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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2.22

한껏 가까워진 예술의 데모크라시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의식주도 아니면서 아트를 산다. 어쩌면 가장 아티스틱한 오늘에, 예술은 갤러리의 고고한 벽에서 내려오고 경험 소비를 이야기하는 시대의 크리에이션으로 소비된다. 현실의 비현실을 예술이라고 할 때 도시는 지금 아트를 품고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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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이상하게 곳곳의 미술관이 문을 닫았다. 뉴욕의 MoMA는 리뉴얼 공사를 위해 지난 2019년 10월까지 모두 두 개의 건물 중 서관의 문을 닫은 채 동관 하나만으로 6개월 넘게 전시를 이어갔고, 일본의 현대미술관은 2016년부터 재단장을 위해 대대적 공사에 돌입하며 장기간 미술관의 운영을 멈췄다. 2010년 후반 즈음, 갤러리의 시장 활성화 논의가 대두되던 무렵,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 ‘보는 경험’으로서의 시장을 크게 뒤흔들며 벌어진 일이다. 아트라는 영역에서 어찌 보면 도도한 척 여타 상업예술과 다른 자리에 유유히 자리했던 MoMA, 테이트모던, 그리고 일본의 하라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은 줄어드는 관람객과 예전 같지 않은 아트 마켓 사정에 뒤늦게 화들짝 놀라기라도 한 듯 문을 닫았다. 아트나 하던 이들이 디지털 시대의 대책을 찾기 시작했고, 미국 애틀랜타 ‘하이뮤지엄’의 디렉터 마이클 사피로는 “미술관은 예술적 경험의 장을 줄이지 않으려면, 테크놀로지적 화법의 수단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새로 문을 연 MoMA의 재무 관리 디렉터 잔 포스마는 어마어마한 4억5000만 달러나 소요된 프로젝트에 대해 “뮤지엄을 거리, 사람 그리고 뉴욕 시티와 보다 더 연결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트가 지금 쓸모를 찾기 시작했다.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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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가게, 경계가 의미를 잃은 심리스(Seamless)적 공간. 책도 팔고, 커피도 팔고, 전시도 여는 곳에서 이름표를 찾으려는 건 이미 바보 같은 시절이지만 더해짐, 어울림, 그리고 스며듦의 그림에도 시작은 분명 자리한다. 경복궁 뒷마을, 소위 서촌이라 불리는 길가에 오래된 시절을 품고 있는 두 동의 ‘보안여관’. 목욕탕이 쇼핑몰이 되고, 쇼장이 되고, 팝업숍 콘셉트가 되는 시절에 그건 꽤나 트렌디한 풍경이 되어버렸지만, 이곳의 역사는 시절을 넘고 또 넘는다. “이름 그대로 1936년부터 서정주 선생이 머물렀던 여관이었고, 2007년 제가 매입하고 2015년에 신관을 새로 지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어요. 두 건물이 똑같이 생겼잖아요. 본래 둘을 뒤집어씌워서 큰 공간으로 그리기는 했는데, 그럼 뒷동네가 모두 막혀버리니까 동네의 스케일을 유지하자고 생각했죠.” 최성우 대표가 찻잔을 기울이며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불현듯 차분하게 오후의 무게가 내려앉는다. ‘보안여관’은 1층 카페를 나와 계단을 올라가면 책방 그리고 갤러리, 2층의 연결된 브리지를 걸어 구관의 전시공간들을 탐험할 수 있는 구조이고, 그건 레트로를 이야기하는 오늘의 힙한 플레이스 같지만 보다 동시대적 예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트의 시간이 잠자는 내일의 공간을 그린다. “2007년 당시만 해도 이런 복합공간이 없었어요. 처음엔 사실 여기가 여관이었다는 걸 몰랐고, 이런 곳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걸 저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유럽에 가면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여기엔 당시 유휴 공간 활용이랄지 도시 재생 담론이 부재했고, 그래서 정말 취재가 많이 왔어요.” 갤러리를 이야기할 때 그건 어김없이 그곳의 전시와 뻗어가는 아트의 움직임이고, 보안여관은 그런 약동의 시작을 끊임없이 발굴한다.

