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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9.09

지속 가능한 중고거래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중고거래 마켓을 뒤진다. 모두의 일상에 안착한 중고거래라는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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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의 시대
요즘 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마트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당근!’ 알람이 심심찮게 들린다. ‘480억원 투자’ ‘쿠팡과 넷플릭스를 이긴 앱’과 같은 파격적인 수식으로 모바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이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신기한 것은 관심이 어느 한 집단에 편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이용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이다. 위치를 기반으로 중고거래가 이루어진다. 동네 인증 방식과 동네 설정, 매너온도로 상대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이 앱의 특징이다. 중고거래는 사실 우리에게 낯선 문화는 아니다. IMF 당시 범사회적으로 일었던 아나바다 운동과 공동 육아에서 비롯된 물려받기 문화는 중고거래 DNA를 심어주었다. 가족에서 가족으로, 우리 집에서 옆집으로 이어지던 중고품 거래가 전 세대와 전국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의 3파전이다. 그 밖에도 헬로마켓, 파라바라,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운영하는 옥션 중고장터가 있다. 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벼룩시장의 초창기 모델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중고나라는 날개를 달았고 2000여 명의 누적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고나라의 거래액은 약 3조원대에 이르렀다. 인터넷 카페만 운영하던 중고나라는 2014년 법인을 설립했고2016년에는 모바일 앱을 론칭했다. 2010년 탄생한 번개장터는 국내 최초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앱에서 물건 등록과 구매, 결제, 배송까지 이루어진다. ‘번개페이’라는 자체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덕분에 거래 속도가 빠르고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모바일에서 모든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인지 번개장터의 이용 연령은 현재 10대, 20대가 압도적이다. 거래되는 품목 또한 이들에게 맞춰져 있으며 중고거래보다 1인 셀러의 개념이 커 자체 제작한 상품을 파는 세포마켓 유저도 상당하다. 당근마켓은 이제 갓 5주년이 됐다. GPS를 기반으로 거주하는 곳으로부터 반경 최대 6km까지 상품 검색과 거래가 가능하다. 동네 주민을 만나듯 편하게 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직거래를 장려한다.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범위)을 지향하는 덕분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지난해 5~6월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지난 1월 480만 명이었던 이용자 수가 6월에는 890만 명까지 치솟을 정도였으니까.
오늘날의 윤리적 소비
중고거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중고거래가 이렇게 활발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어의 이미지 변화에 있다. 타인이 사용한 물건을 쓴다는 중‘ 고’의 개념을 합리적 소비라는 이념이 앞질렀다. 중고품을 구입하고 그 문화를 즐기는 건 개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곳곳에 일고 있는 환경보호를 위한 진취적인 움직임은 비건, 텀블러 사용처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당당하게 선언하는 것과 같다. 라이프스타일이 곧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말보다 행동이 더 큰 힘을 갖는다. 꾸준히 신념을 실천하는 사람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중고 물품을 사용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니다. 재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막고, 택배포장과 같이 물건 구매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건 윤리적 소비의 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괜찮은 물건을 얼마나 더 싸게 샀는지를 자랑할 때 목소리가 커진다. 합리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가 자랑스러운 시대가 되었으니까. 이 흐름의 기저에는 공유경제의 안착 또한 한몫한다. 공유경제란 2008년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만든 용어로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는 협력 소비’를 바탕으로 한 경제 방식이다. 공유경제의 등장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유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물건과 공간, 인력과 재능 등 다방면에서 활발해진 공유 플랫폼의 확장은 삶을 파고들었다. 덕분에 비움의 미학, 미니멀리즘, 무소유는 뭐든 과분하게 넘치는 사회에서 피로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자리한다. 내게 필요한 물건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중고거래는 공유경제의 새로운 확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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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말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신념을 실천하는 사람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재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막고, 택배 포장과 같이 물건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건 윤리적 소비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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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속 너와 나
지난 3월 나는 당근마켓을 시작했다. 당근마켓을 시작한 후 세상이 다른 온도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한 선배의 뭉클한 후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다운로드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42.5℃의 유저다. 회원 가입을 한 다음 몇 가지 인증 절차를 거치면 36.5℃의 당근이 되니 사용 기간 대비 꽤 높은 편이라고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를 당근의 세계로 이끈 선배처럼 나 또한 당근마켓을 이용하며 인생에 새로운 일을 몇 번 경험했다. 1000원짜리 신권 3장을 종이봉투에 담아 받아봤고, 모르는 아이에게 서툰 글씨로 눌러쓴 감사 편지를 받았으며, 난생처음 보는 할머니가 직접 만들었다는 한과를 한 봉지나 먹었다. 책과 뉴스에서만 보던 ‘이웃의 따뜻한 정’을 몸소 느꼈다. 지하철역과 동네 편의점 앞에서 미어캣처럼 주변을 살피다 쭈뼛거리며 “혹시, 당근이세요?”라는 질문을 듣거나 할 때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론 기분 나쁜 경험도 있었다. 구입한 지 수십 일이 지나 무작정 환불을 해달라는 요구, 내가 판 물건을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람들을 볼 때면 씁쓸함이 차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당근 마켓 유저다. 그 이유는 <싱글즈>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8월 4일부터 9일까지 32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응답과 같다. 필요 없는 물건을 팔고(58%)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39%)다. 팔고자 하는 이와 사고자 하는 이가 있으니 시장은 활발하게 굴러간다. 내게는 쓸모를 다한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인 소비가 되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인 만큼 신뢰는 중고거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거래 날짜와 장소를 다 정하고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물건을 구입한다는 이유만으로 갑질을 하려 드는 경우, 물건의 상태와 다른 사진을 게시하는 건 중고거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해결해야 할 절대적인 과제인 셈이다. 당근마켓의 경우 매너 온도가 안전 거래를 위한 첫 번째 장치가 되어준다. 