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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2021.03.01

내 옆집의 이진욱

마음은 물 흐르듯 고요하고 단단하게. 눈은 반달로 휘어지게 웃을 줄 아는 어른 남자. 이진욱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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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티셔츠, 스웨트 팬츠 모두 폴로 랄프로렌, 스니커즈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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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구찌, 네크리스 까르띠에, 스웨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얀 눈꽃이 세상을 덮은 어느 추운 날이었다. 길이란 길은 모두 꽝꽝 얼어서 사람들의 마음까지 차가워진 그 순간, 이진욱은 직접 사륜구동 애마를 끌고 나왔기 때문에 눈으로 꽉 막힌 도로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시원한 미소로 등장했다. 회색빛 스튜디오의 공기는 그의 유머 있는 대화로, 너털너털한 웃음소리로 따스하게 채워졌다.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그는 ‘나이스한 멋진 사람’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그 말에 공감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일상 곳곳에 스위트함이 스며든 이 남자.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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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트 셔츠 마더스 파더 by 무이, 쇼츠 몽클레르 릭오웬스, 슈즈 구찌.
행복한 새해를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오픈된 <스위트홈>이 세계 랭킹 3위에 올랐다. 시즌이 공개되자마자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는 걸 보고 놀랐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로 송출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진 않았는데, 낯선 언어가 인스타그램 댓글에 등장하는 것도 재밌더라. 다양한 나라에서 사랑받아 기쁘면서도 신기하다. 시청률이나 반응을 기대하면서 작업하진 않는 성격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성적표가 공개되기 전, 보통 초조하거나 불안하거나 설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좀 무디다.
<스위트홈>이 공개되던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시간이 맞는 팀원들과 만나서 함께 봤다. 오프닝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잘되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그간 많은 작품을 해봤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다양한 반응과 해석, 엔딩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얘기하면, 작품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편은 아니다. 악플도 딱히 신경 쓰진 않는다. 그래서 그런 질문에는 대답이 곤궁해지곤 한다. 아! 사람들에게 몇 가지 들은 얘기로는 ‘담배를 맛있게 피운다’ ‘이진욱의 멜로 눈깔’이 있었다. ‘엄마, 나 미쳤나봐! 40대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댓글도 들었다. 아마도 어린 친구들이 아닐까 싶은데,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웃음).
어린 친구들에게 취향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했다(웃음). 극중 인물 편상욱에게 담배는 뗄 수 없는 기호식품이었는데, 실제로는 담배와 술을 하지 못한다고? 담배는 이번 촬영을 위해 배웠다. 어떤 컷은 어색하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진짜 흡연자처럼 깊게 피우는 장면들이 있다. 흡연 장면이 모자이크되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달리, 넷플릭스는 이런 규제에 자유롭다. 예전에 영화 <비트>에서 정우성 선배님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공개된 후, 흡연 인구가 늘었다는 뉴스를 보고 죄책감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 담배는 기호식품이지만 건강에 해로운 건 사실이니까, 걱정된다. “여러분,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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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과 벨트 모두 에르메스, 링 프레드, 팬츠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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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셔츠와 블랙 셔츠, 팬츠,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브로치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당신의 바람처럼 마지막 멘트는 진지한 궁서체로, 밑줄 그어 표기하고 싶다. 극중에서 살인청부업자인 편상욱은 마음을 닫고 산다. ‘괴물 같은 인생을 사는 남자가 결국 인간다워짐을 선택하는 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는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배역에 집중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을까? 작품이 주어지면 24시간 작품만 생각한다. 대부분의 배우가 그럴 거다. ‘이러면 어떨까?’란 질문을 내게, 또 주변에 끊임없이 던진다.
배역에 몰입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고 하더라. 나에게 배역을 덧씌우거나, 나를 지우고 배역이 되거나. 나를 지우는 타입은 아니다. 나를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나와 캐릭터의 접점을 최대한 많이 만들면서 생각의 끈을 잡고 살면, 어느새 걸음걸이와 말투부터 달라지는 걸 느낀다. 연기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드러나는 게 제일 좋다. 몰입도 별것 없다. 내가 컵을 편상욱처럼 집을 수 있게 되면 그 순간 완벽해지는 거다.
