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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20.10.21

판타스틱 듀오

일관된 심미안과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문초이를 이끄는 최문경, 최문호 자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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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문경, 최문호가 만드는 문초이를 소개한다면.
2018 F/W 시즌에 론칭한 브랜드로,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최문경이 디자인을 담당하고 경영과 경제를 전공한 최문호가 매니징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다. 견고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균형 있는 젠더리스 실루엣을 제안한다.

Q 데뷔 이력이 화려하다. 2018 F/W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전교생의 5%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졸업 패션쇼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매거진, 셀러브리티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비공식적으로 두 시즌간 활동했다. 동시에 교외 활동으로 신인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CFDA+2016 Design Graduates’에 선발되었고 CFDA의 제안을 받아 뉴욕 패션위크로 데뷔할 수 있었다.

Q 자매가 함께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졸업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등 하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개념이라 과제가 넘친다. 때마침 동생 최문호가 한 학기 먼저 졸업하게 되었고 선뜻 뉴욕으로 건너와 동고동락하며 브랜드 론칭까지 쉼 없이 내달렸다. 아마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다.

Q 어떤 일을 할 때 친밀한 사이가 되레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자매가 함께 일하며 얻는 장단점을 꼽는다면.
의심 없이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브랜드를 운영하며 무너질 뻔한 요소가 굉장히 많았는데,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견고한 믿음 덕분이다.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고 선택을 의심하지 않으며, 항상 듬직한 존재가 곁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자신감이 차오른다. 단점을 꼽으라면 24시간 내내 일을 놓지 못한다는 것. 둘 다 끝을 보는 성격이라 퇴근 후 일상까지도 모두 일에 관련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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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0~90년대 정취가 깃든 2020 F/W 컬렉션.
2 2020 F/W 컬렉션 스타일링 보드.
3 공식 데뷔인 2018 F/W 컬렉션.
4 2020 S/S 컬렉션.
Q 정교한 테일러링과 균형감이 특히 탁월하다. 옷을 만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
가장 고심하는 건 밸런스다. 균형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소재, 디자인을 면밀히 구현할 수 있는 테일러링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디자인부터 공정 과정까지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침 없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완벽한 제품이 완성된다.

Q 문초이를 논할 때 여성과 남성을 아우르는 젠더리스 실루엣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사이즈가 큰 옷 말고, 문초이가 추구하는 젠더리스는 무엇인가.
‘여자라서 안 된다’ 같은 구시대적 편견 없이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독립심 있게 자랐다. 특히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하다 보니 ‘옷은 성별로 구분되지 않는다’라는 철학이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론칭 초반엔 젠더리스 코드에 심취해 있어서 이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했는데, 시즌을 거듭하며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을 없앤다는 개념 자체가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저 스타일을 제안할 뿐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오로지 소비자의 취향이다.

Q 문초이의 장점을 꼽으라면 담백하고 견고한 테일러링 속에 숨겨진 위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디자인을 할 때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패션을 공부하던 시절엔 무한한 자유가 주어지는 주제보다 제한된 틀 속에서 변형해야 하는 과제를 해냈을 때 더 흥미로웠다. 몸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절제된 룩 안에서 창의성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Q 탄탄한 테일러링에는 소재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인과 원단의 조화가 깨지면 의도하는 실루엣은 결코 구현되지 않는다. 이를 보는 안목은 경험이다. 당연하게도 론칭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봉제에 숙련된 장인들과 소통하고 시즌을 거듭하며 소재를 고르는 눈을 키우고 있다.

Q 매 시즌 컬렉션을 창조하는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문초이는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다. 단순히 어느 요소에서 영감을 받기보단 하나의 이야기를 짓고 이를 들려주는 매개체로 옷을 활용한다.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일상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서 이야기를 짓는 방식이 무척 재미있다.

Q 2020 F/W 시즌엔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열정적으로 일에 관해 토론하는 우리 자매를 보며 부모님께서 자신들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씀하셨다. 문득 그 시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이번 시즌은 부모님의 젊은 시절로 여행을 떠났다. 빈티지한 소파를 떠오르게 하는 퀼팅 기법, 카펫의 프린지 디테일, 식탁보의 섬세한 레이스 등 화려했던 1980~90년대 서울을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Q 이번 시즌엔 그동안 문초이 컬렉션에서 볼 수 없었던 데님 소재가 눈에 띈다.
정제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풀어내다 보니 갖춰 입어야만 하는 옷이라는 선입견이 한편에 자리했다. 조금 더 친숙하되 문초이의 감성을 지킬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다 데님을 떠올렸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인 동시에 원하는 실루엣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니까. 데님이 대유행이던 1990년대를 재현한 이번 시즌 콘셉트와도 완벽히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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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초이의 첫 데님을 만날 수 있는 2020 F/W 컬렉션.
2 뉴욕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19 S/S 컬렉션.
3 2019 프리폴 컬렉션.
4 비공식적으로 활동했던 2018 S/S 컬렉션.
5 쇼룸 한편에 자리한 시즌별 룩북.
Q 문초이는 벨라 하디드, 켄달 제너 등 세계적인 셀럽들도 즐겨 입는다. 얼마 전엔 블랙핑크 제니가 착용한 수트가 완판 행렬도 모자라 세 번째 리오더를 마쳤다고 들었다.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품절로 인해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없게 되자 오피셜 인스타그램 계정, 이메일 등으로 구매 문의가 쏟아졌다. 한 번도 거래한 적 없는 해외 바이어들도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무조건 구매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태국, 호주 등 보다 다양한 곳에 문초이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Q 문초이가 그리는 이상적 여성상이 있는가.
모든 브랜드가 그렇듯 마케팅적 관점에서 문초이 역시 타깃층이 명확했다. 다만 지난 3년이 지난 지금 그 생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놀라웠던 건 문초이를 실제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이다. 고객 중엔 50~60대 여성은 물론 60대 남성도 있다. 내가 쌓아왔던 디자인적 철학이 무척 일방적인 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의 관점이 편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라든지 성향을 따로 정해두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Q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뉴욕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던 문초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중국, 유럽 등 그동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부티크들이 모두 문을 닫았으니까. 가장 큰 변화는 패션이라는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패션쇼보다 짧은 디지털 필름의 영향력이 강해진 시대가 아닌가. 이에 걸맞게 디지털 룩북을 제작하는 등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려 한다.

Q 지속 가능성은 패션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숙명이다. 실천하고 있는 것들 혹은 앞으로 계획하는 것이 있는가.
늘 고심하는 분야다. 면밀히 파헤쳐보니 가장 큰 문제는 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더라. 에코 퍼를 사용하거나 원단을 선택할 때 출처를 확인하려 노력하고, 특히 앞서 언급한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데님 라인만큼은 오가닉 원단이나 리사이클 원단만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뿐만 아니라 패키징이나 유통 과정에서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연구하는 단계다.

Q 브랜드를 론칭한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패션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난 3년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알리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만난 고객, 바이어 등 다양한 사람들과 나눈 대화, 상호간의 소통 방식 등이 자양분이 됐다. 브랜드는 단순히 자신들이 추구하는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디자인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늘 겸손해진다.

Q 문초이를 통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젊은 브랜드가 가진 용기와 패기 덕분인지 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다. 의류 라인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뒤 3년 안에 그간 룩북에서만 선보이던 가방과 신발 등 액세서리 라인을 생산하고 싶다. 그 후엔 우리가 추구하는 미학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 거다. 문초이 컬렉션과 어울릴 만한 가구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예술 작품과의 공간 협업이 될 수도 있겠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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