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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10.15

젊은 주조사

재료는 더 다양해졌고 술맛은 깊어진 전통주.


구름아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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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구름아양조장의 양유미, 이두재, 소지섭 팀장.
구름아양조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예약 판매하고 한 달 후 술을 받으러 직접 양조장에 방문해야 한다. 새벽배송이 가능한 시대에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도 마시려는 사람들이 많아 1시간이면 술은 완판된다. 구름아양조장의 술은 두 가지다. 철원 오대미에 복숭아가 들어간 약주 ‘사랑의 편지’는 복숭아 타르트처럼 시작해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하게 마무리되는 맛을, 탁주 ‘만남의 장소’는 생강과 통후추, 꿀을 넣어 풍부한 맛을 낸다. 막걸리 대신 ‘쌀술’이라 부르며 전통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술을 지향한 탓에 구름아양조장의 술은 주점이 아닌 서울 더플라자 호텔 한식당 주옥을 비롯해 미슐랭 스타 식당과 내추럴 와인바에서 취급한다. 각 배치마다 다른 맛이 나기 때문에 집에서 빚는 가양주를 떠올릴 법도 하다. 이 때문에 재료만큼이나 구름아양조장에서 손수 술을 빚는 이두재·양유미·소지섭 세 팀장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이전에 곰세마리양조장에서 서양의 꿀술 미드를 빚은 이두재·양유미 팀장은 주조 4년 차, 경기도 용인의 술샘양조장에서 증류주 ‘미르 40’을 빚어 2018년에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소지섭 팀장은 10년 넘게 술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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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강과 통후추, 꿀을 넣어 만드는 탁주 ‘만남의 장소’.
2 손이 많이 가서 한 달에 300~400병밖에 빚기 어렵지만 맛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정성을 다한다.
3 직접 병 세척부터 라벨 스티커 붙이는 것까지 모두 세 사람의 몫이다.
세 사람은 무엇 하나 소홀히 하는 것이 없다. 그게 또 구름아양조장 술의 비법이기도 하다. “기본에 충실해요.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많이 저어주며 제때 걸러주는 것이 원칙이죠. ‘사랑의 편지’는 기계를 사용할 수 없는 술이라 지게미가 가라앉으면 맑은 부분만 반복해서 떠주고요. ‘만남의 장소’는 기계 필터 대신 손으로 다 걸러서 인위적인 맛을 최대한 배제해요. 판매도 만드는 방식도 시대를 역행하는 술이죠.” 젊은 주조사로서 그들의 고민이나 바람에 대해 물었더니 “지속 가능한 술을 만드는 것”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력을 갖춘 팀”이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통적으로 양조장은 귀족이 가지고 있었어요. 너른 밭이 있고 잉여 소출이 있을 때 주류 산업이 태어났어요. 꾸준히 좋은 술을 만들려면 기술, 자본, 정신 많은 것들이 맞물려야 해요.” 직접 병을 소독하고 술을 빚으며 라벨 스티커까지 손수 부착하는 세 사람의 고민과 노력에 비하면 한 병에 2만7000원가량인 ‘만남의 장소’가 결코 비싸지 않다. “플라스틱 페트병 대신 유리병에 술을 담은 건 그만큼 저희 술이 가치 있기 때문이에요. 회식 자리에서 폭음하는 술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 ‘사랑의 편지’라는 이름처럼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술이 되면 좋겠어요.”

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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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살룻의 이은지 대표, 이규희 실장.
인삼, 더덕, 약초가 담긴 쓴 담금주 대신 새콤한 딸기, 레몬, 자몽을 넣어 만들면 어떨까? 스위스에서 호텔경영학, 마케팅을 공부한 언니 이은지 대표와 순수 회화를 전공한 동생 이규희 실장이 함께 이끄는 살룻은 누구나 손쉽게 담금주를 만들 수 있는 담금주 키트를 판매한다. 살룻의 키트에 진, 보드카, 소주 등 취향에 따라 술을 넣고 담그면 나만의 술이 완성된다. 유학 시절부터 뱅쇼(따뜻한 와인)를 좋아한 이은지 대표는 직접 술을 끓여 마시곤 했는데 미국 여행 중 보드카에 커피를 넣어 만든 술을 보고는 영감을 받아 동생과 1년여의 준비 끝에 살룻을 창업했다. “처음에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거창한 포부 없이 취미로 시작했어요. 워낙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지인들에게 선물하다가 반응이 좋아서 프리마켓에도 참가하게 되었어요. 1박스 판 돈으로 2박스를 준비하는 식이었는데, 저희가 개발한 담금주 키트를 참신하게 봐준 온라인 편집숍 MD의 제안을 받아 사업의 규모를 넓혔죠.” 편집숍을 넘어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하고 대림미술관, OCN, 갤러리아백화점 등과 클래스, 굿즈 제작 협업 등을 하며 사업의 규모를 키워온 두 사람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엔 직접 재료를 동결건조했기 때문에 하루에 20~30개밖에 만들 수 없었어요. 명절을 앞두고 카카오 선물하기로 주문이 2000~3000개씩 몰려서 동네 아주머니까지 모여서 병을 씻고 만들었죠. 담금주 콘셉트를 처음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어요. 즉석식품가공업 등록을 하러 가면 ‘이게 어떤 제품이냐?’고 물어왔고 카피 제품도 금세 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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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록달록한 과일의 색감을 강조해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도 신경 썼다.
2 직접 포장하고 제품 하나하나를 검토하는 살룻.
3,4 보자기, 포장 리본 하나까지 꼼꼼히 고르고 제작한다.
식품은 재료, 함량을 모두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1년 넘게 공을 들여 만든 레시피를 공공연하게 오픈하는 것과 같다. 대신 살룻은 과일, 허브 등의 재료를 담금주에 최적화된 상태로 건조하고 매 시즌마다 제철 과일을 활용한 키트를 선보인다. “커피나 모히토 같은 이색적인 메뉴를 담금주에 결합하기도 해요. 매실주, 인삼주 등 담금주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긴 하지만 약주 이미지가 강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안잖아요. 이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 메뉴부터 디자인, 네이밍에 힘쓰고 있어요. 키트의 유리병도 칵테일 셰이커와 항아리에서 모티프를 얻어 직접 금형을 넣었어요. 용량도 820ml로 750ml 보드카를 넣으면 딱 알맞아요.” 키트의 이름도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 딸기를 주재료로 한 키트는 ‘틀림없이 사랑에 빠집니다’로 사랑의 묘약 같은 이미지를 더했다. 야관문주는 ‘집에 가지마 베이비’로 위트 있게 지었다. “완성품이 아닌 키트이기에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을 기다려서 마시는 술이에요. 그동안 설레는 마음, 시간까지 선물하고 싶어요. 담금주 키트는 시작일 뿐이에요. 건조 과일을 활용한 이유식, 반려견 간식, 비상 식량 등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요.”
#전통주 #양조장 #젊은주조사 #구름아양조장 #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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