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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11.26

닿을 수 없는 진심

당신과 나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건 100%의 진심이 아니다.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면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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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진심만 말하는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사람들이 거짓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세계, 한 남자가 인류 최초로 거짓말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거짓말의 발명>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절망적인 노인들을 위한 서글픈 장소’라고 쓴 요양 병원. 갓 태어난 아이에겐 “아기가 정말 못생겼네요. 쥐새끼 같아요”라고 말한다. “저 오늘 출근 안해요”라며 회사에 전화를 건 직장인은 “어디 아프냐”는 질문에 “아뇨, 안 아파요. 그냥 거기가 싫어요”라고 답한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와의 사이에 꼬여버린 매듭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진심을 전하는 것’이라 여기지만 그 진심 때문에 관계가 더 꼬이는 경우도 있다. 마음속 말을 가감 없이 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감추는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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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회사는 욕해도 내가 욕해
얼마 전 친구와 싸웠다. 친구는 요즘 들어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 전체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 같다나. 조금만 검색해봐도 친구가 몸담은 직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지금의 회사에 다니기보다는 유망한 직종으로 옮기는 것도 좋겠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준 건 나인데 말이다. 사람의 감정은 참으로 신기한 게 신나게 회사 욕을 하다가도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하면 열심히 항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좋은 이유’를 줄줄이 읊게 되는 것이다. 동료들끼리 주야장천 하던 회사 뒷담화에 다른 회사 사람이 끼어들어 같이 욕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실컷 남자친구 욕을 하다가도 “그래. 너 남자친구 진짜 별로다. 헤어져”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네가 뭔데 우리 보고 헤어지라 마냐 하냐”며 발끈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어차피 상대방도 당신에게 해답을 구하려는 건 아니다. 대화를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답을 발견할 뿐. 이럴 때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은 본의 아니게 화를 돋우고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라는 말의 진위 여부나 진심 같은 건 알 길이 없다. 괜히 에너지를 축내지 말자.

2 필터링이 필요해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번에는 귀하를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거절은 왜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밤새 쓴 자소서, 연차까지 쓰고 본 면접의 결과가 탈락 메일이라니.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같은 말이 형식적이라는 건 알지만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다. ‘너의 미천한 실력으로는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같은 말보다는 백 배 나으니까. 어떤 일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 거절의사는 명확하게 밝히되 진짜 이유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회사 내부인만이 아는 이야기가 밖에 새나가 좋을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어느 정도 관계를 열어두어야 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프리랜서로 일하는 A는 그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던 기업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두 차례 미팅 끝에 거의 진행이 확정된 일이었는데 막판에 다른 사람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왕왕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던 차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담당자 김 대리의 전화가 화근이 됐다. 알고 보니 A가 이번에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속사정은 김 대리의 직속 상사가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굳이 그 말을 전할 필요가 있었을까. 거절할 때 진심을 숨기지 않으면 자칫 감정적인 문제로 번져 협업 관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거절 사유가 말하기 애매한 종류의 것들이라면 일정 같은 만만한 핑계를 대는 편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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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너무 솔직하면 곤란한 아이스 브레이킹
나만 보면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는 회사 동료가 있다. 왜 이렇게 얼굴이 부었냐며 운동은 하고 있는지, 잠은 몇 시에 자는지, 영양제는 잘 챙겨 먹는지 이런저런 것들을 묻는다. 주치의처럼 사소한 것까지 물어봐주는 그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문제는 마주칠 때마다 나의 상태를 가감 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조금 꾸미고 온 날에는 “약속 있냐”고 묻고 대부분은 “오늘 또 부었네”라고 말한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도 하루 이틀이지 만날 때마다 그러니 민망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만나는 이의 외모나 옷차림을 언급하는 것으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표하면서 ‘나 이렇게 너에게 관심이 많다’는 걸 어필할 수 있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걸 좋아한다. 눈썰미가 조금만 좋다면 새로 산 가방을 알아보거나 바뀐 헤어스타일을 언급하며 상대방을 금세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방의 상태를 곧이곧대로 말하는 유형이다. 기분 좋게 약속 장소에 나왔다가도 “화장이 떴다” “요새 무슨 일 있냐”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냐” “이 옷은 잘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확 다운된다.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말했다. 보디빌딩 대회에 나온 다른 경쟁자에게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네요” “어디 아파요?” 같은 말을 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너무 솔직한 나머지 자신을 위축되게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진심으로 상대방을 걱정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당신의 오지랖일 뿐이다. 아이스 브레이킹은 간결하고 기분 좋게,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만 언급하자.

4 알수록 상처받는 이별의 이유
커뮤니티에서 웃픈 사연을 봤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친구가 술에 취한 채 큰 일(?)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한참을 나오지 않았고 걱정이 되어 가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고. 이후 벌어진 일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후 글쓴이는 남친을 보면 설레는 대신 자꾸만 그날의 냄새가 생각나 도저히 못 만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별 사유를 솔직히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굳이 이런 에피소드가 아니라도 연인 사이에 이별의 이유를 어디까지 얘기하는 게 좋을지는 늘 고민되는 문제다. 헤어진다고 해서 관계가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라 추억이나 기억으로 남게 되므로 이별 사유로 인해 굳이 관계를 망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L은 얼마 전 소개팅에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 두 번째 만남까지 분위기가 꽤 좋았다. L은 앞으로 둘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앞으로 편한 사이로 지내자는 카톡을 받았다. 연애 고수인 L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던 L은 정말 없어 보인다는 걸 알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렇게 알게 된 진짜 이유는 L이 뿌리는 향수가 6년 동안 사귀던 옛 여친의 향수 냄새와 같아 도저히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황당한 이유라 정나미가 뚝 떨어졌고 당연하게도 그 둘은 이후에도 편한 사이로 지낼 수 없었다. K도 이별의 이유를 캐물었던 적이 있는데 상처만 받았다고 했다. 잇새에 고춧가루가 하루 종일 끼어 있었다는 이유로 차였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는 데 이유가 없듯 별것 아닌 일이 이별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별의 이유 같은 건 솔직히 말하지도 말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관계 #거짓말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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