그렇게 빠진 깊은 몰입을 털어내기도 힘들겠다. 작품이 끝나면 흐름이 뚝 끊겨서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간다. 다행히 헤어나오기 힘든 적은 없었다.
‘이진욱 하면 선뜻 떠올리지 못할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것을 떠올리지 못하게 할까, 이응복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진욱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대중에게 선보인 모습 중에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에 적합한 배우’란 이미지가 분명 있다. 물론 난 다양한 장르의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지만 말이다.
멜로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작을 보면 드라마 <스위트홈> <보이스2, 3> <리턴>으로 이어지는 장르물과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등 로맨스를 오가며 도전하고 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배우는 대부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배역이 많지 않다. 배역을 고를 수 있는 배우는 진짜 행복한 배우지. 대부분 주어지거나, 혹은 노력해서 작품을 만나는데 난 그 안에서 장르나 배역보다 잘 만들어진 작품을 찾는다.
배우 이진욱에 대한 기대감을 지워내는 작업에서 어려웠던 점과 만족한 부분도 묻고 싶다. 배우는 ‘연기 변신’이라 부를 만큼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가 어렵다. ‘해내고 못해내고’의 기준이 아니다. 일단 그런 작품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제작사와 감독님들은 모험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기대선상에 올려놓지를 않거든. 이번에는 특별히 이응복 감독님께서 보통 이진욱에게 기대하지 않는 편상욱이란 배역을 해보지 않겠냐고 해주셔서 정말 좋았다. ‘진짜 이진욱이 아닌 줄 알았다’는 말은 내게 의미가 크다. 노력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충격적일 만큼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넷플릭스의 제작 환경은 현장 분위기와 배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배우가 연기에만 온전하게 집중하고, 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계다.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위트홈>의 시즌제를 꿈꾼다. 넷플릭스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해외에서는 첫 편을 파일럿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들었다. 캐릭터마다 열려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가지 쳐서 나아갈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텐데, 긴 후반 작업과 팬데믹 시즌이 겹쳐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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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종과 셔츠, 팬츠 모두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이번 화보는 ‘옆집에 진짜 이진욱이 산다면?’이란 상상으로 풀어냈다. 그린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편상욱에게 초록 테이프가 담긴 의미심장한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면, 일상에서 마주친 이진욱은 어떤 모습일까? 편안한 트레이닝복에 스니커즈를 선호한다. 무얼 손에 들고 다니면 종종 잃어버리는 편이라, 빈손일 거다.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겠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스니커즈 신발장이 기억난다. 오늘 촬영에도 소장품인 스니커즈를 풀어놓았다. 수집가의 삶은 할만한가? 16년 가까이 된 취미다. 본격적인 수집가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차곡차곡 증식됐다. 한때 빈티지 모델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지만, 점차 고무가 삭고 변형되면서 신발의 가치를 잃는 걸 보고 신을 수 없는 신발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아끼고 모시더라도 언제든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모은다.
탐나는 스니커즈의 개수도 놀라웠지만, 일렬종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정리 감각에 박수를 쳤다. 그 정리 감각은 유독 신발에만 한정된다(웃음). 내 또래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스니커즈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품어온 어떠한 욕망의 결정체나 다름없다. 한국에서 나이키가 1981년에 정식 출시됐는데, 내 나이와 같거든. 그 시절 조던과 슬램덩크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비싼 인기 모델을 마음대로 가졌던 친구는 학교에서 몇 명 없었다. 어릴 때 사지 못했던 아쉬움과 욕망이 지금의 취미로 연결된 것 같다.
앞서 인간 이진욱의 욕망이 괴물이 된다면, 하늘을 날고픈 욕망이 발현된 새가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많은 신발을 신을 수 있는 지네 다리가 생성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보다 하늘을 나는 게 훨씬 생존에 유리하니까 날개를 택하겠다(웃음).
