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S

메뉴
Search
마이페이지

Life2021.06.11

‘왜요?’가 세상을 바꾼다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왜요?’란 의문과 반문을 시작한 이들이 적지 않다. 기회의 공정, 절차의 투명을 강조하는 2030의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 변화를 일으키는 이때, 건강한 ‘왜요?’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null
공부해라, 빨리 들어와, 동생과 싸우지 마라 하는 어른들의 말씀에 ‘왜요?’란 반문을 했다간 곧장 말대꾸하지 말라는 핀잔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 반문이 순수한 궁금증인지 불손한 반항인지 스스로 판단해 보기도 전에 경험적으로 체득한 점은 토를 달아봐야 딱히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춘기가 되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제법 격렬한 시위나 저항 같은 걸 해보긴 했지만 언제나 결론이 엇비슷해서 어지간하면 (말이 좋아) 순응하는 어른으로 자라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2030세대의 대다수는 기존 체제와 질서에 자꾸만 물음표를 던지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
null
화이트칼라 노조의 출연
‘요즘 애들의 버릇’ 타령은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어진 오랜 화두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모가 축적한 부로 돈을 펑펑 쓰고 다니며 할 말 다 하는 X세대가 한때 큰 이슈였다. 그러나 1970년생인 X세대가 통통 튀는 매력(?)을 자랑하긴 했을지언정 기성세대의 문화에 어느 정도 녹아드는 성향을 가진 것도 맞았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부장님이 속으로는 고깝고 불쾌해도 회식 자리에 나가 그런대로 맞장구도 치고 비위도 맞추며 회사 생활을 지속한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러나 요즘 2030은 고깝고 불쾌한 회사 생활이 지속되면 왜요? 왜죠? 하는 질문을 던지며 사내 질서를 바꾸거나 아예 퇴사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작가 고광열은 저서 를 통해 ‘인터넷으로 글을 깨친 디지털 네이티브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거의 전복하는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활발한 논의가 오가는 화이트컬러의 노조 설립 이슈다.

과거의 노조란 파란 작업복을 입은 블루칼라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임금 협상에 나선 그들이 사측과 극적인 타결을 이뤘다거나 반대로 결렬돼 파업을 예고하는 장면부터 떠오르곤 했는데, 최근엔 대기업 사무직들이 하나둘 노조 결성을 선언하고 있다. 왜일까? 바로 공정하지 않아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성과급 문제가 발단이었다.

지난해 연말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에게 기본급 동결 및 성과급 150% 지급, 여기에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을 주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 조건이 전년도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이었다. 기존 노조가 임단협(임금 + 단체협약)에서 생산직의 정년 연장 문제를 관철시키려다 보니 사측에서 제시한 불합리한 임금동결에 합의한 거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고, 생산직을 싸고 도는 노조로 인해 왜 우리가 차별받아야 하는가? 의문이 든 젊은 사무직 직원들이 새로운 노조 설립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현대자동차만의 일이 아니다. LG전자, SK하이닉스, 금호타이어 등 주요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뱅크나 한글과컴퓨터 같은 IT업계에서 역시 노조 설립 열풍이 불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화이트칼라의 노조 결성 과정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MZ세대의 특징이 명확히 노출됐다는 점이다.

익명으로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블라인드 앱에서 시작해 카카오 오픈 채팅방, 네이버 밴드, 비공개 카페로 차츰차츰 노조 설립의 터전을 옮겼다는 점을 곱씹어보면, SNS로 의견을 나누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힘을 결집하는 요즘 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급 단체를 중심으로 술잔을 부딪히며 끈끈한 노조 연대를 키워가던 과거와도 다르다. 이른바 SNS 기반의 ‘느슨한 연대’가 탄생한 배경인데, 이들이 주장하는 바 역시 기존의 586 노조와는 또 다르다. 호봉제 폐지, 정년 연장 반대 등 얼핏 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는 주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도 덜도 말고, 노력한 만큼 보상하라는 게 이들의 일관된 목소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측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라 최태원 SK 회장은 연봉을 반납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임직원 눈높이에 맞춘 성과급 지급 기준을 약속했다. 사회가 움직인 것이다.

