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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2020.05.22

곽동연의 캔버스

네온과 레트로 무드, 회색 빛깔이 뒤섞인 을지로 뒷골목에서 곽동연을 불러세웠다. 연극 무대 위를 휘젓고 다니는 듯, 그의 세계는 지금 가장 힙한 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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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듀로이 수트 보스 맨, 화이트 셔츠 송지오 옴므, 슈즈 8 by 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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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코트 폴 스미스, 블랙 카디건 제이리움.
Q몇 년 전부터 여기 을지로가 굉장히 힙한 장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을지로에 왔을 때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위주로 둘러보았다. 오늘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말 힙하다고 소문난 곳들 위주로 다니면서 촬영해서 그런지, 신구 조화가 어우러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직업군, 연령대 등 굉장히 다양한 군상이 모여 있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소다.
Q불금의 기운이 여실히 느껴지지 않나? 지난번에는 평일이라 확실히 그때에 비해 훨씬 북적이는 느낌이다. 이런 힙한 서울의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꽤 많은 듯하다. 좀전에도 어떤 관광객과 사진을 찍었다. 내 이름은 모르지만 드라마에서 봤다면서 기뻐하더라. 그저 감사할 뿐이다(웃음).
Q친구들은 주로 어디에서 만나나? 가로수길. 청담동 일대에서 꽤 오랫동안 자취를 해서 그런지 자주 가던 단골 식당도 모두 그 근처다. 가끔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좋긴 하지만 이젠 익숙한 게 좋고, 편하다. 나만의 구역 같은 느낌이라 외로움도 덜하고.
Q드라마 [두 번은 없다]에 캐스팅되었는데 호텔 사장의 손자 배역이다. 서울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는 ‘낙원여인숙’에 모인 다양한 사연의 주인공들이 “인생에 두 번은 없다”를 외치면서 서로 가족이 되고, 그 여인숙과 악연으로 이어진 ‘구성호텔’의 두 집안 사람들이 엮이는 이야기다. 구성호텔의 후계자이자 경영본부장으로 일하는 나해준 역을 맡았는데, 정도 많고 허당기도 있으며 본인이 살아온 환경에 비추어볼 때는 또 안하무인에 독불장군 같은 자기애로 가득한 모습도 보인다. 거의 96% 정도 내 사적인 모습과 불일치하는데(웃음), 나해준의 시크하고 차가운 성격에 곽동연적인 성격을 양념으로 가미해 좀더 에너제틱하고 활발한 인물로 만들었다.
Q나해준이라는 인물이 더욱더 궁금하다. 나해준은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은근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잔정도 많다. 어떤 일에든 엮이는 것을 꺼리고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게 죽을 정도로 싫지만, 결국 발을 담그게 되는 오지랖형 공감 캐릭터다. 나해준을 탐구하는 방식은 주어진 대본에 충실하는 게 첫 번째다. 책, 영화, 타 작품, 친구 등을 통한 간접 경험이 그 뒤를 따르겠지만, 최근에는 불특정한 어떤 형태를 계속 떠올린다. 해준이는 연핑크색에 뿔이 막 나 있는 곰 같은 느낌이다. 그 위에 나만의 언어로 형상화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한다.
Q[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오랜만의 주말드라마다. 선생님들(윤여정, 한진희 등)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현장 분위기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간 운좋게 많은 작품을 했는데, 대부분 또래들과 하는 작품이 많아서 지금의 현장은 그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래 사이의 충돌에서 나오는 결과도 좋지만, 이 길을 한참 앞서 걷고 계시는 대선배님들과의 호흡이 그립고 또 필요하기도 한 시점이었다.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너무 반갑고, 동시에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긴장 속에서 연기하는 장점도 있더라. 리프레시도 되고 자세를 바로잡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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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수트 에번 라포레, 화이트 셔츠 주수루.
Q지금까지 맡은 배역들 중 그래도 자신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고, 애정이 가는 역할이 있다면? 아, 진짜 이건 떠올리면서도 행복하다. 어느 하나를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을 했다는 기억에, 뿌듯함이 가슴에 번진다. 굳이 한 인물을 택한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의 김병연. 젊은 동료들과 함께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시너지의 최고봉이지 않았을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이들끼리 모인 작품이라 밝은 기운과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스스로도 촬영 매 순간이 마일리지처럼 적립되어 그 역할을 조금씩 더 완성형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으니까.
Q초등학교 때 합기도를 했고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고 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아이스하키. 몇 년 전, 아이스하키 선수의 내용을 담은 단막극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역할을 위해 연습을 하면서 완전히 푹 빠졌다. 드라마를 마무리하고 동호회 팀에 들어갔다. 작품이 정해지면 혹시나 부상의 위험 때문에 횟수를 줄이기는 하지만, 쉬는 기간에는 꾸준히 운동했다. 아이스하키는 진짜 매력적인 스포츠다.