현명하다(웃음). 청소를 좋아하는 편인가? 정리는 못해도 깨끗한 건 좋아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물건이 어지럽다고 해서 더럽다고 느끼진 않는다. 내게 더럽다는 의미는 먼지가 쌓이고 때가 타는 거다. 늘어진 물건들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쓸고 닦는 건 잘한다. 아! 상쾌한 향이 나는 보송보송한 수건에 집착하곤 한다. 흔히 혼자 사는 남자들이 종종 마르지 않는 수건을 빨래통에 넣는 우를 범하는데, 그럼 세균이 증식하니까 그것만은 절대 피한다.
평소 집이라는 공간에 당신이 있는 풍경은 어떠한가? 소파에 늘어져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강아지 뒤치다꺼리를 한다. 요리를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잘 안 했다.
공간에는 취향이 깃든다. 본인의 취향이 가장 듬뿍 녹아 있는 공간은? 침실! 아무래도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을 하다 보니, 잠을 잘 자야 된다는 생각이 크다. 조용하고, 깔끔하고, 어둡게. 보송보송한 침구류도 중요하다.
패브릭에 민감하군! 집안일에서 좋아하는 행위와 싫어하는 행위를 골라본다면? 좋아하는 건 영화 보고 콘솔 게임하는 것. 싫어하는 건 역시 정리.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 주로 어설픈 완벽주의자들이 그런다더라. 아예 안 하고 산다.
전형적인 집돌이 체질인가? 집에 있으면 한없이 잘 논다. 그렇지만, 일이 생겨 밖에 나가도 즐겁게 노니까 집돌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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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와 팬츠 모두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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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요즘 승마에 재미를 붙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에 시작한 취미인데, 꾸준하게 타진 않았다가 최근 다시 시작했다. 큰 동물과 살을 맞대는 교감은 반려견과는 또 다른 따스함을 안겨준다. 의지도 되고, 건강에도 좋고.
MBTI 해봤나? 잘 맞다고 여기나? ENTP가 나왔지만 잘 믿진 않는다.
다른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이진욱은 나이스하다’고 언급하더라. 차가운 촬영장을 유머 있는 대화로 풀어내거나 배려하는 모습, 스태프들에게 나눠줄 달력을 챙겨와 일일이 사인해주는 등 오늘도 순간순간 다정한 모습이 엿보였다. 내가 신인이었을 때, 현장에서 느낀 불편했던 기억이 몇 가지 있다. 다른 친구들은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행동 하나하나 신경 쓰곤 한다. 그저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하는 착한 사람은 못 된다(웃음).
본인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 사람 같다. 그 외에 또 있을까? 단념할 땐 단념할 줄 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어느 순간 변한 건가? 아니면 선천적인 기질인가?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면서 바뀐 부분도 있다. 물론 불합리한 것에 대해 목소리는 낸다. 해결책이 있을 땐 참지 않지. 그렇지만 내가 화낸다고 해서 바뀔 가능성이 없고 분위기만 해칠 때는 단념하고 상황을 받아들인다. 작은 깨달음을 하나씩 얻어가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당신이 생각하는 멋진 사람은? 참을 줄 아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를 위해 참지 마라, 사이다처럼 행동하라’로 사회 분위기가 흘러가는데, 삶에는 수긍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곤 하더라. 상황과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의 폭을 넓히는 것이야말로 살아가기 적합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다짐을 하곤 한다. 새롭게 세운 결심이나 목표가 있나? 그 다짐을 365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그나마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흐르는 대로 사는 타입인데 성실함이 필요한 직업이라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는 중이다. 내게는 주어진 작품을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
2021년, 당신이 기대하는 것은? 물 흐르듯 사는 사람에게 ‘기대’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맞다. 노력은 하되 집착은 하지 않는다. 손에 잡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지. 별수 없다.
그러한 마인드 컨트롤이 때론 힘들지 않은가? 그 자체가 삶이 아닐까 한다. 실수와 실패가 없는 삶은 이 세상에 없다. 그걸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자세와 방법이 중요하지. 항상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쉽진 않다(웃음).
#화보 #스타 #인터뷰 #넷플릭스 #이진욱 #스위트홈 #편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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