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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18.09.11

미생의 속시원 스쿨 3 <라이프> 속 구사장에게 배운다! 초보 관리자들을 위한 기초 리더십

초보 관리자들이여, 더도 덜도 말고 구사장처럼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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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다 보면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꼭 해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주로 위에선 하라고 하고, 아래에선 하기 싫다며 반발하는 일들이다(‘중간’ 관리자라는 명칭이 이미 이 역할의 애매함과 곤란함을 말해준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구승효 사장의 여유로운 태도를 떠올려보자. 구사장이 진행하려 했던 ‘의료진 지방 파견’에 항의하기 위해 의사들이 단체로 대강당에 모였던 장면. 그렇게 많은 전문 인력들, 특히 의료계 종사 20년이 넘은 교수급들이 단체로 나서 내가 진행하려는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사장은 침착하다. ‘왜 내 의견에 반대하느냐, 회사가 까라면 까야지‘ 같은 말로 다짜고짜 따지지도 않는다. 강당에 들어선 구사장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툭 던지듯 말한다. “어이구, 많이들 모이셨네… 말씀하시죠?” 강당에 앉아 있는 의사들이 당황한 채 잠시 말이 없자 구사장은 좀더 단호한 말투로 덧붙인다. “수술 얘기하자고 다 모이신 거 아닌가요? 대한민국 아픈 곳 살리는 수술 말입니다. 인종, 종교, 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서하신 우리 선생님들께서, 이제 우리 땅 소외된 곳에 몸소 가서 돕고 싶다, 그래서 모였다고 나는 알고 있는데요?” 결국 사회생활은 (겉으로나마) 논리의 싸움이다. 의사들끼리 있을 때는 의사들의 논리가 통했으나, 구사장은 이 엘리트 집단에 더 근본적인 논리, 즉 ‘직업윤리’와 ‘먹고사니즘‘의 논리를 던졌다. “어디 한번 해보자”며 힘을 꽉 주고 있는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데에는 날카로운 삿대질보다 여유로운 촌철살인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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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내가 잘하는 일만 할 순 없다. 과장급 이상의 중간 관리자인 당신은 어느 날 갑자기 여태 한번도 실무를 경험한 적 없는 부서로 발령이 날 수도 있다. 좌천당한 것일 수도, 업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니 일의 성격 자체가 그런 식으로 바뀐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그곳으로 보내졌는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이다. 이건 생업이고,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로 직장을 때려치울 순 없는 일이니까. 구사장은 강성 노조로 유명한 화물 회사에서 40대 미만 사장으로 부임해 4년 동안 일하다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으로 오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심지어 처음부터 진입장벽이 높은 의학계로 간 것이다. 이에 구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한다. 수술할 때 사용하는 서로 다른 수십 개의 가위 이름을 외우고, 의학 지식, 관련 법까지 꾸준하고 차분하게 파고든다. 업무에 열정을 쏟다가도 쉴 때면 책을 읽고, 병원 수술장을 돌아보기도 한다. 덕분에 수술의 오류를 짚어내고 또 사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련 법규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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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은 주요한 업무 스킬이다. 구사장이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노련하다. 구사장은 병원 설립을 위해 반드시 매입해야 하지만, 땅 주인이 절대 팔지 않겠다는 부지를 사기 위해 직접 송탄으로 내려간다. 매몰차게 거절하는 노부부의 집에서 나무도 정리하고, 강아지도 쓰다듬으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찬찬히 다가가는 구사장. 그렇게 노부부와 식사할 기회를 얻게 되고, 그 자리에서 ‘부부의 아들이 장관직에 있으면서도, 3만 평의 노는 땅을 가지고 있는 건 농지법 위반이다. 따라서 이 땅이 당신 아들 인생의 시한폭탄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구사장은 “저 송탄 부지 탐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까지 온 건 장관님 정치 인생에 그 땅이 걸림돌로 작용할게 너무 보여서예요. 그 분을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재를 뿌리는 것만큼은 막고 싶습니다”라고 아들을 지극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한다. 상대의 고민과 걱정을 정조준한 이런 단호한 접근 덕분에 결국 목적을 달성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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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도 복선이 필요하다. 아무런 맥락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 구사장은 병원 수익을 고려했을 때 동물의료센터가 가장 비전이 있는 분야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동물의료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유기견 센터 자원봉사. 사장이 주도한, 그것도 ‘자원봉사’ 형태의 이벤트였기에 모양새를 위해서라도 팀별로 한 명 이상은 참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이벤트의 성격 상 봉사활동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동물의료센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복안을 슬쩍 흘리기에도 매우 좋았다. 그의 영리한 행보는 언뜻 뜬구름 같던 동물의료센터 계획을 한 걸음 더 현실로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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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당신의 말에 아무런 힘이 없다면, 평소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고 있진 않은가 돌아봐야 한다. 말이 많으면 그 말의 가치도 떨어지기 마련. 묵묵히 견디다 절묘한 순간에 던지는 말 한 마디가 당신의 커리어를 원하는 쪽으로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구사장은 주경문 교수가 병원장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1차 투표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일부러 교수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가다 주경문 교수에게 돌연 악수를 청한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잘 부탁합니다, 주교수님. 이렇게 원장 선거에까지 나오시고, 이제 우리 병원에 계속 있기로 결심 굳히셨나 봅니다. 뭐, 다 관두고 김해에 내려가고 싶다고 하셨을 때는 내가 우수 인력을 놓치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그의 이 한 마디는 좌중을 웅성거리게 만들고, 주교수에게 표를 던지고자 했던 교수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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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업무에서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업무 스킬이 뛰어난 구사장 역시 마찬가지다(물론 이 경우는 실수라기보다는 적극적 방해로 인한 실패로 봐야겠지만). 구사장은 일이 잘못된 후 회사 출입 카드까지 막히는 굴욕을 겪고, 자신을 만나지 않으려는 회장을 만나줄 때까지 계속 찾아간다. 마침내 회장과 만나게 되었고, 뜻한 바를 모두 이룰 순 없었으나 적어도 지금 그가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알게 됐다. 업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수습하고 설명하고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중간 관리자의 행동이다.

사진 JTBC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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