DIV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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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의 ‘다이브인’과 닮은꼴의 건물은 많다. 갤러리가 있고, 숍이 있고, 요가를 하거나 워크숍을 하거나 명상을 나눌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다. 연남동이 새로운 포맷의 공간과 함께 가장 뜨겁게 떠올랐듯, ‘다이브인’엔 오해의 여지가 다분이 묻어 있다. 뭐 하나를 더하거나, 빼거나, 혹은 바꾸거나. 하지만 마을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붉은 벽돌벽의 건물은 익숙히 봐오던 골목의 집들과 별다르지 않아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SNS나 블로그나 힙한 플레이스로 시끄럽게 소비되고 있지만, 이 시대의 도시가 이런 여유에 환호하는 모습은 그저 생경하다. “요즘 크리에이터란 말을 많이 하지만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건 결국 예술가라 생각했어요. 자기가 만든 걸 표현하고 믿는 것, 그것만으로 끊임없이 창작물이 나오는 거죠. 세계에 예술가가 4천이라면 그만큼의 창작들. 그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것이고, 예술가와 함께하는 게 끊이지 않는 샘물일 수 있는 일이라 느꼈어요”라고, 다이브인을 운영하는 단 두 명의 직원 중 최동이 디렉터가 말한다. 다이브인엔 갤러리를 비롯 약간의 숍, 레지던시 스페이스,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열려 있는 다락방의 작은 쉼 공간이 있다. ‘STAY’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숙박시설의 가구와 집기들은 작가의 작품들이다. 판매와 구매를 통해 이곳과 연결된다. 그리고 ‘스테이’는 ‘에어비앤비’로도 예약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숙박시설인지 갤러리인지, 아날로그인지 디지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지만 이건 지금 새로운 크리에이션의 생태계가 되려 한다. 모든 게 있지만 그만큼의 여백이 느껴지는 건 내가 아닌 너를 바라보는 도시의 시작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다이브인, 그곳엔 기다림의 자리가 있다.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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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서술하는 시간의 이야기가 있다. 고급 프렌치에 갈 때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주 찾는 빵집에선 머리가 조금 뻗쳐 있어도 아무렇지 않고, 갤러리에 갈 때면 조금은 교양 있는 사람이고 싶다. 청담동 외진 주택가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한 ‘디스위켄드룸’은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입장이란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곳은 넓지 않고, 이름이 말해주듯 방 정도 스케일의 갤러리이다. 세찬 겨울날 부츠를 벗고 슬리퍼 차림으로 갤러리를 걸은 적은 아마도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저는 예중, 예고, 미대를 나왔고 완전 시각예술 베이스를 가진 사람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게임 개발자랄지 건축가, 그래픽디자이너 등 소위 순수예술 범주 밖의 사람들과 협업을 했고, 그간 제가 알던 예술과는 다른 기능, 사회가 요구하는 아트의 역할이 정말 많다고 느꼈어요. 방은 작가든, 작품이든 좀더 스스럼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도 같아요”라고 김나형 대표는 얘기했다. 김나형 대표는 “작가들도 보다 사적으로,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듯 세밀한 것들을 새롭게 풀어낸다는 느낌도 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디스위켄드룸’, 어쩌면 이런 타이틀의 작품을 어디선가 본 것도 같고, 아트를 규정하는 말은 아마 이곳에 없다. ‘디스위켄드룸’은 신진작가들의 한순간을 담아내고, 그런 방을 품은 청담동 주택가는 좀처럼 익숙하지 않다. 김나형 대표는 삶과 아트, 예술과 일상, 현실과 아트 사이의 밸런스, 그 둘의 보이지 않는 게임이란 말을 조금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보안여관 #큐레이이터 #아티스으런플레이스 #다이브인 #디스위켄드룸 #플로우비트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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