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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1.05.31

직장인 갭타임 생활자

지금 당장 퇴사를 하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회사에 다니면서 나름의 갭타임을 만들어 일과 행복의 균형을 알차게 채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


오니쿡 운영자 조윤희 @onee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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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outube ‘오니쿡’
오니쿡의 식탁은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하다.직장인에게 잘 먹고 잘 사는 삶은 광고 속에나 나오는 삶인 줄 알았는데, 패션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조윤희는 매일 식탁을 가꾼다. 약속이 없는 날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을 차리는 데 1시간 이상을 할애한다. 에너지가 방전돼 배달 앱 켜는 것조차 힘겨운 날도 빈번하건만 요리를 하는 건 왜 지치지 않을까? “아침부터 혹은 전날 잠이 들 때부터 상상했던 레시피를 실현하는 순간이라 그저 즐거워요. 퇴근 후 요리를 하는 순간만큼은 일에 관한 생각을 싹 지워요. 이렇게 일과 일상이 분리되어야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 제한 없이 해가 떠 있는 내내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말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맛있게 차려 먹기 위해 레시피를 발견하고 창작하며 SNS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오에프알 서울 북콘서트 케이터링, 크래프트 숍 파이브콤마에서 팝업을 열었다. 맛있게 차린 음식에 누군가 ‘어느 식당이야?’라는 댓글을 달 때면 내적 기쁨이 충만해진다. 조윤희에게 요리는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식사 시간을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치환하는 동시에 꿈을 갖게 해준 소중한 행위기도 하다.

“학창 시절 또렷한 꿈이 없어서 자신의 미래를 명확하게 그리고 있는 사람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부러워했죠. 그런데 이제는 남들에게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꿈이 생겼어요. 요리를 평생 행복하게 하는 거예요.”

준식이 채널 유튜버 준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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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outube ‘준식이’
유튜버 준식이의 삶은 캠핑을 시작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2014년 취업에 성공하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자마자 캠핑에 뛰어들었어요.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국립공원 등 미국 서부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 국립공원에서 캠핑카를 끌고 캠핑하는 사람들이 참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찬란했던 로망을 실현하자 삶의 만족도는 2배 이상 폭발했다.

혼자 두는 게 늘 마음에 걸렸던 반려견 창식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늘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주말에 어디 갈지, 가서 뭘 하고 놀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에게 캠핑 덕분에 유튜버라는 ‘부캐’도 생겼고요.” 유튜브를 시작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캠핑을 떠나고, 퇴근 후 캠핑을 즐기고 곧장 출근하는 ‘출·퇴근박’에도 도전해봤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짐 정리, 촬영 준비, 영상 편집 등으로 그의 일상은 굉장히 밀도 있게 돌아간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자신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다스리고 삶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순수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을 하는 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개인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어요. 새롭고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나’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때로는 더 큰 꿈을 꾸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코로나19 시대에 준식이 채널로 대리 만족을 느끼는 분들을 보면 보람차고 뿌듯해요. 캠핑을 통해 제가 얻은 행복만큼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고 침체된 지역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안구정화 TV 크리에이터 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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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outube ‘안구정화TV’
직장 생활의 권태는 감기처럼 찾아온다. 예고 없이 스며든 바이러스는 기침, 고열, 몸살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띤다. 방탄소년단의 팬들 사이에서 유명인으로 통하는 133만 유튜버 앙구도 다르지 않았다. 2017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진로 고민은 성실한 직장인을 방황으로 이끌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스러운 일상이 계속됐다.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일을 하는지와 같이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과감하게 갭이어를 가졌다.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는 뭐든 파보자는 생각으로 퇴사를 했어요. 당시 제게 방탄소년단은 ‘멋진 퍼포먼스를 하는 그룹’ 정도였는데 관련 영상 콘텐츠와 노래 가사를 자세히 보다 보니 이들 또한 꿈에 대해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더군요. 그리고 그 꿈을 하나씩 이뤄가는 걸 보면서 인간적으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팬 활동을 기록하고 싶어 시작한 유튜브는 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 선발되어 글로벌 크리에이터로서 성장 기회를 얻었고, 서울스토어와 협업해 브랜드 상품까지 개발했다.

어엿한 1인 미디어로 성장하자 커리어 패스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현재는 모 회사의 신규 사업팀에서 미디어 커머스를 활용한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덕질’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에요. 여가 시간에 음악을 듣고 퇴근 후 넷플릭스를 보는 것처럼 저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색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모아요. 바쁠 때는 하루에 한 번도 못할 때도 있고 여유로운 날에는 열심히 달릴 때도 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덕질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도 영향을 주었고 덕분에 한 뼘 더 성장한 마음으로 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Outro : Wings’라는 곡에 ‘니가 택한 길이야 새꺄 쫄지 말어’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 말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깊은 울림을 선사했죠. 팬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막연한 불안함을 가질 바에야 뭐라도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한섬 EQL STUDIO 디자이너 권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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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outube ‘또이리나’
디자이너로 일하는 권소희는 20대 초반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식이 장애를 겪었고 꾸준한 운동만이 그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시작한 복싱으로 체력과 체형을 회복하고 더 만족스러운 몸을 갖기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를 시작하기 전 삶의 만족도가 76% 정도였다면 지금은 93.2% 정도예요. 안 되던 동작에 성공하고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거나 밸런스를 완벽히 잡았을 때 희열과 성취감은 본업에서 오는 뿌듯함과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일으켜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근육을 깨우는 건 무기력했던 본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이 아닌 곳에서 얻는 성취감은 삶의 질을 끌어올렸고 삶 전반에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회사 일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을 채워주는 것도 발레다.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몸을 만들어 콩쿠르에 나가기도 했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디자이너에게 이 모든 일이 가능할까.

그는 그 비결을 메모로 꼽는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메모 중독자예요. 해야 할 일을 일주일 단위로 정리하고 시간을 치밀하게 나눠요. 이 또한 하나씩 이뤄내는 재미가 크거든요.” 게임이 중독적인 이유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콩쿠르와 갭타임을 즐기는 시간을 기록한 유튜브 채널 또이리나 운영에 흠뻑 빠져 있다. “영상 일기처럼 성장하는 제 모습을 기록하려고 시작한 유튜브가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발레만큼 진심인 빵에 관한 콘텐츠, 본업을 살려 입고 싶은 발레복을 직접 디자인하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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