Q최근 취미를 붙인 운동은? 자주 걷기 시작했다. 러닝을 즐겨 했지만 걷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뛰는 것은 시간 대비 고효율의 운동 효과와 극한까지 호흡을 내몰았을 때 맛볼 수 있는 짜릿함이 있다. 반면에 걷기는 굉장히 릴랙스하고 몸안에서부터 땀이 송글송글 맺혀 몸이 살짝 뜨거워진다. 반대로 머리는 또 차갑게 식는 느낌이다. 유일하게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걷기와 뜀박질을 할 때다.
Q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하던데, 지금의 본인에게 어떤 승부를 던지고 싶은가?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은 배우 일을 그만두게 되는 날까지, 연기로 오점을 남기지 말자는 각오다. 그렇게 되려면 건강이 우선이다. 스스로에게 ‘언제까지 영양제를 챙겨 먹을 것인가’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다짐에 가깝다고나 할까. 어느 날은 귀찮아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꾸역꾸역 아침에 챙겨 먹는 나 자신을 보면서 ‘녀석, 잘 크고 있구나’ 스스로 대견하다.
Q‘절미와의 만남’에서 드러난 곽동연의 민낯을 보았다. 유난히 강아지를 좋아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나? 나는 1인 가구다. 내가 일하러 나간 사이 혼자 있을 강아지를 생각하면, 그 아이에게 안 될 일이다. 내 외로움을 덜기 위해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욕심 아닌가. 그래서 랜선집사로서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어 절미를 만났던 것 같다. 그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 내 SNS가 그렇게 붐 업이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는데 이제는 참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옷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 때 잘 입었을까?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손바닥만한 크기였는데 이젠 늠름한 과수원집 막내딸로 잘 뛰어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 강아지를 돌보는 예능을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주는 어떤 힘과 힐링, 간접 체험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반려견이 있는 나의 미래를 꿈꿔본다.
QSNS를 슬쩍 훑어보니 자유로운 영혼인 것 같다.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본래의 주량은 몸에서 신호가 오기에 한 병 반 정도가 맥시멈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 신호가 오지 않는다! 끝이 없다. ‘한창 간에 술이 잘 받을 때인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 적도 있다. 이젠 함께하는 이들만 있다면 술이 계속 들어가고 그만큼 다음 날에 힘들더라. ‘숙취’를 제대로 경험 중이라 간 보호약을 사전에 먹고, 다음 날에도 한 번 더. 그리고 술 마시는 중간중간 물을 꼭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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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재킷, 네이비 니트, 데님 팬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슈즈 8 by 육스, 네크리스 프레드, 벨트 스타일리스트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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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마르니 by 매치스패션, 그레이 코트 골든구스, 블랙 팬츠 로드앤테일러, 브레이슬릿 프레드.
Q다른 배우들에 비해 유난히 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 교류가 많은 것 같다. 사적인 부분의 노출이 과하다 보면 작품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 등장할 때 연기하는 배역에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부분을 염려해서 세심한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닐까. 반면 나는 원래 농담 하나라도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SNS를 통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나오는 바이브를 팬분들이 좋아해주셨다. 그래서 SNS는 잘만 활용하면 좋은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첫 팬미팅을 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라이브로 직접 살갗을 부딪치며 만난 팬분들의 에너지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했다! 내 작은 꿈 중 하나였다. 배우는 가수에 비해 팬들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재작년에 연극 공연을 하면서 ‘퇴근길’이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체험한 후, 진짜 팬미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 내가 더 좋아서 이런저런 오버를 많이 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웃음). 이런 시간과 자리가 주는 힘, 에너지, 그 모든 순간들이 좋았다.
Q연극 [엘리펀트 송]을 통해 연극에 재미를 느낀 것 같다. 드라마와 달리 연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연극은 아무것도 거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소리와 울림이 전달된다. 공기의 탄력도까지 느껴질 정도다. 최대한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 관객의 몰입도 역시 피부에 와닿는다. 막을 내렸을 때 오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한 번 맛보게 되면 중독된다. 90분 정도 공연하는 이 연극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시간과 돈을 지불한 만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마어마하다. 공연을 풀타임으로 이끌어가야 하고, 그 와중에 관객들을 집중시켰다가 긴장시키기도 하고, 약간 풀어줬다가 웃겼다가 울렸다가 해야 한다. 그렇게 극 전체를 핸들링하는 밸런싱 작업이다. 또 한 테이크 더 갈 수 없지 않나(웃음). 그리고 연극은 도와주는 장치들이 없다. 음악이니 의상이 체인지되거나, 바스트업만 찍는 것이 애초에 불가하다. 그래서 몸을 사용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드라마는 작가 예술, 영화는 감독 예술,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렇게 밀도가 쌓여 ‘찐’ 배우가 되어가는 거다.
Q본인의 어떤 ‘끼’가 지금의 배우 곽동연을 있게 했을까? 이게 ‘끼’라고 봐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운동하면서 배운 건지 후진이 없고, 무조건 직진형 인간으로 완성된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할 때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말도 안 되는 혹평과 비난, 부정적인 악조건들이 모인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때 오는 좌절과 상처 등이 깊어질수록 두고 보자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맛을 보여주겠어, 끼 중에 끼는 독기!’란 생각이 계속 나를 굴러가게 했고,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해주는 가솔린 역할을 했다.
#싱글즈 #화보 #곽동연 #두번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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