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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9.05.29

적당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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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재혁
뭐든 적당한 관계가 편하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생각보다 더 이기적이다. 기대와 욕심이 관계를 망친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기준이 다를까 싶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상대가 애인이든, 팀원이든, 상사든, 거래처 담당자든 관계의 본질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은 아예 나의 관계 구조에 들여놓질 않는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관계의 출발이다. 너와 나는 만나서 시간을 공유한다. 자꾸만 욕심이 고개를 든다. 네가 보인 선명한 관심에 욕심이란 싹이 자라난다. 공과 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문제의 본질은 비껴가며 사소한 어긋남이 쌓인다. 일은 일, 감정은 감정, 딱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과정과 결과를 모두 공유한다 하더라도 결과의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다. 가능한 선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 너와 나의 공동의 목표가 있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보기 시작한다. 이제 공과 사의 구분에서 ‘사’가 너와 나의 관계를 지배한다.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편집한다. 박터지게 싸워도 진심 대 진심으로 밀고 나가야 통하는 거다. 아무리 가슴이 너덜너덜해지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싸우지 않는다. 비틀린 관계를 은근히 무시하고 잊는다. 오히려 감정이 삭제된 낮은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평온하다.
가끔은 타인의 냉정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너는 누가 봐도 연민을 느낄 만한 말들을 솔직하게 내뱉어놓고 막상 공감하려 들면 또 금방 빠져나가 버린다. 어떤 위로나 위안 따위도 모두 거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함께 공유하는 공기는 같으나 마음의 시간이 다른 사람들이다. 냉정한 뒷모습에 서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가 겪은 일이 위로 받을 만큼 그리 대단히 어렵고 억울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너는 위로 같은 건 전혀 없이 냉담했지만, 내가 받은 건 대단한 위로였다.
감정적으로 서로 얽히지 않는 관계란 없다. 너와 나를 스스로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감정이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아주 작은 콤플렉스 한 조각도 보탠다. 조급한 사람일수록 타인을 향한 냉소가 쉽게 드러난다. 너의 자신감이 불편했던 게다. 나는 반복해 이야기할수록 내면의 통제가 헐거워진다. 머릿속의 생각은 차고 넘쳐나는데 문장으로 토해내지를 못한다. 머릿속은 팽팽하게 당겨진 끈의 양 끝을 잡고 있는 기분이다. 어느 한쪽이 놓지 않으면, 언제 끊어질지 몰라 숨을 참게 되는 그런 기분. 아주 오랜만에 평정을 잃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꼭꼭 숨겨 또다시 오만한 평정을 덧씌운다. 이건 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생긴 일이 아니다. 너와 나의 거리가 적당히 평행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기 때문에 빚어졌다. 솔직하게 인정해버리거나, 내 것이 아니라고 아예 포기하면 쉬웠을 텐데. 적당한 것은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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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위로 #관계 #인간관계 #사회생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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