말 안 해도 예상 가능하지 않은가. 출시일도 명확하지 않으며 어지간한 럭셔리 스니커즈 2개 가격을 뛰어넘는 출고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손에 넣지 못할까 안달 난 상황. 실제로 국내에선 오직 VVIP만을 위한 웨이팅 리스트가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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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cai 2 릭 오웬스×버켄스탁 3 프라다와 아디다스 협업 패키지 4 사카이×나이키 5 디올과 나이키가 협업한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스니커즈
이 열광적인 광경을 감상하자니 또 다른 사건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이보다 조금 앞서 공개된 프라다와 아디다스 협업 컬렉션이 바로 그것. 협업 컬렉션을 예고하는 티저가 공개된 이후 온갖 ‘카더라’를 뒤로하고 등장한 건 아디다스를 상징하는 스니커즈 ‘슈퍼스타’와 ‘볼링백’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였다. 역사적 협업을 자축하듯 두 브랜드의 로고를 짙게 새긴 패키지는 무려 3170달러, 한화 약 360만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다. 이처럼 하이패션과 스포츠 웨어의 결합은 지금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통용된다. 뭐든 편안하고 실용적인 것이 우위인 시절에 하이패션의 고고하고 위압적인 태도나 전략 따윈 통하지 않는다.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그들 스스로 위화감을 내려놓고 좀더 ‘실용적’인 파트너를 찾는 데에 혈안이다. 아디다스와 벌써 6번째 컬렉션을 완성한 알렉산더 왕, 지난해 가장 뜨거운 스니커즈를 탄생시킨 사카이와 나이키, 버켄스탁과 조우한 릭 오웬스, 동시대 가장 핫한 브랜드 어 콜드 월의 간택을 받은 디젤이 바로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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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 F/W 프라다 리네아 로사 컬렉션 2 어 콜드 월×디젤 3 2019 F/W 질샌더 플러스 컬렉션 4 알렉산더 왕×아디다스
앞서 언급한 이들이 협업에서 단서를 찾았다면, 럭셔리 브랜드 스스로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재해석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시대적 흐름에 합류한 이들도 있다. 질 샌더는 지난 2019 F/W 시즌을 기점으로 야외활동이나 하이킹 등 도시 밖의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컬렉션인 ‘질샌더 플러스(Jil Sander+)’를 내놨다. 오로지 기능성과 실용성을 우위에 둔 형태와 소재를 골라 하우스 특유의 담백한 아름다움을 적절히 녹여내는 것에 집중한다. 탁월한 기능성을 구현하기 위해 첫 시즌엔 고무 원단으로 유명한 아우터웨어 브랜드 매킨토시와 손잡기도 했다. 자연스레 컬렉션 대부분은 남녀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실용적일 수 있을까 싶다. 한편 2010년대 초반 애슬레저 웨어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스포티즘의 제왕 프라다는 하우스의 유산을 헤집어 흐릿한 기억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1997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며 럭셔리 스포츠웨어의 영웅담처럼 회자되는 ‘리네아 로사’ 라인을 재론칭한 것이다. 이번이 벌써 세 시즌째. 실용성에 집중한 실루엣과 소재에 리네아 로사를 상징하는 새빨간 로고를 더해 멋과 기능은 물론 요즘 유행하는 감각까지 아우른다. 복잡한 세상에 굳이 불편한 옷을 입어가며 멋을 내는 수고스러움은 사라진 지 오래다. 편안함 앞에 그럴듯한 허울이나 허세 따위가 통할 리 없다. 덕분에 하이패션은 위화감을 벗고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며 친숙해졌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여 년 전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부르짖은 루이스 설리번의 철학을 깊게 새겨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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