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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2.23

손절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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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www.shutterstock.com
주식에서는 손절매를 줄여 손절이라고 한다. 손절은 자신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질 때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팔고 빠져나오는 게 차라리 나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손절은 무척 고달픈 일이다. 아무리 주식 고수라도 손절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기의 실수를 인정해야 하고 결국은 손해를 보는 거니까. 하지만 더 큰 손해로 이어질 게 뻔한 상황이라면, 적절한 손절 시점을 찾는 것도, 과감히 손절을 단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식에서 손절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의 인생이 보이기도 한다. 자신 있게 매수에 들어간 종목이 오를 것만 같았던 가격이 지루하게 상승도, 하락도 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등락으로 계속되더니(횡보) 밑으로 푹 꺼져버린다. 나의 분석과 예상이 빗나간 것을 목도하기 시작한다. 매수한 가격에서 손실 폭이 점점 커진다. ‘손절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티기 시작한다. 문득 드는 불안감이 나를 잠식했지만, 일단 넣어두기로 한다. 또다시 손실 폭이 커진다. 또 손절을 생각했지만 원금 손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한다. 주춤 주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횡보 상태의 주식 그래프와 같은 모양새다. 결국 지속적인 하락이 이어진다. 손절의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주식 단타 매매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은 수익이 아니라 손절이라고 한다. 나와 같은 개미투자자들은 수익보다 손실 날 확률이 아주 크다. 그래서 목표 수익률보다는 손절 라인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손실은 적게, 수익은 적당히. 이런 원칙을 알고 있으면서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은 희망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자신의 분석과 경험을 너무 맹신한 탓이고, 손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손절에 익숙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결단력 있는 판단으로 손절함으로써 더 크게 잃을 것을 적은 손해로 막았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식 매수 매도 타이밍 기준을 세워야 한다.

주식 외의 여러 분야에서도 손절이 필요한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일과 관련된 것에서도 손절을 떠올릴 때가 많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요구 사항을 들어주네 마네로 실랑이를 벌이는 것보다 들어줄 것 들어주고 빨리 빠지는 손절이 차라리 낫다. 소모적인 시간과 감정 소비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움으로 마음을 낭비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 일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게 관건이다.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업무적인 부분도 손절이 유용할 때가 있다. 공적인 일은 공적으로 끝내야 하는데, 사적으로 관계가 얽히면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은 그리 쉽게 작동되지 않는다. 이유가 어떻든 자신의 일만 제대로 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것들이 시간을 넘기거나, 성의가 없거나, 체크해야 할 것들을 사전에 하지 못한 탓이다. 언제나 일은 벌어지는 게 인생인데, 그 해결을 상대에게 떠넘기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오고 가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어색한 침묵과 함께 잠시의 소강상태로 되레 불편한 관계가 된다. 공적인 관계가 사적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처음에 함께 가졌던 공동의 목표는 없어지고, 무정형한 감정들에 휩싸인다. 불안해서 날카로워지고, 두려워서 단단한 말로 스스로를 숨긴다. 이럴 때 손절해야 하는 것은 상대와의 관계가 아니다.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겨진 무정형한 감정들에서 빨리 손 떼야 하는 것이다. 주식에서 손절의 타이밍이 중요하듯, 인간관계에서도 적절한 손절의 타이밍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흔히 말하는 손절이란 말 그대로 어떠한 관계를 손해를 보고 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계를 손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관계의 손절이 아니라 관계를 변질시키는 감정을 손절해야 한다. 물론 한 번 깨진 그릇은 붙이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망각이라는 선물이 있다. 삐걱거리는 관계도, 무감각으로 포장한 감정도 시간과 함께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그 무감각을 자꾸만 깨부수고 제멋대로 선을 넘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 변수들로 인생은 채워진다. 돌아보며 앞으로 갈 수는 없듯이 감정 손절을 잘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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