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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3.14

도시의 트라이브

도시에 새로운 관계의 부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함께 밥을 먹고 꿈을 꾸며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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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취업 등 경쟁의 문턱을 여러 번 넘으며 살았다. 10년 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나는 끝내 주위 사람과의 경쟁 자체를 포기했다.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면서 회사 생활은 더 넉넉해졌고 주위엔 나를 믿어주는 지인들로 가득하다. 외로울 틈이 없다. 좋은 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내려놓은 건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마음 하나였는데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현세대의 표상과도 같은 사람이다. 경쟁에서 얻어지는 건 패배감뿐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선상에 서서 성공을 향해 달렸다. 공부와 일, 휴식에 쏟는 시간조차 불공평하게 짜인 시대에서 성공을 향한 개인의 욕망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못나게 살고 싶진 않은데. 자, 다시 첫 단추부터 꿰어본다. 경쟁을 하기엔 지쳤고 혼자는 외롭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을까?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서로 연대하며 새로운 관계를 조직한다. 셰어하우스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소셜 다이닝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식사를 하며 식구가 된다. 더 나아가서는 마을 교육공동체가 맞벌이 부부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고 생협을 통해 믿을 만한 먹거리를 구입한다. 친구 이상 가족 미만의 관계, 이건 도시의 트라이브다. 원시시대 부족처럼 서로의 삶에 개입하며 공동체를 만든다. 선사시대에 혈연으로 부족이 맺어졌다면 현재는 욕망과 필요로 연결된다. 오히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서로의 욕망에 귀 기울인다. 대안학교, 마을 경제공동체, 협동조합에서 우리는 서로의 필요를 채운다. 그런 의미에서 신간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는 대안학교 출신 선생님과 제자들이 함께 모여 쓴 책으로 이런 요즘 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책에 등장하는 특이점청년들은 타인의 욕망을 좌절시켜야만 나의 욕망이 충족되는 세상에서 함께해야만 이뤄낼 수 있는 욕망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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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공유경제와 함께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지속 가능한 삶, 미래를 만드는 키워드로 ‘사회적 경제’가 계속해서 언급되며, 협동조합이나 마을 기업 등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그 방식이나 관계도 폭발적으로 다양하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의 ‘호혜’다. 동물원에서 원숭이들이 마주 앉아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네가 내 털을 골라준다면, 나도 네 털을 골라줄게’ 이게 호혜의 시작이다. 서로의 욕망을 교환하는 것. 다만 교환하면서 생기는 이익은 두 사람뿐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흐를 수 있다. 셰어하우스에 살며 절약한 주거비를 저축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기업의 수익금을 아프리카 그 어딘가에 사는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으니까. 돈, 시장 논리가 익명성으로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경쟁을 부추겼다면 사회적 경제는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개인의 욕망을 교환하고 충족시킨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 ‘진짜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회귀해 1만 년 전으로 돌아가 서로를 엮고 규칙을 만들어 함께 행동한다. 도시에 새롭게 나타난 이 부족들은 사회의 새 메커니즘 및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셰어하우스, 대안학교, 공동체, 사회적 기업 등의 이름으로 여러모로 유의미한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다. 또 그 실험은 사회운동이 아니라 당신의 소비와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다. 개개인의 유토피아를 향하여.
#라이프 #공유 #도시 #공동체 #사회 #트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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