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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2020.10.17

지진희의 미스터리

불륜남에게마저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배우 지진희가 새롭게 보여주는 모습은 순애보다. 드라마 '미스티'를 통해 드러날 그의 이기적인 사랑 속에는 미스터리와 음모와 같은 흥미로운 요소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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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덮인 거리는 사물의 실루엣만 보이게 한다. 알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정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상대는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다가가야만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안개 속에 다른 차원에서 온 괴물을 감추었고(그의 소설 '미스트'는 영화는 물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2월에 방송을 시작하는 드라마 '미스티'는 살인 사건의 해답과 함께 인물들의 사정을 안개로 가렸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부인을 위해 직접 변호사로 나선 남자는 손을 뻗어도 그 위를 다시 하얀 연기가 금세 뒤덮는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지진희다. 절절한 눈빛과 애틋한 사랑 고백으로 '애인 있어요'의 불륜남 최진언을 첫사랑에 괴로워하는 순정남으로 바꾸었던 그가 이번에는 불륜 대신 순애보를 선택했다. 20년 가까이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사랑해온 남자에게 딱 어울리는 캐릭터.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좌우로 흔든다. “국선변호사 강태욱은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입니다. 그의 사랑도 다를 게 없어요.” 그의 짧은 설명에도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한층 더 높아진다. 극의 중심을 이루는 살인 사건과 아직 밝힐 수 없는 강태욱의 사정에 호기심이 일기 때문이다.실제로 그는 스튜디오에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촬영 중인 드라마에 대한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김남주, 전혜진, 임태경, 이경영, 안내상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엄청난 캐스팅을 완성한 배경에는 굉장히 재미있는 대본이 있단다. “하나를 보면 그다음이 궁금해 미칠 정도예요. 배우들이 전부 시나리오 때문에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할 정도니까.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심드렁했던 사람이 대본을 읽은 후엔 ‘이건 꼭 해야겠다’며 생각을 바꾸기도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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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는 인터뷰마다 “배우는 선택 받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배우와 작품 사이엔 운명적인 만남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대장금' 이후에 사극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이'의 숙종은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근엄한 왕이 아니라 슈퍼스타와 같은 모습이죠. '대풍수'의 이성계는 또 달라요. 우리가 알던 태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연달아 불륜남을 연기하기도 했다. “비슷해 보이는 멜로물이라도 서로 사랑을 하는 방식부터가 완전히 딴판이에요.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불륜이 시작된 이후의 상황을 다루는 독특한 시선이 담겼죠. ‘또 불륜이야?’라며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걸 찾는 나만의 방식이랄까요?” 지금까지는 그의 운명이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인생캐릭터’를 경신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성공적으로 채우고 있다. 지진희와 <미스티>의 만남도 운명적이다. 대본 속에서 살아 숨쉬는 배역에는 그의 모습이 녹아 있다. 강태욱의 대사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지진희의 저음이 울린다. 게다가 이번 역할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강태욱이 보여주는 이기적인 모습이 신선했어요. 갈등과 반전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흐름도 매력적이고. 선택해준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죠.”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기대로 화보 촬영과 인터뷰 내내 웃는 모습을 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쉽게 표정을 풀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운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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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격정 그리고 멜로. 드라마 '미스티'를 소개하는 세 개의 단어 중 지진희의 관심을 끄는 키워드는 역시 미스터리다. “어쩌면 제 캐스팅부터가 미스터리 일지 몰라요”라며 농담을 이야기하는 그는 드라마 속에서 안개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 헤맨다. 실제 지진희 역시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알고 싶은 게 생기면 시간 맞춰서 밥 먹는 걸 귀찮아할 정도로 푹 빠져요. 태블릿 PC에 온갖 자료와 사진을 담아서 끊임없이 돌려 보죠. 엊그제도 집에서 제때 밥 안 먹는다고 집사람한테 혼났어요. 새로운 취미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예요. 얼마 전에는 오래전부터 갖고 싶던 가죽 재봉틀을 한 달 반이나 검색해서 해외 직구를 했고, 골프에 푹 빠져 매일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어요.골프가 왜 재미있는지 알아요? 정답이 없기 때문이에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아요. 전 이런 게 너무 행복해요.” 그는 새로운 걸 알게 될 때 느끼는 희열로 삶의 재미를 더한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는데 지겹다며 끝나는 시간만 기다리는 건 무척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갖고 다가가면 누구나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살다 보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결국 인생 자체도 무척 재미있게 변해요.” ‘정답은 없다’는 그의 태도도 이런 성격에 영향을 미쳤을 거다.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 계속 공부해야 해요. 알면 알수록 새로운 게 등장하는 게 얼마나 즐거워요. 가끔 애한테도 이렇게 말해요. “지금 네가 믿고 있는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하하.” 어쩐지 랜턴을 들고 안개 속에 불을 비추는 모습이 능숙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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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진희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는 자신의 위치가 늘 걱정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연기 경력이 20년에 가까워지고 주연을 맡아 작품을 이끄는 위치에 선 탓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혼자서 찍는 게 아닙니다.그래서 배우나 스태프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내면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좋은 결과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믿어요. 주연 배우라고 해서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 수평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랩 음악의 가사를 인용한다. “주인공인 마냥 들어 주인공이니깐 넌 왜 아니라고 생각해? 너도 마찬가지란 말이야(요즘 힙합 음악에 빠져 있다는 그는 비와이의 ‘Day Day’를 능숙하게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책임감과 부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진희도 잘 알고 있다. “내 역할에만 집중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가까워지는 정도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아요.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늘 생각해요.” 질문을 던지면 곧장 대답을 늘어놓던 그가 잠깐 이야기를 멈춘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디선가 날 비난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죠. 중요한 건 내 자신이에요. 내가 얼마나 내 삶을 잘 살고 있느냐. 이기적인 강태욱에 흥미를 느꼈던 건 어쩌면 이런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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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은 어떤 계기에 의해서 비롯된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지진희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나 자신”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하던 20대 후반의 고민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재능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너무 좋은 기회를 얻었고, 내 실력과 인기가 반비례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죠. 기왕 시작한 거, 연기자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 지나가던 사람도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괴롭지 않냐고? 오히려 재미있어요.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며 놀라고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을 이룬 적도 있습니다.” 그가 신이 난 표정으로 이야기를 잇는다. “예전에는 작업실을 만들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집 방구석에 앉아서 좋아하는 일만 해도 즐거워요. 이제는 어디서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외아들로 태어나 자라면서 형성된 자아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랄까.” 그가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얼마 전에 구입한 재봉틀, 직접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와 가방 등을 쉬지 않고 보여준다.

드라마 '미스티'속 강태욱이 지진희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대본에 적힌 대사에서는 그의 낮은 저음이 자연스럽게 울리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그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예상된다. 그리고 또 하나. 안개 속에 숨은 진실을 찾는 모습은 평소의 지진희와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에도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오늘도 마찬가지다.
#싱글즈 #지진희 #스타화보 #미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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