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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1.15

마을 전체가 집이 되는 상상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집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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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시공감협동조합의 후암동 주택 기록을 전시하는 후암가록. 현재는 반지수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2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의 이준형 실장. 3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서울에 올라와 명문 대학과 대기업 취직 코스를 밟아도 15년 안에 그럴싸한 내 집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6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저축을 하고 60%의 금액을 선뜻 대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울에 와서 아무리 좋은 직장을 얻어도 주방, 거실을 다 갖추고 사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셰어하우스, 사회주택, 협동조합형 주택이 대안으로 나오는데, 저희는 그 규모가 크다고 봤어요.” 이준형 실장을 중심으로 한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는 비록 조금 작고 개인의 소유가 아닐지라도 필요할 때 친구, 연인과 함께 쓸 수 있는 주방, 서재 등의 공간을 마을에 만드는 ‘프로젝트 후암’을 시작했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집으로 보는 거예요. 2017년 친구를 초대해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을 시작으로, 작은 휴대폰 액정 말고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거실, 책에 둘러싸여 사색할 수 있는 서재를 만들었어요. 지난해 봄 별채를 오픈한 게 마지막이었는데, 대중목욕탕엔 가지 않지만 반신욕이나 스파를 즐기는 MZ세대를 위해 프라이빗한 욕조를 설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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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호젓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후암서재. 5 후암동 골목에 자리한 후암서재. 6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놓인 공간에서 호젓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프로젝트 후암’의 공간을 이용하는 건 비단 후암동 주민만은 아니다. 외부 지역의 청년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또한 후암동은 신림동, 대학동처럼 1인 가구가 많은 지역도 아니다. 처음 후암주방을 오픈했을 때만 해도 동네 주민들이 “도대체 무얼 하는 데냐?” “어떤 메뉴를 파는 식당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만큼 낯선 동네에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회사를 처음 만들었을 때,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뚜렷하지 않았지만 저희가 활동하고 이야기를 쌓아나갈 동네가 필요했어요. 사대문 안팎의 동네를 다니다가 후암동에 왔는데 저층 주거지가 모여 소박해보였어요. 건축가 입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동네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자리를 잡았죠. 3년째 마을에 있는 집을 실측하고 도면을 그려요. 아카이빙 작업을 하는 건데 전시할 공간을 만들면 좋을 듯싶어 후암가록을 마련했어요.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1년 내내 저희 작품만 걸기가 어색해서 연초와 연말을 제외하고는 기획 전시를 운영해요.” 후암가록은 전시 공간이자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기획 전시는 오래된 집과 동네를 기록하는 작가들 위주로 섭외해 공간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그간 홍태호, 반지수 작가 등의 후암가옥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도시공감협동조합은 마을에 집의 공간을 설계하고 운영하며 지난 4년을 보냈다. 건축가로서 예산, 디자인뿐 아니라 운영을 경험하는 게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공간을 소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지 않아요. 공유 공간이 붐을 이뤘을 때 ‘지방에 건물이 있는데 후암주방처럼 공유 주방을 만들고 싶다’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그럼 그냥 월세를 받는 게 훨씬 편하실 거라고 답변을 드렸어요. 저희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배운 경험을 본업인 설계에 적용하기 때문에 3~4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들은 공간을 운영하고 직접 청소하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문이 달린 수납장보다 선반에 그릇을 두는 게 제자리를 기억하고 정리하는데 용이하다거나, 가장 빨리 손이 닿는 곳에 쓰레기통을 놓아야 주방을 깔끔하게 쓸 수 있다는 등의 노하우도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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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친구, 연인과 따뜻한 밥 한 끼를 해 먹을 수 있는 후암주방. 프로젝트 후암의 첫 시작이기도 하다. 9 싱글이 선뜻 갖기 쉽지 않은 공간인 서재. 대신 후암서재에서 사색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요즘 싱글들이 세탁을 집에서 잘 안 하니까 빨래터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는데 얼마 전에 후암동에 코인세탁소가 생겼어요. 집 밖으로 나온 공유 공간의 개념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이제 다 만들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죠. 이제 똑같은 콘셉트의 공유 공간을 늘리는 대신, 그간 쌓은 노하우나 공간을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건축이 끝나고 사용할 건축주에게 넘겨주는 것과는 결이 달라요. 실제로 저희가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하죠. 이런 경험 덕분에 시청, 구청 같은 행정조직에서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때 논의 과정에 함께 참여해 코디네이팅을 하고 결과를 설계로 연결하는 작업을 돕기도 해요.” 이들이 생각하는 살기 좋은 마을, 집은 무얼까? “매력적인 공간과 주택의 비율이 적절한 마을을 꿈꿔요. 핫 플레이스가 즐비한 동네에서는 살기 어려워요. 슬리퍼를 신고 나왔을 때 가고 싶은 식당, 카페가 있고 동네에 주민이 가득하면 좋겠죠. 집은 일상의 공간이에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상 공간에 언택트 라이프가 펼쳐지면서 역설적이게도 그 일상이 무너지고 있어요. 경험이 제한되죠. 특히나 좁은 평수의 원룸, 다세대주택에 사는 싱글에게 재택근무는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종일 좁은 공간에 갇혀 화상회의를 하고 업무를 보니까요. 집 안에 작은 거실, 주방이 있더라도 이런 공간으로 외출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집의 경계를 부동산 면적이 아닌 일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규정해보면 어떨까요? 그럼 집의 형태는 더 다양해질 테고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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