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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2021.03.29

단하가 그리는 요즘 한복

한복은 꼭 특별한 날에 입어야 할까? 뿌리 깊은 전통에 실용적인 소재와 디테일을 접목한 디자인으로 전통 한복의 대중화를 이끄는 단하의 김단하 디자이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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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한 한복과 무척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단하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 전통 한복을 전수받은 조경숙 명인에게 받은 이름이다. 비단 단(緞)과 여름 하(夏)를 쓰는 내 이름을 그대로 담아 진실된 마음으로 한복을 짓고자 했다.
중국어를 전공하고 카지노 딜러로 일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한복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끈목으로 매듭과 술을 짓는 ‘매듭장’인 할아버지와 학창 시절 교복을 한복으로 입고 자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한복이 친숙했다. 그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해외여행을 가면 한복을 입고 다닐 정도였다.
좋아하고 즐기는 것과 이를 업으로 삼는 일은 분명 다르다.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좀 더 젊고 예쁠 때 특별한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한복을 입고 여행했다. 그때마다 다양한 디자이너들에게 한복을 맞췄는데, 그들의 색과 내가 입고 싶은 디자인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다. 동시에 한복 대여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결혼식, 돌잔치 등에서 허례허식을 벗는 사회현상을 마주하니 단순한 대여 사업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했다. 정말 입고 싶은 한복을 만들되, 환경과 교육 등 내가 생각하는 가치까지 담아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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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복인 당의를 짧게 줄여 실용성을 높였다. 2 조선시대 무관 의복인 철릭을 시스루 소재로 해석했다. 3 속치마인 무지기 치마의 과감한 변신.
어떤 방식으로 전통 한복을 배웠나. 재봉틀 다루는 법조차 모를 정도로 백지 상태였다. 한복을 처음 배우던 2016년엔 퓨전 한복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뿌리가 단단해야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궁중복식연구원을 찾았다. 실기뿐만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해 복식사도 심도 깊게 배웠다.
언뜻 퓨전 한복처럼 보이지만 단하의 한복은 모두 전통 복식에서 기원한다.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단하만의 방식이 있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름이나 깃은 물론, 쉽게 닳는 부분에 덧대는 바대 등 지금은 필요 없는 전통 복식의 디테일한 요소까지 원형을 고수한다. 여기에 소매 너비를 줄이거나 치마에 주머니를 다는 식으로 실용적인 현대화를 꾀한다. 물세탁이 가능하고 구김이 적은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다른 한복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프린트가 유독 눈에 띈다. 궁중 보자기나 도배지, 단청 등 전통 유물에서 영감 받아 원단을 제작한다. 한복은 워낙 실루엣도 풍성하고 보여지는 면이 크기 때문에 원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복을 도화지 삼아 예쁘고 아름답지만 아직 낯선 궁중 유물과 유산을 알리려 한다.
버려진 웨딩드레스, 재활용 원단, 유기농 면 등 친환경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 피부가 무척 예민한 편이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눈도 뜨기 어렵고 숨이 턱 막힌다. 심각한 환경문제가 몸으로 와닿으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결국 의류 폐기물을 생산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진 옷이나 플라스틱 등을 다시 쓰는 작은 행보일지라도 나비효과처럼 증폭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폴리와 오가닉 코튼을 혼방한 원단을 주로 사용한다. 이번 시즌엔 의류 폐기물에서 실을 뽑아 제직한 원단을 새롭게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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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가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속에서 단하 한복을 입어 큰 화제를 모았다. 미국, 중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대부분 바이어가 아닌 개인 구매여서 콘텐츠의 저력이 새삼 놀라웠다.
이와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하던데. 이전에 해외에서는 한복과 비슷한 의상을 대부분 기모노로 오해했다. 그런데 블랙핑크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직후 구글에서 ‘HANBOK’이라는 키워드의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얼마 전엔 ‘2021년 한복문화 진흥 유공자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보탠 것 같아 무척 자랑스럽다.
파격적인 이미지 탓에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보수적인 업계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 속단했다. 의외로 원로 한복 장인, 한복학회 등 다양한 곳에서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았다. 한복학회 연사로 초대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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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시원한 소재와 색감을 활용한 2020 S/S 컬렉션. 3 11자 형태의 전통 방령(옷깃)이 돋보이는 저고리. 4 이전경 작가의 작품인 평공도 패턴을 입은 허리 치마. 5 단하를 입은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계획하는 일이 있다면. 단하는 앞서 언급한 전통과 환경 외에도 교육이라는 가치를 지닌 브랜드다. 처음 한복을 시작할 땐 전통 복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너무 적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당일치기로 무려 2년간 부산과 서울을 오갔다. 브랜드 규모를 더 키워 한복을 배우고 싶은 모두에게 쉽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가까운 미래를 그려본다면. 4월 말에 단하의 오트 쿠튀르 라인을 만나볼 수 있다. 유려한 소재와 섬세하게 수를 놓는 식의 손작업이 강조된 맞춤 제품을 캡슐쇼 형태로 선보인다. 이후엔 2021 F/W 시즌을 목표로 남성복으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커플 룩으로 입는 단하의 한복이라니, 벌써 마음이 벅차다.
브랜드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 의상 치파오, 기모노는 해외 럭셔리 부티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한복은 세계적으로 널리 진출한 브랜드가 없어 무척 아쉽다. 언젠가 파리나 뉴욕의 유명 백화점에서 단하를 마주하는 순간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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