거래 후기와 횟수에 따라 온도가 결정되는 덕분이다. 30일마다 거주지에서 GPS 인증을 거쳐야 하고, 유해성 콘텐츠와 허위 게시물, 전문 판매글, 사기 등의 행위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찾아낸다. 직거래를 기반으로 하므로 거래 장소는 공공장소를 권하는 편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중고나라는 카페 내에 네이버 페이 안전결제가 가능한 상품만 등록할 수 있는 ‘안전결제 전용 게시판’을 운영한다. 이미 돈을 지불했는데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 등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네이버페이 계좌로 돈을 예치하고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판매자에게 입금되는 방식이다. 번개페이 역시 거래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방법을 이용한다. 사‘기’라는 범죄는 플랫폼 개발자들이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면 되지만 ‘무례함’이라는 매너의 영역은 사용자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익명에 기대어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무책임하게 이끌어가는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뿐 내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판매자가 떠나면 우리는 좋은 물건을 구할 기회만 잃는다. 문화는 개인에서 시작해 집단으로 번진다.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한 중고거래의 경험은 타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
세상에 없던 쇼핑 경험
중고거래의 흥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소비 습관은 전보다 더 신중해졌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는 중고거래의 과정을 즐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발굴해 사진을 찍어 올려 판매하는 과정은 일종의 놀이로 여겨진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덕분에 사는 재미가 파는 재미로 이어진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 거래 경험은 커뮤니티로 진화하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의 컬렉션을 들여다보며 관계를 이어가거나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과 지역 소식을 주고받으며 전에 없던 이웃이 된다. ‘현대 사회’라는 삭막함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중고거래라는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에 팬덤이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수록 발전을 거듭하며 진화한 모델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탄생할 새로운 문화의 기쁨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시대의 변화에 의해 꿈틀대기 시작한 중고 거래가 이룩한 삶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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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라는 범죄는 플랫폼 개발자들이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면 되지만 ‘무례함’이라는 매너의 영역은 사용자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익명에 기대어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무책임하게 이끌어가는 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뿐 내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판매자가 떠나면 우리는 좋은 물건을 구할 기회만 잃는다.
dod_ico
건강한 중고거래 문화를 위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싱글즈> 설문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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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횟수 노출 기능
아이디를 누르거나 프로필을 보면 이사람이 신고당한 횟수와 양식, 빈도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평가를 보낼 때 다양한 카테고리가 등장하는 것처럼 좋지 않은 매너에 대해서도 세세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D dmss****
#우수 회원 어드밴티지 기능
거래가 활발하고 후기가 좋은 회원이 좋은 상품을 먼저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특정 기준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누고 착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존을 만드는 식이다. 이들에게만 선공개하거나 어떤 특권을 줄 수 있으면 어떨까? ID earth***
#상세 정보 등급 기능
사진의 개수, 구매 일자가 적힌 영수증을 첨부하게 하는 등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노출할수록 안심 매물과 같이
분류되면 좋겠다. 자세한 제품 정보를 올린 사람들에게는 포인트를 지급한다면 사기를 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ID dd**9***
#상호 간 신분 공개 기능
중고거래의 경우 직거래의 장점이 많음에도 상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직거래보다 택배를 선호하는 편이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판매와 구입을 결정한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으면 어떨까? 물론 상대의 동의는 얻어야 하고. ID k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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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기능
무례한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신고를 당할 때마다 벌금을 부과한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가입 시 일정 금액을 선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솔직히 사기보다도 무례함과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 중고거래를 망설이게 하는 포인트다. ID j***89*
#재가입 불가능 기능
불건전한 애티튜드로 여러 사람에게 신뢰를 잃은 경우 강제 퇴장시키는 기능이다. 더 이상 회원으로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가입 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는 법이니까. ID hy**7*
#선예약금 기능
구매를 진행하고 거래 날짜와 장소, 시간까지 정한 뒤 ‘잠수’를 타는 사례를 막기 위해 예약자에게 예약금을 받으면 어떨까? 제품 가격의 일정 비율을 미리 입금하고, 만나서는 예약금을 제외한 잔금만 주고받으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ID yun****
#시세 확인 기능
제품을 올릴 때마다 제일 난감한 게 가격 책정이다. 매번 남들은 얼마에 올리는지 검색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는데 등록 과정에서 시세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좀 더 편리할 것 같다. ID r*s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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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거래함
일하는 시간이 불규칙적인 사람들을 위해 무인 거래함이 존재하면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안전을 위한 비대면 거래도 가능하니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다. 판매자가 무인 거래함에 물건을 가져다놓으면 구매자가 편한 시간에 픽업을 하는 식이다. ID yn**m**
#안심 보증 제도
플랫폼 내에서 안심 마크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나름의 기준과 방법으로 심사 과정을 거쳐 인증 마크를 받은 물건이 사기일 경우에는 플랫폼 내에서 보상을 해주는 식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 거래를 유도하는 것뿐 아니라 일정 부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ID n*ako***
#동영상 기능
사진으로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헬로마켓에서 이미 시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던 기능 중 하나로 제품 상태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업로드하면 다각도로 제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ID bo****3
#중고거래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윤리적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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