투표로 차별에 대항하다
MZ세대의 의문이 사회 변화를 유발한 케이스는 정치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의 결과가 그렇다. 여당 친화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2030이 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변이 연출됐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기성세대의 잘못에 또 한 번 왜죠? 물음표를 던진 2030의 역할이 컸다. 이들이 궁금해한 지점은 또 한번 ‘공정성’에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은 어떻게 의대에 합격했죠?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나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진실이 무엇이죠? LH 임직원들은 신도시에 투기한 게 맞나요?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번 정부에 대해 공정과 정의, 기회의 평등을 기대했던 2030은 실망했고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분노와 입장을 공고히 드러냈다.

청년들에게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취업, 집값, 출산율 등의 문제에서조차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정부는 선거를 통해 흠씬 두들겨 맞은 형국이 됐다. 20대, 특히 20대 남성의 무서운 민심을 확인한 여야는 계산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여당은 폐지된 군가산점제의 부활이나 남녀군사훈련 등 젊은 남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책을 고심 중인데 자칫 젠더 이슈나 역차별 등의 논란을 유발할 소지가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뒤늦게나마 2030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을 보면 역시나 또 한번 사회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그 밖에 부실한 급식이나 훈련소 내의 비인간적인 처우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낸 MZ세대 덕분에 국방부에서 군대판 고발앱을 추진하고 있고, 대학생들이 기후 정책 단체를 만들어 정치권에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하는 등 젊은 세대는 견고한 사회의 질서나 흐름에 변곡점을 유발하는 중이다.
null
그들이 프로질문러가 된 이유
이쯤에서 많은 의문이 든다. 젊은 층이 왜 자꾸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는지, 무엇이 이들을 ‘프로 질문러’로 만들었는지 말이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이들이 살아온 환경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의 발달로 검색 등 정보 접근이 쉬운 편이었던 90년생들은 기본적으로 똑똑하며 합리적이다. 상향평준화된 그들이 입시와 취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사소한 이득이나 차별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불공정에 대해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노력으로 인한 격차는 인정하지만 차별, 특혜 같은 반칙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것이 요즘 MZ의 특질로 분류되는 이유다. 화이트칼라 노조 결성의 이유나 투표로 정치권을 응징한 이유 등을 분석했을 때 공정성, 투명성이란 키워드는 빠진 적이 없다.

두 번째, 조직이나 이념보다는 확실히 ‘나’를 중요시하는 문화도 한몫한다. 예를 들어 과거의 청년들이 입대를 하며 나라를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하는 비장한 각오를 새겼다면 요즘의 청년은 ‘잃어버린 2년’을 떠올리며 기회비용을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벌어진 이변을 두고 많은 학자들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으로 인한 피해나 차별을 기준으로 MZ세대가 입장을 정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여성들은 성범죄, 안전 등의 정책을 내세운 ‘기타 후보’에게 표를 던지며 이른바 ‘회색 표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렇듯 개인의 정체성을 소중히 하다 보니 대의를 위한 희생이나 조직의 안정성 같은 맥락에는 가슴이 뜨거워지질 않는다.

90년생에 관한 숱한 논쟁을 불러온 책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책을 통해 ‘90년생에게 충성심은 단연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며 ‘90년생들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나와 우리를 위한 목소리
젊은 층들의 움직임, 목소리는 분명 청량감 넘치는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통쾌한 구석이 있다.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며 ‘젊은 피’의 힘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변화가 이어지기 위해 생각해볼 점도 있다. 예컨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결성되는 화이트칼라 노조가 평등, 공정이라는 대의를 지켜가려면 단순히 성과급, 연장수당 등 경제적인 이득만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거나 배달 등 특수한 직군에 있는 다수의 MZ세대를 떠올려보면 앞으로 ‘젊은 노조’의 지향점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MZ세대의 노조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폭등하는 집값,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 등 2030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사회를 향한 그들의 날 선 질문과 비판 속에 ‘나’와 더불어 ‘우리’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혼자보다 함께였을 때 더 멀리, 더 오래 걸을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똑똑한 MZ세대가 모를 리 없는 사실이다.
#라이프 #사회 # MZ세대 # 화이트칼라노조 # MZ노조 # 투표
<싱글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좋아요
목록보기


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URL복사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페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 필요합니다.
나의 포인트 :

주소찾기

닫기
주소검색

동, 읍, 면, 기관, 학교 등의 이름을 입력하세요